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터키 북부의 흑해 연안도시 트라브존(Trabzon)에서 이슬람 교도들의 신성한 의식인 라마단의 시작을 알리는 기도회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기도회가 열린 장소가 적지 않은 세속주의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슬람주의자들은 도시 곳곳에 널린 이슬람교 사원 모스크 대신 아야소피아(Haghia Sophia)를 기도회 장소로 택했습니다. 이스탄불에 있는 아야소피아와 이름이 같은 트라브존의 아야소피아는 보존 가치가 높은 13세기 비잔틴 양식의 건축 문화재로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 뒤 모스크로 사용되다가 1964년부터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터키 정부 산하의 (종교 관련) 문화재 관리청에 포진한 이슬람주의자들은 아야소피아가 원래 메메드 2세(15세기 비잔틴 제국으로부터 지금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을 비롯한 트라브존을 정복한 술탄) 재단의 소유인데, 터키 문화부가 불법적으로 점유해 박물관으로 전용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들의 주장을 트라브존 법원이 받아들인 직후 이슬람 기도회 장소로 아야소피아가 채택된 겁니다. 이슬람 기도회를 위해 아야소피아 바닥의 정교한 모자이크들은 빨간 양탄자로 덮였고, 삼위일체를 표현한 돔의 천장화는 건물 안에 천막을 쳐 가려놨습니다.
전통적으로 세속주의가 강한 지역인 트라브존의 여론은 이와 같은 ‘문화재의 이슬람화’를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이즈닉(Iznik)이라는 도시의 아야소피아가 이슬람화 되면서 사실상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어버린 점을 들며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도 많지만, 문화재 관리청은 정치적인 반대일 뿐이라며 이들의 우려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세속주의자들은 세계적인 문화재인 이스탄불 아야소피아의 (비잔틴 대성당으로의) 복원 작업을 이슬람 색채가 짙은 정의개발당 정부가 중단해버리는 건 아닐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총리는 그럴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모든 것을 “술탄의 뜻”이라며 밀어부치고 있는 문화재 관리청의 행보는 세속주의자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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