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힌 범고래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블랙피시(Black Fish)”는 액션 스릴러물을 방불케 합니다. 조련사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로 문을 열고, 배경음악은 긴박감을 더합니다. “블랙피시”처럼 극적인 요소와 상품성을 갖춘 다큐멘터리들의 등장으로, 최근 다큐멘터리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2001년 영국 영화계에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는 단 4편 뿐이었지만, 작년에는 무려 86편이 등장했습니다. 칸 영화제의 영화 마켓에서도 다큐멘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5년 만에 2배나 커져 이제 전체의 16%를 차지합니다. 영국 박스오피스에서 다큐멘터리 티켓 매출은 전체의 1%에 불과하지만 이는 1년 만에 6배가 증가한 수치죠.
다큐멘터리의 인기 상승 비결은 무엇일까요? 코믹스 원작 영화와 지구 종말 액션물의 유행이 이어지면서 황당한 플롯과 스펙터클보다는 제대로 된 스토리텔링에 목마른 관객들이 생겨난 것도 한 가지 원인일 겁니다. 신문사나 방송국의 장기 취재 보도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다큐멘터리가 탐사 보도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영국의 다큐멘터리 배급사인 덕우프 픽쳐스(Dogwoof Pictures)의 관계자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마인드가 변한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감독의 “화씨 911(Fahrenheit 9/11)”과 모건 스펄록(Morgan Spurlock) 감독의 “수퍼사이즈미( Super Size Me)”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많은 감독들이 다큐멘터리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중시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다큐멘터리 감독들도 진지한 주제를 던져놓고 관객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극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이야기 속에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을 등장시켜 보다 기억에 남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려 한다는 것이죠. 베르너 헤어조크(Werner Herzog)나 빔 벤더스(Wim Wenders)와 같은 감독들도 다큐멘터리의 관객층을 확장시키는데 기여했습니다.
앞으로도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성공을 이어나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얼마전 1960년대 인도네시아에서 암살단 단원으로 살다가 정치인이 된 인물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내놓은 조슈아 오펜하이머(Joshua Oppenheimer) 감독은 억지로 극적인 구조를 다큐멘터리에 적용할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진짜로 영화적인 순간”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이유는 실제 인물들이 겪는 드라마를 보고 싶어서인데, 형식이 억지스러워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배급사 관계자는 적절한 마케팅 전략이 필수라고 말합니다. 아프간 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레스트레포(Restrepo)”를 군인들의 슬픈 이야기가 아닌 액션물로 광고하고, “블랙피시”를 스릴러물로 광고한 것이 유효한 전략이었다는 것이죠.
한 때 실력있는 감독들이 만드는 지루한 작품으로 여겨지던 다큐멘터리는 이제 주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진실은 픽션보다 강렬한 법인가 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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