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모바일 인터넷 세계에 가장 통찰력이 깊은 사람을 뽑으라면 Horace Dediu, Benedict Evans, Steve Cheney, Ben Thompson 네 명을 뽑겠습니다. 흥미롭게도 네 명 다 주류 매체에 기고하지 않고 독립적인 블로그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블로깅하는 이유와 현재 모바일 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시리즈로 인터뷰하려 합니다. 첫 번째 타자로 아심코(Asymco)의 애플 전문가 호라이스 데디우를 소개합니다.
– 아심코는 정교한 데이터와 보기 쉬운 도표로 애플에 대한 탁월한 분석력을 보여주기로 유명합니다. 그 분석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본인 소개를 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컴퓨터과학 석사를 전공하고 연구소, IT기업 경영진, 비지니스스쿨, 스타트업을 전전하다 노키아에서 8년간 근무했습니다. 대기업부터 매우 작은 규모의 기업까지 20년 넘게 다양한 롤을 담당했죠. 항상 논문과 보고서를 썼기에 블로그를 시작하는 건 자연스러웠습니다. 내부 보고는 듣는 사람이 한정된 데 비해 블로그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와서 읽고 토론하는 것이 좋았죠.
노키아는 다국적 기업으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발표하려면 빼곡히 글이 써 있는 화면보다 차트를 보여주는 게 효과적입니다. 그 때부터 데이터가 직접 스토리를 전달하고, 몇 마디 더해지는 말은 문장부호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제 보고서의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블로그가 본업이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입니다. 다른 블로거들이 블로깅으로 돈을 버는 것을 보면서 저도 이 “고객”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나 몇 가지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아심코는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제 의견과 컨설팅에 비용을 청구합니다. 세부적인 데이터에 비용을 청구하는 일반 시장 조사기관과는 정반대죠.
– 핀란드에 머무르고 있는데, 실리콘밸리에서 먼 게 불편하지는 않나요?
가족들과 삶이 모두 핀란드에 있어서 움직이지 않았는데 사람들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인터넷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와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합니다. 워런 버핏이 오마하에 살면서도 투자 활동에 아무 지장이 없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 전문 영역인 애플로 돌아가보죠.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은 어떤가요?
아직도 판단하기에는 일러요. 애플이 어떻게 돌아가는 회사인지 끼워맞추어보려 하지만 신비주의가 철저히 지켜지는 회사라 직원들조차 전체 시스템의 그림을 잘 몰라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하는 애플의 두드러진 문제점 같은 건 없다는 겁니다. 애플은 이제 거대한 시스템을 분석하는 자세로 접근해야 합니다. 미군 부대를 제외하고 미국에서 기능하는 조직 중 가장 큰데도 애플은 헨리 포드의 생산라인보다 효율적으로 돌아갑니다. 놀라울 뿐이죠.
– 팀 쿡은 적절한 CEO인가요?
팀 쿡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이전부터 CEO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스티브 잡스는 전통적인 의미의 CEO가 아니죠. 그는 상품 및 문화개발 담당자이고 디테일을 지휘하는 상관입니다.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상품개발팀 등 주요 팀이 스티브 잡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요?”가 맞습니다. 대기업 분석은 시스템 분석(Systems Analysis)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애플은 그동안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로 인물화(personified)되어 있었죠. 신문사나 전기작가 입장에서는 좋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조직에 얽혀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비합리적인 접근입니다.
– 한동안 포스트 PC 세대가 올거라고 주장했었죠. 이제 포스트 모바일 시대가 올거라고 예상하십니까? 그건 무엇이 될까요?
10년 내로요. 아니 어쩌면 5년일 수도 있고요. 지금 손목시계는 첫 아이폰보다도 좋은 프로세서를 갖출 수 있습니다. 아이폰은 4년 전 데스크탑 컴퓨터보다 낫고요. 변화의 속도는 엄청납니다. 시계, TV 등 우리가 예상하는 변화는 소비자가 필요하다고 인식하지도 못하던 것을 제공하는 데서 시작될 겁니다.
– 중국 시장 진출은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애플이 하고 있는 걸 보면 너무 느려서 실망스럽죠. 정확히 그 이면을 알수는 없지만 유통망과 네트워크 기업들과의 관계가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 모바일 인터넷 기업에서 향후 5년간 주목해야할 점은 먼가요?
지금 인터넷 비지니스는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데이터를 받는 기업과 데이터를 제공하고 현금을 받는 기업으로 나뉘어집니다. 이 모델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요. 다른 시장간에 정보가 공유되는 방식이 복잡해졌고 소비자가 똑똑해지면서 데이터를 넘겨주지 않으려하거든요. 지금 사업자들은 정부가 그동안 모아왔던 데이터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들고 있습니다. 정보 수집과 공유에 규제가 가해질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지형과 밀접하게 관련되있기도 하고요.
– 최근 가장 열심히 읽으며 좋은 인싸이트를 얻는 곳은 어디인가요?
솔직히 그 어떤 매체들보다 제 블로그 포스팅마다 달린 40,000개 답글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제 의견을 리뷰해주거든요.(Forbes)
역자 주. 아심코(Asymco)는 모바일 현황 관련 자료에서 권위높은 시장조사 전문 블로그입니다. 직관적으로 알아보기 쉬운 도표들로 유명하니 관심있으신 분은 한 번씩 들여다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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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조사기관이라기보다는 1인 컨설팅기업에 가깝지 않을까요? :) 잘 읽었습니다.
시장조사 전문 블로그로 수정하였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
세 번째 답변에서 '끼워맞춰보려하지만' 띄어쓰기, '핸리' -> '헨리', 일곱 번째 답변에서 '정치적지형' 띄어쓰기 수정 부탁드려요~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