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여성의 권리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고 각자 마치스모(Machismo)를 극복하자는 내용의 벨렘 협약에 서명했습니다. 마치스모란 스페인어권 국가에서 흔히 ‘남자다움’, ‘남성성’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단어인데, 문화적 맥락에 따라 도가 지나친 마초주의나 여성 비하, 가정 폭력과 연관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벨렘 협약 이후 각국 정부는 저마다 가정폭력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고 예방책을 내놓았지만, 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UN 산하의 UN 여성기구에 따르면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서는 15초에 한 명씩 여성이 폭행을 당하고, 전 세계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가장 빈번히 자행되는 나라 25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메리카 나라들입니다. 여성이 가장 심하게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된 엘살바도르에서는 지난해 술에 취해 부부싸움 끝에 아내를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섰던 한 남성이 수사당국의 엉터리 수사 끝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대통령 부인이 나서 재수사를 촉구한 끝에 가해자가 불법 총기 소유죄로 다시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가정폭력이나 여성을 향한 혐오범죄는 가해자에 대한 마땅한 처벌은 커녕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올해 첫 석 달 동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에서 신고된 성폭행 건수는 1,822건이지만, 체포된 사람은 70명 밖에 없습니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코스타리카의 라우라 친칠라까지 라틴아메리카 국가수반 가운데 세 명이 여성입니다. 여기에 UN 여성기구 사무총장을 지냈던 칠레의 비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올 가을 치러질 대선에서 재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다고 그 나라의 여권이 신장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도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여성들에게는 가정폭력 전과가 있는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경찰 직통 호출기를 지급하는 등 적극적이고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문화 속에 뿌리 깊이 박힌 마치스모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단호하고 끈질긴 노력이 필요합니다.(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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