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의 한 박사과정 학생은 졸업을 몇 달 앞둔 상황에서 학교를 그만두며 학교의 모든 연구원에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의 편지는 1000 번이 넘는 트위터의 RT와 13000 번의 페이스북 like 를 받았습니다. 아래는 그 편지의 요약입니다.
”
내가 박사과정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나는 학계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믿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학계는 차라리 거대한 지원금을 집어 삼키면서 무의미한 결과들만을 양산하는 진공청소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학문의 진전보다 자신의 이력만을 신경쓰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습니다.
아래에 구체적인 학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나는 두 가지를 먼저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모든 것들은 내가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여러 곳의 학문적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느낀 점들입니다. 또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내가 말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특정한 누군가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학계는 더 이상 제어 불가능한 상태로 빠져들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합니다.
나는 오늘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실제로 무언가를 ‘배우고’ 학문에 어떤 기여를 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적어도 나는 그랬습니다. 만약 당신도 그렇다면, 내가 아래에 기술한 좌절들에 어느 정도는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의 것들이 나의 관점에서 본 학계의 문제점들입니다. 아마 다른 이들은 또 다른 문제점들을 여기에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진짜 학문”은 이상적인 개념일 뿐이며 현재의 시스템에서 이를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나 역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박사과정을 그만두는 것은 개인적인 결정일 뿐이며, 이것은 전혀 해결책이 아닙니다. 나는 단지,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고, 그들이 어떤 책임감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아직 나의 동년배들 중에는 “학계”와 “학문”이 동의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생각을 접고, 다른 방법으로 나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추구할 생각입니다.
한 때 나도 내 이름 뒤에 붙을 ‘박사’라는 호칭을 꿈꾸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꿈을 버립니다. 그렇다고 내가 지난 4년간 배웠던 모든 지식이 같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 점에 대해서는 나는 이 학교에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
이 글은 Pascal Junod의 블로그에 올라왔으나 그가 쓴 글은 아니며 그 역시 저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2013/12 연말 특집 에 올렸던 역자후기를 여기에 추가합니다.
“뉴스페퍼민트에게 여러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있었던 글입니다. 글을 올린 첫 날 평소보다 수십 배 많은 사람들이 웹사이트를 방문했고 역시 수많은 분들이 댓글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계속해서 방문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데는 여러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내부자의 문제제기라는 점도 있었고, 대학원과 학계라는, 많은 이들이 경험했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의 한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폭발적인 반응에는, 분명히 이 글에 적어도 일말의 진실이 담겨 있었으며, 또 많은 사람들이 이와 유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저 역시 조그마한 흥분을 느꼈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도 자연스레 궁금했구요. 물론 반응이 있을거라 생각했던 모든 글들이 다 반응을 얻었던 것은 아닙니다.
후에 원문이 올라온 블로그의 답변들을 읽다가 이 글의 저자인 스위스 EPFL의 대학원생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 학생은 우연히도 제가 지금 있는 보스턴 출신이었습니다. 추수감사절에 자신이 집으로 돌아오니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하더군요. 식사중에 그는 자신의 글이 다수의 언어들로 번역되었다고 이야기하며, 또 사람들에게 여러번 이 질문을 받은 듯 자신이 지금이라도 학위를 신청하면 학교는 학위를 줄것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동시에, 그렇다고 자신이 다시 학위를 신청할수는 없지 않겠냐고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미래를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그가 대학원에 진학하기전 영어를 가르쳤던, 그리고 학위중에 공동연구를 했던 중국 내륙의 한 학교에서, 다시 영어와 자신의 전공인 응용수학을 가르치기로 했다더군요. 그리고 계속 자신의 방법으로 학문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우연히 발견했던 글 하나가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잠시나마 자신이 학문을 하는 이유와 이에 대한 자세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저희들에게 많은 보람을 안겨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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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함께 공부하는 석/박사 과정 학생 모두에게 읽기를 권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김승섭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스위스 로잔 공대 박사과정을 거치는 학생이 저런 말을 할 정도니...대한민국은 더 하겠죠?
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아마 세계 어느 곳이든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미국에서 석사 마치고 온 학생인데 전혀 다르군요 ㅋㅋ제가 교수를 잘만난듯
한국의 학계를 낱낱이 들춰 보면...쓰레기통 이라는 표현도 나올껍니다..-학계에 몸담고 있는 1인 (ㅠㅠ) -
논문을 위한 논문출판.
임팩트팩터에 대한집착.
부족한 연구자금과 연구자금의 불균형 집중.
그래도, 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오늘도 논문을 읽습니다. 대학원 박사과정분들 힘내세요. 임팩트팩터 거품과 유행적 연구는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원하는 연구를 하고 올바른 저널에 투고하세요. 그리고 제대로 쓰여진 논문을 읽는 안목을 기르세요. 또한, 박사과정때는 어떠한 연구를 맡더라도 잘 해낼수 있는 기본스킬과 능력을 기르세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Q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좋은 기사 기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젊은이여, 열심히 연구하라. 언젠가는 당신도 연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라는 말이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론 박사과정들이 교수를 위한 알바인지 헷갈릴때가 많았었는데,,
다시한번 생각 할수있는 시간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 글을 보았을 때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석사 논문의 주제에 대해 고민할 때 다시한번 생각할수있겠네요.
최인기님, 감사합니다.
의미있는 석사 논문을 쓰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사진보니까 동문선배시네요 ^^ 저 용주입니다 선배님!
많이 공감하게 되네요, 과학도를 꿈꾸면서 중요한 점이 뭐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선배님.
용주구나. ^^
한국에 적응은 잘 했는지?
나도 여러가지를 생각했지. 너는 잘 할 수 있을거야.
그래 다음에 보자!
원문 가보니깐 Pascal Junod 는 저 글의 작성자가 아니라네요. 끝에 저분의 이름만 표기하셔서 저분이 쓴것처럼 보이네요.
일리있는 말씀입니다.
지적하신 내용을 참고하여 수정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사과정씩이나 되어서야 겨우 깨달을 정도로 나이브하고 또 그런 것들에 바로 좌절할 정도로 심약하다면 당장 그만두는 것이 '학계'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학문 자체가 목적이라면 낮에는 강원도에서 감자 농사 짓고 밤에는 논문 읽어가는 생활하다 황우석의 논문 조작 알아차렸던 BRIC의 재야 고수처럼 주경야독 하면 되니까 이제라도 자기가 생각하는 '진짜 학문' 하시길. 빈정거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나열된 좌절들이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알겠고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분명 과장된 부분이 없지않고 아무튼 이제는 '학계'에 남기로 선택한 사람들의 몫이니.
지나가다 보게됐는데 님께선 벌써 빈정거리고 계시네요.
어느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시면 그 부분에 대해 고쳐나갈 생각을 하셔야 맞는것 같습니다.
님 생각은 그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딱 여기까지인듯 합니다.
제발 교수는 아니시길,,,,
지나가다 보게됐는데 님께선 벌써 빈정거리고 계시네요.
어느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시면 그 부분에 대해 고쳐나갈 생각을 하셔야 맞는것 같습니다.
님 생각은 그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딱 여기까지인듯 합니다.
제발 교수는 아니시길,,,,
아래 댓글 다신 분과 공감합니다. 이 글 저도 페이스북에 공유했는데 여느때완 다르게 많은 분들이 제 글을 또 퍼가기를 하시더군요. 그만큼 뭔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제의식, 다들 느끼고 있지만 속시원히 말하지 못한 것들 아니겠습니까?
물론 말씀하신대로 과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 전세계 학문 조류를 볼 때, 저 글에 나오는 스위스 공대생의 지적대로 10년씩 들여다볼 긴 호흡의 문제들에 대해 내다보고 사유하는 지성인이 아니라 논문 찍어내는 기능인이 되어야만 간신히 학계에서 한 자리 얻어 남을 수 있는 분위기가 문제 아닐까요?
그리고 "진짜 학문"을 전세계 여러 대학의 주류 "학계"에서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스위스 공대생, 세상 어느 곳에나 있을 수 있는 부조리를 참지 못하는, 님이 말한 "심약"한 사람으로 보이기보단, 정확한 문제 의식으로 핵심을 짚어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덜 비즈니스적이어야 하는 곳이 종교계, 그리고 그 다음으로 학계 아닐까요?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라 하면, 그 절이 건전한 비판조차 담아내지 못해 속으로 썩어들어가 망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내용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 글을 쓰신 분께 대한 깍아내림인데 어찌 비아냥이 아니다 할 수 있을까요
원글을 쓴 사람이 나이브한건 사실입니다. 어느 시대에나 유행은 있었고 어느 시대에나 비지니스적인 사람들이 다수였습니다. 만일 그게 아니라가면 세상을 바꾼 논문들은 네이쳐에서만 나왔겠지요. 역사에 남을 결과를 내려면 어떤 상황에서도 끈기있게 포기하지 않고 가는게 첫째 입니다. 운이 좋으면 결과를 낼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그것으로 살아생전에 인정을 받는가 아닌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역사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들이 학계의 권위있는 자리들을 차지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아요.
박사과정 '씩이나' 되어서야 '겨우' 깨달았겠습니까. '바로' 좌절해서 그만둔 것이겠습니까. 학계에 있어본 사람이라면 석사 한 학기 만에도 이미 분위기 파악은 끝납니다. 참다참다 결단을 내린 거겠죠. 이미 너무 빈정거리고 계신데요. 위엣분 말씀대로 교수님은 아니시길 빌어봅니다. 아니면 정말 님께서 계신 조직은 그나마 합리적이거나 드물게 청정지역이라 화가 나신 걸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보기엔 과장되기는 커녕 되려 억울할 정도로 너무나 공손하고 침착한 글입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학계'는 이 글보다 심하면 심했죠.
지나가다 보게됐는데 님께선 벌써 빈정거리고 계시네요.
어느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시면 그 부분에 대해 고쳐나갈 생각을 하셔야 맞는것 같습니다.
님 생각은 그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딱 여기까지인듯 합니다.
제발 교수는 아니시길,,,,
주인장님, 잘 읽고 갑니다 :)
'졸업을 몇 달 앞둔' 박사과정 학생이란, 최종심에 성공해서 도장까지 받은 상태에서 학위취득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겠죠. 이 경우는 그렇게 보이지 않네요.
그리고 원문에 따르면, 이 글을 인용한 당사자는 글쓴이의 감정을 본인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네요.
Finally, I would like to make very clear that I did not experience the same feelings at all during my (very happy) PhD times at EPFL. So, don’t try to make any parallel with my own experience.
그런 원문에 달린 답글을 '편지'가 받은 답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