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러시아 소치는 현재 하나의 거대한 건설 현장입니다. 비용과 효율성, 자연과 인간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산국가 시절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와 다른 점이 없고, 한 발 더 나아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건설 현장입니다.
소치가 동계올림픽 장소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쭉 있어왔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드물게 눈이 잘 내리지 않는 곳이고,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릴 장소도 한 때 말라리아 모기가 들끓던 늪지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무슬림 주민들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아 무장 충돌이 종종 일어나는 지역으로, 혹자는 “카불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에게 소치 올림픽은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행사인듯 합니다. 대통령은 이번 올림픽을 인간과 자연에 대한 자신의 지배력과, 러시아의 국제적 정당성을 확인시켜 줄 기회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번 올림픽이 페어플레이 정신과는 거리가 먼, 정실 자본주의와 법치의 부재, 비효율성, 자연 파괴의 대명사라는 안팎의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소치 동계 올림픽은 이미 여러모로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선 500억 달러의 자본이 투입되어, 가장 돈이 많아 들어간 올림픽으로 기록을 세웠습니다. 국가와 건설회사들 간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부정부패는 세계 어디서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의 부작용이지만, 러시아에서는 건설보다 부정부패가 메인으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스키 점프대가 수 차례 수리를 거치느라 건설 비용이 예산의 7배에 달할 만큼 부실 공사도 많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도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계약서도 없이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작년 한 해에만 현장의 사망자 수가 25명에 달했습니다. 공사의 대부분을 관장하는 기관은 국영 기업 올림프스토리(Olympstory)인데, 부정부패 혐의로 물러난 사장만 지난 6년 간 3명에 이릅니다.
올림픽 관련 공사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90억 달러 규모의 철도 공사는 소련 시절 BAM 철도 건설을 연상케 합니다. 36년의 기간에 걸쳐 엄청난 비용을 들인 BAM 철도 공사는 오로지 정부의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목적으로 시행되었으며, 국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정치적 환경과 기업적 이익 위에 국가의 이익을 두는 체제에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소치 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러시아가 홍보했던 나라, “삶의 질 향상, 언론의 자유, 권력의 균형, 자유로운 공개 선거”를 앞세우는 국가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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