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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열풍의 이면

큰 배를 타고 바다를 여행하는 크루즈 여행의 인기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미의 크루즈 여행객은 1천 7백만 명으로 2000년 7백만 명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났습니다.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는 동시에 어마어마한 규모를 선전에 활용하기 위한 경쟁도 계속돼 크루즈 배의 크기도 자꾸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큰 크루즈 선박은 22만 5천톤 급으로 핵항공모함 못지 않은 크기를 자랑합니다. 2천 7백여 객실에 2천 4백 명의 승무원을 두고 6천 3백 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는 16층 건물 규모의 선박에는 22개 식당부터 쇼핑몰, 극장, 워터파크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안전불감증입니다. 지난해 이탈리아 연안에서 32명의 사망자를 낸 코스타 콘코르디아호 전복 사고는 크루즈 선박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3년 전 스플렌더호에서 불이 났을 때 소화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건 물론이고, 승무원들도 소방 훈련을 받은 경험이 없어 우왕좌왕했던 아찔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엔진실에서 불이 났었는데, 1차 소화 후에 불이 다 꺼진 줄 알았던 선장이 무리해서 엔진을 재가동하면서 불이 다시 붙어 모든 엔진이 다 타버렸습니다. 전 세계 크루즈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업계 1위 카니발(Carnival Triumph) 사는 몇 건의 작은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자 수백만 달러를 들여 안전 설비를 보강했고, 안전 수칙을 강화했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구명정이나 구명조끼 등 기본적인 안전 장비들도 승객과 승무원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배의 크기를 늘린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을 무리해서 수용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미국 해경이나 국제단체들은 대형 사고를 예방하기에는 여전히 안전 점검이나 소방훈련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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