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미 선거가 한창일 때, 헤리티지 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은 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연방 정부가 운영되는 방식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본 뒤 ‘리더십을 위한 강령서(Mandate for Leadership)’이라는 3000장이 넘는 정책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워싱턴 디씨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80년 선거에서 당선된 레이건 대통령은 첫 내각 회의에서 헤리티지 재단의 보고서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레이건의 첫 4년 임기가 끝날 때 즈음 헤리티지가 제안한 2000개의 정책 제안 중 무려 60%가 정부 정책으로 채택되어서 실행 중이었습니다. 헤리티지와 긴밀한 공조관계를 가지고 있던 공화당은 새로운 이슈를 선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 놓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지난 40년간 공화당을 지배한 보수 운동은 헤리티지 재단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레이건 시기 동안 헤리티지 재단은 단순히 싱크탱크가 아니라 공화당 행정부나 의회의 준 행정 기관이었고 새로운 법안의 발원처였습니다. 헤리티지가 미국의 정부 정책에 미친 영향은 큽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미사일방어체제나 클린턴 대통령의 복지 개혁도 헤리티지의 정책 제안서에 기반을 둔 것들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헤리티지는 과거와 다릅니다. 전직 사우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 출신이자 보수 운동인 티파티의 의회내 수장 역할을 했던 짐 드민트(Jim DeMint)가 헤리티지의 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여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오바마 대통령이 통과시킨 건강보험 개혁 법안이 실행되지 못하도록 실행에 필요한 자금을 의회가 승인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연설했습니다. 또 헤리티지 재단은 건강보험 개혁 자금 승인 반대에 서명하지 않은 100명의 공화당 의원들을 비난하는 광고에 50만 달러를 썼습니다.
헤리티지의 이러한 캠페인은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예산 법안에 건강보험 개혁 관련 자금을 전혀 지원하지 않는 조항을 포함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은 하원 법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때 헤리티지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이러한 재단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헤리티지 재단은 정치보다는 정책을 우선시해야 하고 새로운 이슈를 선점해서 연구하는 곳인데 요즘 헤리티지를 보면 다른 티파티 그룹과 별반 다를것이 없다고 비판합니다. 공화당 내에서도 헤리티지에 대한 불만이 가득합니다. 헤리티지가 주장하는 아이디어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같은 편인 공화당 의원들을 비난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낙선운동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이들은 헤리티지의 최근 움직임이 오히려 건강한 보수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공화당의 정책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 온 헤리티지의 이러한 변화는 공화당의 앞날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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