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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보험과 노동력 인구와의 관계

1980년대 유럽의 만성적 경제 부진과 고실업 사태는 “유럽 동맥경화증” (Eurosclerosis) 이라는 신조어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의 노동시장을 두고 “미국 동맥경화증”(Amerisclerosis)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실업률이 2009년의 10%에서 현재 7.3%까지 수치가 많이 떨어진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 고용자보다 모수인 ‘노동인구’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노동가능한 연령대에서 노동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인구를 가르키는 ‘노동인구’ 는 2007년 66% 에서 지난 8월 35년만의 최저수치인 63.2% 까지 떨어졌습니다. OECD 234개국을 살펴보면 아일랜드와 아이슬랜드를 제외하고 노동참여율이 떨어진 것은 미국 뿐입니다.

경제학자들은 노동참여율이 떨어진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대학진학율이 높아졌고, 베이비붐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했으며, 여성의 노동참여율이 급격히 높아지던 추세도 끝났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 요인들이 ‘황금시기’인 25세에서 54세의 노동참여율이 떨어지는 것까지 모두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전체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공식 실업자, 한계 근로자, 일거리가 없어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자까지 포함하는 이른바 U-6 지표를 보면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미국의 U-6 지표를 보면 보면 급격히 늘었다가 지난 2년간 실업률 감소속도보다 더 빨리 줄었는데 이는 고용을 포기한 인구가 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그 요인 중의 하나로 상해보험 (DI: Disability Insurance) 제도가 지적됩니다. 일반적인 실업보조금은 노동에 참가하게 격려하는데 일거리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으면 보조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상해보험은 반대입니다. 일할 수 능력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하기 때문이죠. Olivier Coibion 등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84년 정신병과 척추 통증 등 증명하기 힘든 장애가 상해보험에 포함되면서 이 제도를 역이용하는 실업자가 많아졌습니다. 2007년-2012년 상해보험의 혜택을 받는 인구는 노동가능한 연령대 사람들 1000명중 11.2명에서 14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총 260만명이죠.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늘어나는 상해보험 대상자는 경제가 좋아져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곧 구조적인 문제가 되죠.

네덜란드의 경우 1970년대 상해보험 제도가 느슨하던 80년대 6% 에서 13.4%까지 수혜자가 늘자 10년전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도록 개혁을 하였습니다. 미국도 같은 대안을 고민해봐야할지도 모릅니다.(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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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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