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지에는 지능에 대해 오랫동안 받아들여져 온 이론인 “투자이론(Investment Theory)”에 의문을 표하게 만드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투자이론’이란, 지능을 새로운 문제를 푸는 능력인 유동(fluid)지능과 학습에 의해 축적된 지식과 기술인 결정(crystallized)지능으로 나눈 후, 결정지능은 유동지능을 특정 분야에 ‘투자’함으로써 얻어진다고 보는 이론입니다. 또, 유동지능은 쉽게 배울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유동지능은 유전자의 영향을 더 크게 받습니다.
이 이론이 맞다면, 우리는 쌍둥이의 지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의 유동지능과 결정지능을 보았을 때, 이들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유동지능은 두 사람의 결정지능보다 더 비슷할 것입니다. 이는 결정지능은 학습기회와 같은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8일 발표된 키스-잔 칸의 23개 쌍둥이연구를 종합한 메타연구 결과는 이 가정의 어딘가에 헛점이 있을 가능성을 말해줍니다. 그는 각 연구에 사용된 지능검사를 분석해 쌍둥이의 유동지능과 결정지능을 분리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능검사들의 ‘문화적 영향력’을 측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단어’ 나 ‘상식’을 묻는 문항은 ‘문화적 영향력’을 크게 받는 문항이며, 곧 결정지능과 더 큰 관계가 있습니다.
분석 결과는 기존의 이론이 예측한 바와 달랐습니다. 문화적 영향력이 큰 검사 – 결정지능의 비중이 더 높은 – 인 단어와 상식과 같은 문항에서 쌍둥이들의 지능유사성이 더 크게 나타난 것입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첫번째 가능한 설명은, 이 연구의 대상이 된 쌍둥이들이 모두 동일한 학교교육과 학습환경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환경의 차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가정입니다. 그러나 이 설명이 참일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두번째 가능한 설명은, 결정지능을 검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어나 상식 문제들이 유동지능을 검사하는 추상적 분석문제보다 더 많은 지적 능력을 요구하며, 따라서 유전의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 설명도 그럴듯 하지 않습니다.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지능과 환경이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했을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즉, 좋은 교육환경은 지능을 발달시키며, 이들은 다시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지능을 발달시키게 됩니다. 또는 지능이 뛰어난 학생은 더 나은 교육환경에 가게되며, 다시 이들은 향상된 지능으로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접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경우이든, 결국 이들은 더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 곧 높은 결정지능을 가지게 됩니다.
이 새로운 연구가 지능이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이 지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많이 있습니다. 단지, 지능에 있어 유전과 환경을 분리하여 관찰하려는 많은 행동과학자들의 가정과는 달리, 환경역시 유전만큼이나 지능에 큰 역할을 할 지 모른다는 사실을 이 결과는 암시합니다.(Scientific Amer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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