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자연주의자(naturalist)” 와 “실험주의자(experimentalist)”, 두 종류의 생물학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종종 어린시절부터 다른 성향을 나타냅니다. 자연주의자는 모든 동물과 식물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라틴어 학명을 마치 비밀스런 학문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인양 생각합니다. 자연주의자들은 자연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즐기며 수없이 많은 종류의 생물들에 대해 배워나갑니다. 예를 들어 어린 다윈은 주위의 모든 딱정벌레와 따개비를 익혔습니다. 그 반면 실험주의자들은 자연의 원리에 보다 천착합니다. 이들은 동물과 식물의 분류학대신 한꺼풀 아래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궁금해합니다. 이들은 생물 내부의 장기들, 그리고 실험을 통해 장기들의 역할을 밝히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따라서 생물의 다양성은 그저 잠깐의 즐거움일 뿐입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험주의자”입니다. 그러나 이 설명도,”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를 쓸 때까지의 리처드 도킨스만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그를 신(God)에게까지 맞서게 만들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합니다.
도킨스가 이야기하는 자신의 어린시절은 놀라울 정도로 매혹적입니다. 그는 우리가 꿈에서나 그릴 그런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생물학자였고, 자연주의자에 속하는 생물학자였습니다. 아버지 덕에 도킨스는 그의 가장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다정스런 친구들과, 동물들을 쫓으며, 그리고 그들을 돌봐주던 하인들과 함께 보낼 수 있었습니다. 쾌활했던 도킨스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어린 도킨스에게 시(poetry)의 즐거움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도킨스는 곧 집안의 자연주의자적 전통에 실망을 느꼈습니다.
도킨스는 불안정한 사춘기와 함께 비교적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한 선생님은 그의 과학자로서의 소질을 알아보았고 그가 옥스포드에서 동물학을 전공하도록 이끌었습니다. 그는 17세가 되었을 때, 어린시절 받아들였던 기독교 신앙을 버렸고 회의주의를 지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옥스포드에서 박사과정에 있던 60년대, 도킨스는 당시 갓 등장한 컴퓨터에 빠졌습니다. 그는 훌륭한 프로그래머였고, 만약 세상이 그 시대에 그대로 머물렀다면, 그는 즐겁게 긱(geek)으로 불리며 연구실에서 일생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는 또 칼 포퍼가 강조했던 엄밀함을 실험주의자로서 몸에 익혔습니다. 그와 같이 동물행동을 연구했던 니코 틴버겐은 그가 매우 영특한 과학자였음을 증언합니다. 도킨스는 학문적으로도 어느 정도 이름을 얻었고 옥스포드와 다른 나라에서 그에게 자리를 제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76년, 그는 “이기적 유전자”를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오늘날에도 판을 거듭해 인쇄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이 매우 적절한 때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은 1964년 발표된 해밀턴의 연구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도킨스는 자신이 해밀턴의 연구를 1966년에 이미 자신의 노트에 기록했었다는 사실을 힘들게 증명한 적이 있습니다. 또 같은 66년 조지 윌리암스 역시 유전자의 역할에 관한 포괄적인 학술서적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는 해밀턴과 다른 이들에게 가야 할 명성을 도킨스가 가로챘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비난은 “이기적 유전자”가 성공한 비결인 도킨스의 뛰어난 글솜씨를 고려하지 않은 비난입니다. 도킨스는 누구의 생각도 빼앗지 않았고, 그는 적당한 시기가 왔을 때 이 생각들을 세상에 알렸을 뿐입니다. 그는 다른 학자들의 이름을 충분히 명시했습니다.
생물학자 도킨스가 나의 주장처럼 실험주의자(대부분이 ‘긱’인)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면, 그는 그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사람입니다. 대부분의 ‘긱’은 글솜씨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이것은 기계를 만지는 사람들의 불행한 운명입니다. 그러나 도킨스는 그의 부모의 영향으로 어린시절 시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고, 적절한 단어를 선택했을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배웠습니다. 뛰어난 글솜씨를 가졌던 생물학자들인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 루이스 토마스, 그리고 스티븐 제이 굴드등은 모두 자연주의자들이었습니다. 찰스 다윈은 자연주의자 중의 자연주의자였습니다. 그러나 도킨스는 포퍼주의 실험주의자의 엄밀한 확실성과 누구나 인정하는 뛰어난 글재능으로 무장하여 자신만의 계보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어쩌면 그가 보이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그리고 때때로 그의 적들이 그에게 보이는 적개심의 근원일지 모릅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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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는 누구의 생각도 빼았지~ 에서 빼았지가 아니라 빼앗지 입니다
감사합니다. ^^
참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두 번째 문단 두 번째 문장에서 '쓸때까지의', 세 번째 문단 첫 문장에서 '놀라울정도로', 다섯 번째 문단 마지막 문장에서 '어느정도', 여섯 번째 문단 뒤에서 네 번째 문장에서 '가야할' 띄어쓰기 부탁드려요~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 콤마 위치가 조금 어색한 것 같아요~ㅎㅎ 항상 좋은 기사 잘 읽고 있습니다
수정하였습니다. 세심한 관찰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