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이탈리아에는 잘 차려입은 패션 피플들이 넘쳐납니다. 이번주 피렌체에는 남성복 패션쇼 삐띠 워모(Pitti Immagine Uomo)가, 며칠 후 밀라노에서는 밀라노 모다(Milano Moda)가 열립니다. 이탈리아의 패션은 여전히 전 세계의 주목을 끌지만, 화려한 런웨이 뒤의 의류, 악세서리 제조업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메이드인 이태리(Made in Italy) 라벨은 수세대 내로 없어질 지도 몰라요.” 디자이너 에르마노 세르비노(Ermanno Scervino)의 말입니다. 더이상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제조공방의 견습공이 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 세르비노는 장인의 손이 필요할 때면 런던, 모스크바, 도쿄의 인력을 활용합니다. 명품 브랜드의 수제 가죽가방을 만드는 지안프랑코 로띠는 14살에 작은 공방에 견습공으로 들어가 일을 익혔으나, 이제 70세가 되어 은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피렌체의 12,000여명 가죽 장인들 대부분 상황이 비슷합니다. 구찌, 까르띠에 등에 가방을 납품하는 B&G의 사장 프랑코 바카니는 기계식 공정을 도입해도 가죽을 고르고 재단해 짜맞추는 데는 장인의 손길이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청년실업률이 35%에 이르는 이탈리아에서 연 18,000유로(약 2,700만 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가죽 장인 직업에 종사하려는 젋은이들이 없다는 건 얼핏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즘 이탈리아인은 다른 선진국처럼 아무리 숙련직이라고 하더라도 육체노동보다는 전문 사무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대학에는 관심도 없고, 실무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전공을 공부하고 실업자가 된 젊은이들이 넘쳐납니다. 2006년 이후 섬유 의류산업 비숙련노동 일자리가 86,000개 가량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간 것도 산업이 하향세에 있다는 젊은이들의 인식에 한몫 했습니다. 그러나 최고의 기술을 갖춘 장인은 경쟁회사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고 스카웃되기도 합니다. 토즈(Tod’s) 등의 회사는 이러한 사례를 홍보해 인력을 확보하려 노력하고있습니다.
장인이 사라지면서 해외에서 대부분의 작업을 끝낸 후 이탈리아에서 마지막 조립만 하여 “Made in Italy” 라벨을 붙이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명품브랜드는 명성을 해칠까 자제하고 있지만 이탈리아의 장인이 바닥나면 그들도 별다른 수가 없을 것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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