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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모나코와 프랑스 축구협회의 “밀당”

프랑스 프로축구 클럽 AS모나코는 박주영 선수가 활약했던 팀으로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구단입니다. 2년 전 프랑스 2부리그 리게 두(Ligue 2)로 강등됐던 AS모나코는 2011년 12월 팀의 지분 66%를 인수한 러시아 출신의 비료 재벌 리볼로프레프(Dmitry Rybolovlev)의 거침없는 투자와 함께 올 시즌 2부리그 정상을 차지하고 1부리그인 리게 앙(Ligue 1) 승격에 성공했습니다. 곧 열리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AS모나코는 1억 파운드(1,740억 원) 가량의 돈을 쓸 기세입니다. 팔카오와 빅토르 발데스를 비롯한 최정상급 선수들의 모나코행을 전망하는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AS모나코의 투자를 바라보는 다른 프랑스 클럽들의 시선은 삐딱하거나 착잡하기만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프랑스 리그에 속해 있지만 입헌군주국 모나코에 적을 둔 클럽 AS모나코는 프랑스가 아닌 모나코의 세제를 따릅니다. 프랑스 구단들은 사회당의 올랑드 대통령이 연봉 100만 유로(15억 원) 이상의 고소득자의 세율을 75%로 올린 뒤 주축 선수들의 실수령 연봉액을 두고 말그대로 험난한 협상을 벌여야 했습니다. (관련 NP 기사보기) 하지만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모나코에서는 대부분의 세율이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선수들이 소득세를 안 내도 된다는 이점을 적극 활용해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선수들을 끌어모으는 AS모나코의 행보는 재정건전성 강화라는 모토 아래 가뜩이나 구단 운영에 압박을 받아온 다른 구단들에게 위협으로 느껴질 만 했던 겁니다.

결국 지난 3월 프랑스 프로축구 연맹(LFP, Ligue Profesionnel de Football)이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클럽의 본부가 프랑스 영토 밖에 있는 클럽은 1부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는 규정을 새로 만든 겁니다. 2부리그를 우승하고도 승격을 못하거나 아예 프랑스 리그에서 퇴출될 처지에 놓인 AS모나코 구단은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프랑스 축구협회가 제시한 중재안은 다른 구단들의 재정상황 개선에 쓰일 보조금 2억 유로(3천억 원)를 내면 AS모나코를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리볼로프레프는 중재안을 단칼에 거절한 뒤 법정 소송을 준비했습니다. 프로축구 연맹이 사실상 거액의 뇌물을 바치라고 협박하는 거나 다름 없는데, 새로운 규정은 자유로운 경쟁과 이주를 보장하고 있는 프랑스와 유럽연합의 법, 그리고 프랑스와 모나코 간의 세제 협정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법정 다툼을 벌일 경우 여러 달이 걸려 새 시즌이 차질을 빚겠지만 승산은 AS모나코 쪽이 훨씬 높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AS모나코는 규정을 철회하지 않는 한 타협은 없다고 못을 박았고, 연맹은 뽑아든 칼을 써보기는커녕 가누지도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프랑스 구단들 사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특히 AS모나코가 올 여름 벌써 영입을 확정지었거나, 영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선수들이 하나같이 다른 나라 리그 선수라는 점이 두둑한 이적료를 챙겨 구단 운영에 숨통을 틔우려던 일부 구단들에게는 아쉽기만 합니다. 올랭피크 리옹의 아울라(Jean-Michel Aulas) 회장은 이달 초 AS모나코가 프랑스 국적 선수 쿼터만 맞춘다면 1부리그에서 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리그에서 성장한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은 대부분 예외 없이 잉글랜드나 이탈리아, 독일 등의 리그로 떠났습니다. 유망주 양성소로 전락해버린 프랑스 리그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AS모나코가 영입설이 오르내리는 선수들 가운데 절반이라도 프랑스 리그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면 축구의 인기는 물론이고 TV 중계권료를 비롯한 리그 자체의 경쟁력도 분명 단시간 내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막대한 자금력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쥐고 있는 AS모나코는 프랑스 축구협회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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