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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유로에 공항 사실 분?” 스페인 경기침체의 자화상

스페인 중부 카스티야 지방의 소도시 시우다드 레알(Ciudad Real)의 인구는 7만 5천 명입니다. 대부분의 스페인 사람들조차 어디에 붙어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이 작은 도시에 A380도 너끈히 이착륙할 수 있는 넓은 활주로와 대형 터미널을 자랑하는 시우다드 레알 라만차 공항이 들어서 있습니다. 으리으리한 시설을 지어는 놨지만 수요가 거의 없다 보니 이내 적자에 허덕이게 되었고, 경기 침체와 함께 부동산, 건설업계의 거품이 꺼지자 공항은 거대한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공항 지분의 68%를 소유했던 최대주주 카스티야 라만차 은행은 이미 파산했고, 이밖에 지역 저축은행들과 소규모 항공사들이 투자한 돈을 조금이라도 건지려고 줄을 서 있습니다. 10억 유로(1조 5천억 원)를 들여 지은 공항의 경매 시작가는 1/10 가격인 1억 유로.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8천만 유로부터 민간 경매에 부치고, 이마저도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법정 파산 상태가 되어 강제로 매각될 운명입니다.

공항, 고속철도를 비롯한 대형 기반시설은 스페인 지방정부들이 경기가 한창 좋을 때 지역 은행들을 등떠밀어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들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지역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걸 보고 자극을 받은 지방정부들이 사업의 수익성 검토도 없이 마구잡이로 벌여놓은 일들이 경기 침체와 함께 거대한 빚더미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겁니다.

지난 2/4분기에 파산을 신청한 스페인 기업은 2,40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 늘었습니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5,069개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줄었지만, 건설업계 회사들이 29.1%, 에너지나 다른 산업분야 회사들이 18.4%를 기록했습니다. 스페인 경제는 여전히 지난날 무리한 투자의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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