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구하고 있습니다(I am looking for work).”
젊은 나이에 몸뚱이 하나만 믿고 미국으로 건너온 쿠바 출신 이민자 마리오 루비오(Mario Rubio) 씨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영어는 저 한 문장이었습니다. 그런 절박함으로 열심히 일하고 또 일한 끝에 루비오 씨는 미국 시민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아들인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플로리다 주 상원의원이 지난달 상원을 통과한 이민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것은 이러한 집안 내력의 영향도 분명 컸을 겁니다.
어느덧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지고 기형적인 낡은 법안이 된 현재의 이민법을 개정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은 숙련노동자들과 기업인들에게 더 많은 비자를 주고 이주 노동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상원의 안이 그대로 법이 된다면 불법 이민자 1,100만 명 가량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지기 직전에 (기존 80억 달러에서 대폭 늘린) 460억 달러를 멕시코 국경 경비에 쓰겠다는 내용이 추가된 건 루비오 의원과 달리 이민법 개정안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대다수 공화당 의원들을 배려한 내용이었습니다.
상원에서는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 전원과 공화당 의원 1/3의 지지를 얻어 68:32로 여유 있게 법안이 통과됐지만, 공화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하원에서는 통과가 쉽지 않습니다. 당장 뵈이너(John Boehner) 하원의장부터 당원 다수가 반대하는 법을 지지할 수 없다고 못을 박은 상태입니다. 이민법 개정에 반대하는 많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밑도 끝도 없이 국경 경비 강화만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잇따른 제리멘더링의 결과 공화당 하원의원들 가운데 유권자 대부분이 이민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치를 떠는 백인들로 구성된 지역구 출신이 적지 않습니다. 이민법 개정안에 조금이라도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가는 다음번 선거에서 더욱 보수적인 당내 도전자의 표적이 되기 십상인 셈입니다.
장기적인 인구 변화 추이를 고려한다면 공화당도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이미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절반이 유색인종입니다. 2060년이면 히스패닉이 아닌 백인의 인구 비율은 43%에 그칠 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공화당이 유색인종과 이민자들에 대한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다면 롬니의 대선 패배를 언제까지 답습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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