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문화세계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 새 총리의 생각은?

지난 여름 부탄의 총리로 선출된 셔링 토브게이(tshering tobgay)는 여러모로 특이한 인물입니다. 어린 시절 인도로 조기유학을 갔다가 미국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교육부 공무원을 지낸 이력도 이력이지만, 166마일의 험난한 산길을 달리는 산악 오토바이 대회를 부상 투혼 끝에 완주한 이색 경력도 갖고 있습니다. 그는 2008년 부탄 사상 최초로 치러진 선거에서 단 2개의 의석을 확보했던 야당 출신으로, 이번 선거에서 완승을 거둔 것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뛰어 넘은 도약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의 선거 공약집에서는 그간 부탄이 강조해 온 “행복지수”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1972년 부탄 국왕이 전통의 보존과 현대화 사이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국가행복지수(National Happiness Index)”는 서구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각광받았지만, 부탄 유권자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토브게이 총리는 마을마다 경운기 한 대, 구역마다 다용도 트럭 한 대를 도입하겠다는 구체적인 공약을 앞세워 당선되었죠. 그는 “행복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행복을 가로막고 있는 장해물들을 치우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1953년에야 봉건제를 폐지하고, 1962년에 첫 도로를 건설한 부탄은 여전히 낮은 국민 소득과 높은 실업률을 면치 못하고 있고, 인프라는 부족한 가운데 인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주요 산업으로는 인도로 전기를 수출하는 수력 발전과 관광 산업이 있지만, 인구의 대부분은 소규모 농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아시아에서는 보기 드문 정돈된 도시 개발 정책과 민주주의 및 교육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최근에는 국제 개발 지원금과 NGO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합니다.

토브게이 총리는 앞으로 정치적인 부패 척결을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말합니다. 시청자 참여 라디오 프로그램도 만들고, 매달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과 소통할 예정입니다. 블로그와 트위터 계정도 만들고, 페이스북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죠. 기자에게도 “페북 친구를 맺자”고 제의했습니다. “행복지수”를 홍보하기 위해 세계를 누볐던 전임자와는 달리, 국내의 문제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 당분간의 계획입니다. 단, 오바마 대통령과 농구로 한 판 붙는 것은 예외로 한답니다. “미국은 초강대국이니, 내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1대 1 농구 게임 뿐입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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