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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을 (여전히) 신뢰해야 할까요?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경제학자들이 미래를 잘 예측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경제학자끼리 때로는 신문 지면을 통해서 날 선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좀처럼 동의하는 경우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근 문제가 된 라인하트-로고프 페이퍼를 둘러싼 논쟁 역시 경제학자들의 명성을 회복하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경제학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저 역시 가지고 있지 않지만 경제학 박사과정을 경험한 사람으로써 저는 사람들이 경제학자들에 대해서 알아야 할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경제학 이론가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들은 수학에 기반한 모델을 만드는데 이는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설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학자들이 전체 경제에 기반한 모델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들이 모델에 사용하는 가정(assumptions) 역시 현실과 전혀 상반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 모델들로 경제 상황을 예측(predict)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이론만이 유일한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데이터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화학이나 생물학자들은 연구실에서 원하는대로 여러 조건들을 통제한 뒤 실험(controlled experiment)을 할 수 있습니다. 특정 시장을 연구하는 미시경제학에서도 이것은 가능할지 모릅니다. 실제로 구글이 온라인 광고를 판매하는 경매 시스템은 미시경제학자가 디자인한 것입니다. 하지만 거시경제학자들은 국가나 전체 경제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가장 유능한 경제학자들 역시 이러한 한계를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프린스턴 대학의 졸업식에서 연설을 한 벤 버냉키 연준 위원장은 반 농담으로 청중들에게 “경제학은 정책 결정자들에게 그들이 과거에 어떤 잘못을 했는지를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는 고급 학문이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별 소용이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거시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인 하버드 대학의 맨큐 교수도 2011년 뉴욕타임즈 칼럼을 통해 25년 이상을 경제학자로 살았지만 여전히 경제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고 고백했습니다. 따라서 당신이 경제학자의 말을 들을때, 핵심은 왜 그들이 특정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폴 크루그만(Paul Krugman)은 경기가 심각하게 침체된 상황에서 통화정책은 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명목이자율은 0보다 낮을 수 없고 또 중앙은행이 미래에 인플레이션을 허용할 것이라고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데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면 로버트 배로(Robert Barro)는 재정정책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주장하는데 왜냐면 정부가 현재 경기부양책을 펼치면 사람들은 미래에 세금이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따라서 미래를 위한 저축을 늘리기 위해서 현재 소비를 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주장을 이해할 수 있고 이 둘 중 자신이 봤을 때 어떤 주장이 더 논리적이고 현실적인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다른 경제학자들의 논리에 포함된 오류를 잘 지적한다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똑똑한 사람들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주장을 과장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할 때 다른 경제학자들이 대부분 이를 눈치채고 비판을 가합니다. 따라서 한 이슈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모두 경청해야 합니다. 당신이 그들에 대해서 얼마 만큼의 믿음을 가지고 있든, 경제학자들은 세계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동차 어디를 고쳐야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자동차 수리공과 다릅니다. 만약 어떤 경제학자가 자동차 수리공처럼 행동한다면 당신은 이를 의심부터 해보아야 합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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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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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있는 글인데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1. 거시경제를 따로 공부하지 않은 일반적인 사람이 '명목이자율이 0보다 낮을 수 없고 중앙은행이 미래에 인플레이션을 허용할 것이라고 사람들을 설득시키는데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라는 '기본적(?)'인 주장을 이해할 수 있고 심지어 다른 주장과 비교해서 어떤 것이 더 논리적인지 판단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2. 다른 경제학자들의 논리에 포함된 오류를 잘 지적하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장점이고 존재이유라는 것은 이상한 논리이군요. 그렇다면 글의 화두에서 제기된 것 처럼 최소한 미래 예측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는 경제학자 집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가 아닌지?

    • 좋은 의문점 감사드립니다. 두가지 의문에 대한 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저자가 크루그만과 배로의 주장을 두고서 사람들이 비교/판단할 수 있다고 말을 한 맥락은 아마도 어떤 주장이 (객관적으로) 더 옳다고 판결을 내리는 것이라기보다 각자가 경험하는 현실이나 가지고 있는 정보에 기반을 해서 "누구 말이 더 맞는 것 같아"라고 어느쪽에 더 동의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크루그만과 배로의 예를 저자가 든 이유는 거시경제의 상황이나 정부 정책의 효과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고 매우 뛰어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전혀 상반되는 의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 같습니다.

      2. 예측은 못하면서 다른 사람 잘못만 잘 집어낸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제가 봤을 때 학문의 발전을 판단하는 하나의 지표로 그 학계가 논문에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다른 학자들의 논문을 날카롭게 비판할 수 있는가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난 금융 위기때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책(stimulus)를 추진하려고 할 때 민주당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경기부양책 규모가 너무 적다고 비판을 했지만 공화당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경기부양책 자체가 효과가 전혀 없다고 서로의 논리를 비판했죠. 이런 균형잡힌 논쟁 과정을 통해서 정책이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순기능도 있기 때문에 저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경제학의 이러한 장점이 미래 예측을 더 잘 하게 만든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일관되게 경제학이 예측을 위한 학문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네요. 다만, 경제학이 현실에서 쓰이는 방식을 보면 경기 부양책, 부동산 대책 등 미래의 경제 현상을 바꾸기 위해서 경제학자들의 조언이 정책에 반영되는데 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는 그러한 예측을 위한 트레이닝이 아니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이 가지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이 저자의 핵심 논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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