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우리가 어디에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를 감시하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뉴스를 위한 영상은 원격조종되는 드론 리포터에 의해 촬영됩니다. 우리에게 성관계를 맺을 상대방을 추천해주는 앱도 등장했습니다. 특이점(singularity)은 이미 일어났고, 단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것일 뿐일 수 있습니다.
NSA가 미국인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스노우든의 폭로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사람들이 그 소식에 그렇게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점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은 정부가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또 이메일과 전화가 완벽하게 사적인 것이라 믿는 것은 바보들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면에서, 스노우든은 사람들이 이미 받아들이고 있던 사실을 확인해 주었을 뿐입니다. 물론 모호한, 때로는 음모론으로도 치부되던,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면을 그가 분명한 진실로 확인해주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한 사람이, 자신이 실제로 자신이 상상하던 세상에 이미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의 섬뜩한 느낌을 무엇이라고 부를까요? 70년대라면, 앨빈 토플러와 하이디 토플러가 말했던 “미래 충격(future shock)”이라고 불렀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런 느낌을 “특이점을 지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던 미래가 곧 현실로 다가오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우리는 전통적인 프라이버시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주장들을 접해왔습니다. 소셜 미디어들은 사람들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한 개인의 사적인 순간들을 전세계와 공유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특이점이란, 당대의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는 역사적 변혁의 시점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1950년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2010년 사람들과 스마트폰의 관계를 이해하기 힘들어 할 것입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을 이야기하며 인공지능이 온라인에 등장하는 순간 거의 순간적으로 세상은 바뀔 것이라 주장한 바 있습니다. 컴퓨터학자 버노 빈지 역시 이”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을 이야기하며, 이것이 일으킬 변화는 뽕나무 밭이 바다로 바뀌는 변화와 같기 때문에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만약 모든 사람들이 뽕나무 밭이 바다로 바뀌리라 기대하고 있었다면 실제로 밭이 바다로 바뀌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무심코 지나칠 수 있습니다. 나는 이것이 오늘날 사적영역보다 훨씬 급격하게 변화하는 공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또 스노우든의 폭로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는 오늘날의 감시시스템이 거리에서, 하늘에서, 그리고 모두의 주머니에서, 사적인 영역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정치적인 영역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당신의 이웃이나 친구가 당신이 속옷차림으로 춤추는 것을 보게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공공기관과 정부가 우리의 모든 행동, 즉 속옷차림만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읽고 있는지 까지를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변화를 새로운 투명성의 시대라고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투명한 사회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투명할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NSA는 당연히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자신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투명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노우든이 밝힌 사실들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누가 당신에 대한 정보를 해석할 권리를 가지느냐 입니다. 오늘날 평균적인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은 흔적을 정보화 하여 남기고 있으며 이것은 매우 많은 종류의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당신은 컴퓨터 게임속의 화학무기를 알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을 수 있지만, 당신의 활동이 그들이 생각하는 테러리스트의 조건과 일치하는 순간, 당신의 변명은 통하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투명성은 진실을 보게 하지 못합니다. 단지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는 자료들을 보게할 뿐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자료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들 자료를 해석할 권리를 쥐고 있습니다.
나는 이것이 특이점을 지나고 있을 때의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공적영역은 새로운 해석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io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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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사, 명료한 번역,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 여러가지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글이네요. 판 옵티콘의 세계가 떠오르는군요. 헤어날 수 없는 수많은 감시의 눈 속에서 과연 개인이 어떻게 권력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것인가 생각해봅니다. 그 세계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것으로 인식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이 변혁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어진 숙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푸름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기사를 찾는 것과 명료한 번역을 하는 것, 늘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고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당연한 것은 없다"(Terminator 2 의 No Fate 가 떠오르는 군요) 라는 삶의 자세는 저도 늘 명심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새로운 통찰들을 얻게 됩니다. "해석할 수 있다는 권리!" 권력의 한 중심으로서 해석에 대한 부분이 더욱 강화되겠다 생각이 듭니다. 아니 이미 NLL논란을 통해서 해석에 대한 부분이 본 기사처럼 "특이점을 지나"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음을 봅니다. 이제는 이 해석의 권리가 사적영역으로 깊숙하게 들어온다는 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발언할 것인가? 아니며 침묵할 것인가?'란 선택의 문제를 모두에게 제기할 듯합니다.
로직님, 역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NLL 과 관련된 해석은, 사실 제가 기사를 선택했던 이유와도 관련이 있으며, 누군가는 그렇게 읽어주시기를 바랬던 해석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