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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잡스의 이메일로 살펴보는 협상전략

미국 법무부가 애플과 대형출판사 5곳에 대해 이북(e-Book) 가격담합 혐의로 반독점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련 NYT 기사 보기) 이 과정에서 애플이 가격 인상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스티브 잡스가 무대감독을 맡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메일이 증거로 나와 화제입니다.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뉴스코프(News Corp) 루퍼트 머독의 아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이메일을 통해 살펴보려 합니다.

2010년 1년 22일 아이패드 첫 발매를 일주일 앞둔 시점, 대형 출판사이자 뉴스코프의 자회사 하퍼 콜린스(HarperCollins)는 애플의 iTunes 스토어 이북 시장 입점을 거절한 상태였습니다. 아래는 하퍼콜린스의 CEO 브라이언 버리가 앱스토어 수장 에디 큐에게 보낸 이메일입니다.

“오늘 회의 때 제안한 내용입니다. 아래 조건들이 만족되면 애플 이북 오픈 시점에 맞추어 판매 가능하도록 맞춰보겠습니다. 첫째, 애플이 아니라 하퍼콜린스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합니다. 둘째, 하퍼콜린스와 애플이 가격에 동의하지 않으면 하퍼콜린스는 다른 업체에 더 높은 가격에 물건을 팔 수 있는 권한을 가질 것입니다. 셋째, 30% 입점비는 너무 높아 이북 시장 자체의 균형을 망가뜨릴 것입니다. 입점비 인하를 검토 부탁드립니다. 넷째, 애플에 입점해도 다른 업체에 12개월이 아니라 6개월 이내에 컨텐츠를 팔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합니다.”

이미 펭귄과 사이먼앤슈스터 등 대형 출판사와 좋은 조건에서 계약한 애플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일 리는 만무했습니다. 뉴스코프의 고위임원 제임스 머독이 이 이메일을 다시 스티브 잡스에게 전달했습니다.

“아래는 하퍼콜린스에서 애플에 보낸 제안서입니다. 다시 한 번 검토 부탁드립니다. 간단한 수학입니다. 아마존 킨들은 출판사에서 $13.00에 책을 사서 $9.99에 판매합니다. 작가는 하드커버 판매에서 $4.20, 킨들 이북 판매에서 $3.30을 법니다. (생략) 현재 가격 구조는 애플이 이북을 킨들보다 $3 비싼 $12.99에 판매해도 책 재료와 제작비 절약에서 번 돈을 출판사와 작가가 아닌 애플이 가져갑니다. 게다가, 이북 가격이 너무 높아 걱정이 됩니다. 대부분의 이북 가격은 $9.99에 책정됩니다. 이렇게 비싸면 시장 자체의 크기가 줄어들 것입니다. 신간 발매시 첫 6개월은 애플이 10% 입점비만 가져간다거나 하는 안을 검토부탁드립니다. 언제든 연락주세요.”

스티브 잡스는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래는 같은 날 스티브 잡스의 답장입니다.

“1. 아마존의 현재 비지니스모델은 적정한 수익을 내지 못하기에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이 시장을 키우려면 유통사도 돈을 벌어야합니다. 2. 주요 출판사가 아마존의 가격 $9.99 는 소비자 인식 속에 이북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며 지속하고 싶지 않다는 언급을 했습니다. 3. 애플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16.99까지 내던 소비자가 $12.99만 내면서 소비자도 돈을 버는 것입니다. 4. 출판사도 작가가 더 돈을 벌진 못하더라도 돈을 잃는 것도 아닙니다. 5. 아마존이 18개월동안 킨들 1백만 대를 팔았다고 합니다. 애플의 새 단말기는 첫 몇 주 동안 여태까지 팔린 킨들보다 더 많이 팔릴 것입니다. 아마존, 소니와만 일하면 메인스트림에서 멀어질 겁니다. 6. 소비자는 결제부터 배달 독서 경험까지 통합된 서비스를 원합니다. 애플의 경우 이미 1억 2천만 고객이 신용카드를 등록해 120억 달러가 넘는 상품을 구매했습니다. 이북 시장을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 수 있는 엄청난 자산이죠.
네, 책을 $9에 달라는 건 아마존이 현재 지불하는 $12.50보다 낮은 가격입니다. 하지만 현재 가격구조는 이북 산업을 지속가능하지 않게 만드는 구조일 뿐입니다. 애플은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수 있는 유일한 플레이어로, 이미 4~6개 대형출판사가 사인했습니다. 2차 오픈할때 HC도 사인하면 책이 많아지고 좋겠죠.”

다음날 머독의 답장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협상할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고, 머독은 협상하고 싶다는 여지를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 상품 중 50%이상의 책을 애플이 말한 $14.99이하에 제공가능합니다. 아직 HC 경영진과 논의한 건 아니지만, 제 생각에 일정 수량 이상 판매를 보장한다면 애플의 조건을 맞추는 쪽으로 한 번 얘기해보려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주세요. 그리고 다른 이야기지만, 뉴스코프는 책뿐이 아니라 미국내 비디오, 세계 전역의 비디오, 신문도 판매합니다. 모두 다른 상품이지만 애플과의 관계가 돈독해지면 애플과 뉴스코프 고객 모두에게 더 좋은 일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

다음날 아침 스티브 잠스는 더 강하게 계약을 밀어붙입니다. 우리 조건을 받아들이거나, 아마존과 잘해보라고요.

“우리는 이북 가격을 하드커버 책 가격에 맞추어 $12.99에서 $14.99 이하에서 정할 것입니다. 그 이상의 가격은 없어요. 그랬다간 모두 실패할 거예요. 아마존의 $9.99가 맞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12.99로 갈겁니다. HC에는 세가지 옵션이 있어요
– 애플과 함께 메인스트림으로 뛰어들어 $12.99와 $14.99로 진짜 이북 시장을 만드는 것.
– 아마존과 $9.99에 책을 파는 것. 당장은 아마존이 돈을 잘 쳐주니 $13.00을 벌겠지만 아마존이 못버티고 $9.99의 70%정도 줄거에요. 그쪽도 주주가 있으니깐요.
– 그것도 하지 마세요. 소비자는 결국 제대로 살수 없으니 불법적인 방법을 찾겠죠.
제가 놓친 옵션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사실 그렇지 않아요?”

결국 3일후인 27일, 하퍼스 콜린스는 애플과 계약한 대형출판사 중 하나로 발표되었습니다. 관련 뉴욕타임즈 기사
(The Atlantic)

원문보기
*원문링크에서 이메일을 요약되지 않은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자신감과 설득력이 돋보이는 이메일이니 확인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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