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게 삶은 쉽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상어의 내장에서만 살 수 있는 기생충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갓 태어난 당신과 당신의 수많은 형제들은 상어의 배설물과 함께 바다로 배출됩니다. 당신은 바닷물 속에서 누군가에게 먹히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바로 상어여야만 합니다. 당신이 성체로 성장하여 번식할 수 있는가는 이 낮은 확률에 달려 있습니다. 아마 당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당신의 형제들은 성체로 성장하지 못하고 생을 마칠 것입니다.
기생충은 이런 낮은 생존률을 극복하기 위해 매우 독특한 능력을 개발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숙주를 조종하는 것입니다. 숙주를 조종하는 기생충의 예는 자연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이들이 쐐기벌레나 거미를 조종하는 한, 우리는 이들을 흥미로운 자연의 한 모습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묻게 됩니다. ‘혹시 인간을 조종하는 기생충이 존재하지는 않을까?’ 현재 이러한 가능성을 가진 몇가지 기생충들이 이야기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것은 톡소플라즈마 곤디(Toxoplasma Gondii)입니다.
톡소플라즈마의 삶은 고양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들은 고양이의 내장에서 유성생식을 하고 이들의 알은 배설물을 통해 배출됩니다. 이 알들은 매우 튼튼하여 또다른 포유류나 조류 숙주를 만날 때 까지 수개월을 버틸 수 있습니다. 이들은 숙주의 장을 통해 뇌로 침입하여 낭종을 만듭니다. 그리고 고양이의 내장으로 돌아가게 되기까지 다시 기다립니다.
기생충이 숙주를 조종하는 현상들이 밝혀지자, 톡소플라즈마를 연구하던 과학자들도 이들의 행동에 무언가 목적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곧, 이들은 쥐나 들쥐의 뇌속에 형성된 톡소플라즈마의 낭종이, 이들을 고양이에게 더 잡히기 쉽게 만들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한 연구는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된 쥐가 고양이의 오줌냄새를 덜 두려워하게 만든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된 쥐가 오히려 고양이의 냄새를 좋아하도록 바뀌었다고 주장한 연구도 있었습니다.
지난 8월, “기생충학 최신경향(Trends in Parasitology)”에는 이 톡소플라즈마 숙주조종가설에 반대하는 논문이 오스트레일리아 학자들에 의해 발표되었습니다.
“톡소플라즈마가 숙주의 행동을 조절한다는 가설은 비록 그럴듯 하게 들리지만 어떤 학문적 기반을 가진 주장은 아닙니다.”
이들은 톡소플라즈마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분석했고, 이들이 매우 다양한 결론들을 내리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숙주가 더 활발해졌음을 보고한 반면, 다른 연구에서는 숙주의 움직임이 둔해졌고, 또다른 연구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발표했습니다. 숙주의 학습능력 둔화를 보고한 연구가 있는 반면, 그런 증거가 없다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된 쥐들이 고양이에 의해 더 잘 잡혀먹힌다는 어떠한 대규모 연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톡소플라즈마는 다른 개체 속에서도 무성생식을 통해 스스로 번식합니다. 고양이는 톡소플라즈마에게 필수적인 숙주가 아닙니다.”
“톡소플라즈마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 역시 과장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고양이에 의해 감염되는 기생충에 의해 고양이를 더 사랑하게 된다는 가설은 매우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이를 지지하는 어떤 증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편 톡소플라즈마 숙주조종가설을 지지하는 임페리얼대학의 조앤 웹스터는 이들의 주장에 유감을 표했습니다.
“나는 톡소플라즈마의 숙주 조종은 매우 명백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톡소플라즈마가 여기에 감염된 쥐를 더 잘 잡히게 만든다는 것을 보이는 실험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물실험윤리에 의해, 이러한 실험을 실제로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톡소플라즈마가 쥐의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에 관해 가장 앞선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난양공대의 아자이 비아스는 조종가설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기생충이 숙주를 조종하는 현상이 진화에 있어서의 적응인지에 대해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논의해 왔고, 현상의 복잡성과 기생충 적합성등 이를 판단하는 몇가지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이 기준에 의하면 톡소플라즈마는 숙주를 조종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천년간 고양이와 쥐는 인간과 함께 살아왔고, 인간의 영향 아래에서 번식과 먹이를 구해왔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수백만년동안 진화된 톡소플라즈마의 조종능력을 불분명하게 만들었을 수 있습니다.”
(National Geo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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