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과도한 열린 자세가 주는 위험

내가 생각하는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과학자는 찰스 다윈과 같은 시기에 독립적으로 진화이론을 만든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입니다. 나는 2002년 그의 전기 “다윈의 그림자(Darwin’s Shadow)”에서 월리스는 생물학의 자료들로부터 생물지리학, 동물학, 진화론에 혁명을 가져온 매우 뛰어난 학자임을 주장했습니다. 그는 아마존의 우림에서 4년 동안 자료들을 모았지만, 그 자료들은 그의 배가 침몰하면서 모두 분실되고 말았습니다. 그가 자연선택을 발견한 것은 그의 8년 동안의 말레이 군도 시절이었습니다. 그는 말라리아에 걸렸고, 이는 그에게 더 잘 진화된 유기체가 더 잘 살아남고 더 많이 번식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주었습니다.

과학자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이는 성격을 가졌을 때, 이는 그에게 커다란 발견의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큰 실수를 저지르게도 합니다. 월리스는 친구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골상학, 강신술, 그리고 심령현상들을 강하게 지지했습니다. 월리스는 시대를 앞서 우생학과 군국주의를 반대했고 여성의 권리와 야생의 보호를 주장했지만, 또 백신을 반대하는 것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가 캘리포니아에서 호텔비를 치르기 위해 써주었다는 “잃어버린 시” 사기에 속아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그의 가장 큰 실수는 – 결국 그가 다윈과 결별하는 계기가 된 – 인간 두뇌의 진화 여부에 관한 주장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영장류의 작은 두뇌에 비해 볼 때, 인간의 진화에는 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윈은 이에 대해 “당신이 당신과 나의 아이를 완벽하게 죽이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리스는 놀라운 생각과 어이없는 생각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전형적인 “괴짜 과학자(heretic scientist)”였습니다. 천체물리학자 마리오 리비오의 새 책 “천재들의 실수(Brilliant Blunders)”는 이런 괴짜 과학자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마리오 리비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위대한 발견에 이르는 길은 실수로 포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발견이 위대할수록 실수의 규모도 크다.” 예를 들어 다윈은 범생설(pangenesis)을 주장하며 제뮬(gemmules)이라 불리는 물질에 의해 부모의 특성이 자손들에게 전달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켈빈 경은 대류에 의한 열의 전달을 무시하여 지구의 나이를 실제의 1/50로 예측하였고,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은 유전자가 뒤집어진 삼중나선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명한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은 우주팽창설을 비꼬기 위해 이를 “빅뱅” 모델로 불렀으나, 이후 우주팽창설은 정설이 되었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가장 큰 실수”는 그가 우주의 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우주 상수”를 집어넣은 것입니다.

이러한 실수를 피하는 방법으로 리비오는 버트란트 러셀을 인용합니다. “어떤 것에도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지 말 것” 그리고 그는 회의주의의 핵심이 되는 말을 덧붙입니다. “어떤 이론에 대한 의심은 그 이론의 불완전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의심에 의해 그 이론은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집니다. 과학은 바로 이러한 원리에 의해 발전하게 됩니다.” – 마이클 셔머 (Scientific Amer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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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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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두 백신과 같은 경우, 실제로 소의 천연두를 감염시키는 기법이기에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할 수 있을지는 매우 의심스러운 방법입니다. 근대에도 그랬지만, 21세기라도 절대로 FDA 인증 못받을 백신이고, 나름 합리적인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연두 백신이 정말... 매우 특이한 케이스이죠.

    - 다윈: DNA와 유전 법칙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른다면, 어쩔 수 없죠. 다윈은 유전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 밝혔고, 어떻게는 빼먹었으니까 말이죠.
    - 켈빈: 20세기 들어서야 대륙이동설(고체가 액체와 같은 성질을 띌 수 있다는거)을 받아들였는데, 이정도야 애교
    - 폴링: DNA 구조 발견 이전까지는 ATCG 네 가지가 아니라 수천 종류의 단백질이 유전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생명을 기록하는 글자 수가 이렇게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 없었습니다.
    - 호일: 빅뱅이론은 탄생 당시부터 기독교 교리를 과학에 적용하려했다는 의혹을 받았죠. 무신론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학계에서라면, 아이디어만으로도 공격 요소는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 아인슈타인: 이 분의 실수는 실수가 아닙니다...

    이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시대의 한계이지, 이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경민기님.
      과거 천재들의 실수가 시대의 한계일지, 그들 개인의 잘못일지를 명확히 구분 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단지, 같은 시기에 그들과 달리 후일 옳은 것으로 판명될 주장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실수를 전적으로 시대의 한계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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