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오픈(롤랑가로, Roland-Garros)은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주 라파엘 나달, 세레나 윌리엄스의 우승과 함께 올해 롤랑가로가 막을 내렸죠. 대회는 예년처럼 성황리에 막을 내렸지만, 어쩌면 몇 년 뒤부터는 다른 경기장에서 대회가 치러질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 테니스협회(French Tennis Federation)가 경기장 확장계획을 제출하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롤랑가로의 경기장 부지와 시설은 4대 메이저 대회 경기장들 가운데 가장 좁고 낡았습니다. 호주 멜버른과 윔블던의 경기장은 메인 코트에 비를 피할 수 있는 (반)개폐식 돔을 설치했고, US오픈이 열리는 뉴욕 플러싱의 아서 애쉬 경기장(Arthur Ashe stadium)은 세계에서 가장 큰 테니스 경기장입니다. 파리 16구의 아름다운 볼로냐 숲(Bois de Boulogne) 끝자락에 위치한 롤랑가로 경기장은 1928년 지어졌습니다. 몇 차례 개보수를 거치긴 했어도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도 없는데다 시설도 낡았습니다. 지난해 남자단식 결승전은 자꾸 내리는 비 때문에 중단과 재개를 거듭한 끝에 이틀에 걸쳐 치러지기도 했습니다.
협회는 최신식 시설을 갖춘 더 큰 경기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경기장과 부대시설을 위해 파리의 허파와도 같은 숲을 더는 훼손할 수 없다는 환경 보호론자들부터 근처에 사는 부유층들, 스포츠 팬들, 나아가 파리시민들까지 얽히고 섥힌 첨예한 찬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파리시가 경기장 신축계획을 승인하지 않자 심사가 뒤틀린 협회가 아예 대회 장소를 근처 베르사유나 다른 곳으로 옮겨버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결국 협회는 3억 4천만 유로(5천억 원)를 들여 현재의 경기장 부지 면적을 약 12만 8천m2 늘려 코트를 늘리고 개폐식 지붕도 설치하는 방안을 새로 냈고, 새 계획은 사회당의 들라노에(Bertrand Delanoë) 파리시장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법원이 비용이 너무 높다며 건축계획에 허가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2012년 올림픽 개최지를 런던에 빼앗겨 자존심이 상했던 파리시민들과 들라노에 시장, 반대로 스포츠 산업을 빙자한 토건 경제보다는 숲이 주는 가치가 소중하다고 주장하는 녹색당을 비롯한 보호론자들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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