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직원 사무실을 매장내 빵가게 옆으로 옮기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합니다. 빵 굽는 오븐에서 나오는 여분의 열을 직원 사무실로 유도하여 난방에 사용하겠다는 생각인데요. 이 슈퍼마켓은 이 뿐만 아니라 냉동식품 코너와 냉장식품 코너 또한 나란히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배치를 통하여 냉동고에서 흘러 나오는 저온의 공기를 냉장고에 흘러들어가게 하여 냉방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건물의 냉난방 효율은 건물내 시설이나 용도의 배치를 통해 향상될 수 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혼합용도 개발(상점, 사무공간, 주거, 공원등의 여러 용도가 한 부지내에 함께 들어서는 개발)은 이러한 가능성을 더욱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 용도에서 더이상 쓸모 없게 된 에너지도 전혀 다른 용도에서는 요긴하게 이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냉동고에서 나오는 여분의 냉기는 냉동을 하기에는 충분히 차갑지 않지만, 사무공간을 위한 데이터 서버 시설을 냉각시키기에는 충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물내 용도나 시설들을 열효율이 높도록 배치하는 것이 말처럼 간단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개개의 건물은 제각기 다른 목적과 용도를 가지는 것은 물론, 물리적 환경까지 다르기 때문에 항상 맞춤형 설계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배치 이외에도, 더 효율적인 단열 기술을 통하여 에너지를 절약할 수 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단열방법은 공기층을 포함하는 섬유를 벽 중간에 삽입하여 열전도 과정을 지체시키는 것이었는데요. 최근에는 이 공기층을 열단열 성능이 더 뛰어난 펜탄(pentane)가스나 진공층으로 대체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외에도, 지열을 이용하여 냉난방 부하를 줄이는 방법 또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GSHPs(Ground Source Heat Pumps)라 불리는 이 방식은 지구내부에서 전해오는 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공급에 거의 제약이 없다는 장점이 있고, 전열기를 사용할 때보다 3~4배나 많은 단위시간당 열량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에너지 절약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방법들이 건물에 적용되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혁신적인 에너지 절약 기술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그 기술에 대한 투자가 건물의 시장가치에 좀처럼 반영되지 않고 있고, 높은 투자비용을 낮은 에너지 비용을 통해 완전히 회수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건설제품연합 부회장 존 테빗(John Tebbit)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건물에 대한 에너지 절약 기술 적용을 강제하는 공공정책의 강화가 필요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그는 최신식 건물들조차도 규정만 충족시키는 에너지 설계를 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시장의 참여를 근시일내에 이끌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 예견했습니다. (the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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