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지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350개 이상의 도심 경제권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지역이 뜨고 지는지를 측정하는 데는 인구 성장률, 일자리 성장률, 주택 가격, 그리고 실업률과 같은 지표들이 쓰입니다. 이 지표들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긴 하지만 이 지표들이 말해주지 않는 정보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인구 성장률은 유입되는 인구의 기술 수준이나 교육 수준에 대해서 말해 주지 않습니다. 저는 언론에서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도시의 흥망성쇄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세 가지 지표를 통해 미국 도시의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 세 가지 지표는 어떤 종류의 일자리가 증가했는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생산성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창업과 혁신의 가능성을 가늠케 해주는 벤처캐피탈 자금이 얼마나 도시로 유입되었는지 입니다.
오늘날 미국의 도시들은 지식 생산과 아이디어, 그리고 에너지 생산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요인은 미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고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도시들은 번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지 않고 있는 지역의 경제는 점점 쇠퇴하고 있습니다. 뉴욕시의 경우 2008년 금융 위기로 인해 경제 활동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그 타격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작습니다. 금융 위기 이전 금융과 보험 분야가 뉴욕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4%였지만 현재 37%입니다. 또 스타트업의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디자인과 같이 창의력이 중요시 되는 분야에서 뉴욕의 입지는 오히려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브루클린은 미디어와 영화 산업에서 주목 받고 있으며 월스트리트도 테크 기업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2011년 기준으로 벤처캐피탈 투자 분야에서 뉴욕은 샌프란시스코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뉴욕이 스타트업과 테크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은 과거에 스타트업을 교외 지역에서 시작하던 추세가 도시 중심으로 옮겨오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지식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도심 지역은 새로운 경제 지도 개편에서 대부분 승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지식 중심 도시들은 많은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해 내고 있습니다. 산호세(San Jose)에서 새롭게 창출된 직업 중 2/3가 고소득직이며 샌프란시스코의 경우도 절반 이상의 새로운 직업이 고소득직입니다. 산호세의 경우 2009년과 2011년 사이 생산성이 10% 이상 증가했고 남부에서 테크의 중심을 담당하고 있는 텍사스의 오스틴(Austin)도 2009년과 2013년 사이 일자리 성장률이 무려 10.5%나 됐습니다. 대학 타운인 콜로라도 주의 볼더, 미시건 주 앤아버, 버지니아 주의 샬로츠빌과 같은 도시들은 인구 1인당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비율이 미국 전역에서 가장 높습니다.
수도 워싱턴DC와 그 주변 지역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경제력이나 영향력에서 워싱턴은 시카고나 로스앤젤레스와 같이 2인자 도시들의 자리를 넘보고 있습니다. 워싱턴과 그 근교는 매우 낮은 실업률과 안정된 주택 가격을 보이고 있으며, 고소득 직업이 빠르게 생겨나는 지역입니다. 2009년 이후 생겨난 직업 중에서 59%가 고소득 직업으로 이는 산호세 다음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워싱턴과 그 주변의 삶의 질은 연방 정부의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정부 상대 로비나 정부와의 계약 같은 분야가 이 지역 거주자들의 소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워싱턴 지역의 노동력은 미국에서 가장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이 지역 성인의 절반 이상이 4년제 대학 졸업자입니다.
금융 위기 이후 변화 중 예상 못 했던 한 가지는 에너지 분야와 관련된 도시들의 성장입니다. 휴스턴에서 오클라호마, 그리고 뉴올리언즈에 이르는 지역이 2011년 생산해낸 경제적 가치는 7,500억 달러로 이는 이는 스위스나 스웨덴의 경제 규모보다 큽니다. 휴스턴은 2009년 이후 고용 성장률 9%를 보이며 모든 도시 중에서 3위를 차지했고 2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반면, 심각한 주택 가격 거품이 있었던 지역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라스베거스, 마이애미, 피닉스와 같은 지역의 인구 성장은 주춤한 상태이며 생산성은 떨어졌습니다. 저소득 직업이 대부분의 고용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은 러스트벨트(Rust-belt)라고 불리는 미국의 전통적인 공업 지대와 미국 남부의 연중 날씨가 따듯한 선벨트(Sun-belt) 지역입니다. 세인트루이스에서는 새로 생긴 직업의 90%가 저임금 직업이며 뉴올리언즈, 탬파, 올랜도, 콜럼버스, 로체스터에서도 새로 생긴 직업의 절반 이상이 저임금 직업입니다.
미국 경제 성장의 가장 큰 적은 다른 나라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국내 상황에 있습니다. 즉, 재능 있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살면 살수록 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커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이 강해지면 소득이나 교육 수준에 따라 도시들은 큰 분화를 보이게 될 것입니다. 지식 기반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소득과 교육 수준을 가진 사람들을 이웃으로 두면서 좋은 학군과 범죄율이 낮은 환경에서 살게 되는 반면, 저소득의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바꾸는것을 더 어렵게 하는 환경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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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
도시별 특성이 드러나는듯하네요.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