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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의 추락

위키피디아는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방문자수를 자랑하는 웹싸이트입니다. 그러나 네티즌의 자발적참여를 통해 유례없는 성공을 이뤄낸 이 인터넷 백과사전 모델도 최근 들어서 삐걱대기 시작했습니다. 자원봉사자수는 2007년 대비 1/3로 줄었고, 포켓몬 종류나 여성포르노스타 같은 남성 중심 컨텐츠는 풍부한 반면 여성 노벨상 수상자라던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 정보 등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백인 미국 남성이 주로 참여하는 조직이기 때문이죠.

위키피디아는 2001년 철학과 박사과정에 있던 레리 샌져(Larry Sanger)와 지미 웨일즈에 의해 시작된 이래 위계적인 요소나 참여자들의 조직화 과정없이 개방형플랫폼을 타고 퍼져나갔습니다. 소프트웨어와 서버 관리, 재정 운영을 돕는 위키 재단이 2003년 비영리재단으로 분리되었으나 주요 조직은 여전히 위키피디아 커뮤니티입니다. 위키피디아 커뮤니티의 “운영자”(Administrators) 들이 글을 삭제하거나 특정 IP를 차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요. 2005년 까지는 무섭게 성장하다 반달리즘( Vandalism: 다수가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된 문서의 내용을 고의로 훼손하거나 왜곡하는 일) 문제가 제기되면서 2007년부터 성장을 멈추었습니다. 그 무렵 고의적으로 한 사람을 명예훼손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관리가 강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위키피디아에 처음 글을 올리는 이들에게는 바로 가해지는 편집 과정이 그닥 달가운 게 아닙니다. 글을 올리지마자 편집체계에 맞지 않아 지워지고 수정되면서 새로운 저자들의 참여의욕이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항목을 수정하고 편집하는 곳” 이 아니라 “규칙을 알고 원래 저자들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잘 모르는 규칙을 어겨 기껏 올린 글이 거부 당해도 계속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사람들이 수정하고 편집하는 곳” 으로 바뀌었지요.

새로운 저자들이 줄자 위키피디아의 전략적 방향성 제시를 담당하는 위키 재단은 2012년 페이스북의 “좋아요” (like) 에 해당하는 “감사해요”( Thanks) 버튼을 만들었습니다. “여태까지 글을 수정하는 부정적인 피드백은 바로 왔어도 좋은 글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기능은 없었거든요. 위키피디아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봅니다.” 비쥬얼에디터를 제공하는 등 편집 툴을 쉽게 바꾸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노력을 들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저자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거에요. 누구나 쉽게 가담할 수 있게 하고, 특정 주제 전문가들을 모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컴퓨터괴짜가 아닌 사람들도 글을 쓸 수 있어야하죠.” 그러나 기존시스템에 익숙한 위키피디아 커뮤니티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글을 올리려면 위키피디아의 언어를 배우려는 노력과 열정이 있는 저자만 받아들여야한다는 논리죠. 거기다, 이렇게 대중화 시키는 건 도리어 컴퓨터 괴짜들을 밀어내는 계기가 될 지도 모릅니다.

위키 재단의 어드바이져이자 뉴욕대 교수인 클레이 셔키는 대중이 인터넷에 공공지식을 축적하는 과정을 처음으로 연구하여 이름을 날린 학자입니다. 그러나 ‘집단지성’의 가장 큰 지지자인 그도 네티즌이 위키피디아에 컨텐츠를 올릴 동인을 잃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개인화되고 자기 중심적인 가치를 출판하게되면서 ‘집단지성’을 생산해낼 동기가 사라졌다는 거죠. “이제는 정보를 잘 모으는 것(aggregateing) 이 협력해 축적하는 것(Collaborating) 보다 중요합니다.” 위키피디아는 초기 웹문화가 만들어낸 마지막 공공재가 될지도 모릅니다. (MIT Technology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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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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