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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이공계로 이끄는 정책들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미국은 지난해 학생들의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영역의 학습수준을 높이기 위해 3조원의 예산을 209개 프로그램에 들였습니다. 지난 4월 10일 미연방회계감사원(GAO)은 이들 프로그램 상당수가 중복된다는 사실을 지적했으나, 같은 날,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예산 역시 증액시키기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 프로그램들이 실제로 과학과 공학에, 그리고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나는 두 질문에 대에 강하게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들 프로그램 하나하나의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공공정책의 측면에서 이것은 좋은 정책이 아닙니다. 인력시장에 과학과 공학인력의 공급을 늘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들 분야를 망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왜 학생들을 변호사나 회계사로 유도하는 정책이 없는지 생각해봅시다. 그 이유는 너무나 명백합니다. 학생들은 이들 직업이 유망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결과 이미 이 분야에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이공계에 주어진 수십년간의 지원정책은 대학에 이들 이공계관련 정원을 늘이는 효과만을 낳았습니다.

시장의 작동방식은 간단합니다. STEM 정책이 더 많은 어린 학생들을 과학과 공학분야로 유인할수록 이 분야의 구직자는 넘치게 되고 이들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사실 이것이 STEM 정책을 지지하는 산업계가 가장 원하는 결과입니다.

이런 일그러진 현실을 보는 것은 항상 나를 가슴아프게 합니다. 특히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기술에 대한 지식과 열정으로 가득차 있는 것을 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산업계가 진정 이들의 열정을 활용하고 싶다면, 그들은 자신의 돈으로 직접 이 젊은이들을 훈련시키고 적절하게 보상해야 합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의 산업계는 공공교육과 대학교육이 실패하고 있다는 이야기만을 반복합니다.

정부는 노동시장을 조절할 수 없으며 시장에 개입하고자 하는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교육정책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조언의 수준에서 그쳐야 합니다. “네가 면역학이나 지질학을 좋아한다면, 그것을 해보렴, 만약 음악을 하거나 투자은행에 가고 싶다면, 그것도 좋겠구나.”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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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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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내용이 재미있어서 오랜 만에 원문까지 두 차례 읽어봤습니다.
    Nature 의 이런 칼럼도 peer review를 거치는지 얼마나 권위를 인정받는지 궁금하네요.
    칼럼 원문이 주장하는 바에 비해 근거가 빈약한, 설득력 없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1) 원문 오류
    “inflating supply and depressing demand for scientists and engineers in the employment market”
    정부 정책이 노동시장에서 과학자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고, 예외적으로 그럴 수 있으나 본문은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이 공급을 늘리고, 임금을 하락시켰다면,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수요도 증가합니다.

    2) 변역 오류
    “수십년간의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학에서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의 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원문에 없는 내용이며, 내용상 “인력시장에 과학과 공학인력의 공급을 늘이는 것”, “더 많은 어린 학생들을 과학과 공학분야로 유인”, “이 분야의 구직자는 넘치게 되고” 과 모순입니다. 이런 것은 (지망) 학생 수의 증가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늘이는>늘리는

    “이런 일그러진 현실을 보는 것은 항상 나를 가슴아프게 합니다. 특히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기술에 대한 지식과 열정으로 가득차 있는 것을 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원문의 뉘앙스와 다릅니다.
    ‘나는 과학교육에 대한 산업계의 폄하가 그리는 그림을 파악하기 위해 항상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산업계의 폄하와 달리) 최근 학생들은 매우 우수하다.’
    “그리는 그림”은 폄하의 의도를 의미할 수도 있고, 그들의 언플에 가려진 실상을 의미할 수도 있고, 그들의 언플에 따른 정책 왜곡을 의미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모호해서 직역했습니다.

    “ultimately damages science and engineering”
    “장기적으로 이들 분야를 망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오류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제 생각에는 너무 강하게 번역된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들 분야에 해를 끼칩니다” 정도면 어떨까요.
    사실 저는 원문의 표현도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might damage 라고 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원문에는 미국 정부가 중복 등에 따른 비효율을 줄이고자 기존 프로그램들을 통합하면서 예산을 증액했다는 것이 두 차례 반복되는데 번역문은 “유지”한다고만 하여 그 의미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3) 원문의 무리수
    3.1)
    일반적으로 어떤 정부 정책이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질 때는 정책과 관련된 사회 전체의 비용과 편익을 따집니다. 납세자의 부가 과학기술인력 채용 기업에게 이전된다 하더라도 비용에 비해 편익이 크다면, 다시 말해, 결과적으로 기업을 포함한 납세자들이 충분한 편익을 누린다면 사회전체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의 이전 자체를 문제 삼고자 했다면 보다 명확하게 논점을 구별했어야 합니다. 과학기술 구직자들의 임금 하락은 해당 구직자들의 사적 편익 감소입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문제이나, 정책이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는데 가장 적실한 자료는 아닙니다. 사적 편익과 사회적 편익의 구별은 정책 평가의 기본입니다. 사회적 편익을 증대시키는 대부분의 정책은 일부 구성원의 사적 편익을 감소시킵니다. (모두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정책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 정책도 그런 사례일 수 있습니다.

    http://mvsm/2013/03/13/tax-apple/
    애플, 구글이 직원 교육에 투자하지 않거나 탈세를 한다고 해서, 인터넷, GPS, 터치스크린에 대한 연구 지원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애플의 탈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과세의 강화이지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 지원 축소가 아닙니다.

    3.2)
    해당 정책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 비효율적이라는 주장과 해당 정책이 과학에 해를 끼친다는 주장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일정한 교육 예산을 음악 교육에 몰빵했습니다. 이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미술에도 적절히 분배했다면 사회적 편익이 더 컸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각각에 대한 근거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음악 교육에 몰빵했더니 학생들의 음악적 자질이 하락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앞의 근거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근거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반례일 수 있는 “최근 학생들은 매우 우수하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근거는 3가지 입니다.
    a. 산업계가 과학 교육 실패를 주장하고, 과학기술 정부 지원 증대를 선호한다.
    b. 정부 지원 증대에 따라 과학기술인력의 “평균 임금 하락 가능성”이 있다.
    c. 투자 효과에 대한 평가, 확인 자료가 없다.

    의미 있는 것은 c 밖에 없고, c로 무언가를 주장하려면 딱 그만큼만 주장해야 합니다. 투자 효과에 대한 평가 자료가 없다는 말은 그 투자가 비효율적이라는 근거, 그 투자의 결과 과학 발전이 저해됐다는 근거도 없다는 말입니다. 자신의 주장에 근거가 없음을 자인하는 셈입니다.

    정부 지원에 따른 과학기술인력의 “평균 임금 하락 가능성”이 과학기술 연구 인력의 증가, 연구 예산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연구성과(의 총량)를 저해한다(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매우 의심스러운 가설입니다. 예를 들어, 연구 지원의 증가에 따라 top tier 연구 인력의 임금은 증가했을 수도 있고, 대부분의 연구 성과가 노동 시장에서의 임금 보다 과학자 커뮤니티에서의 명성에 민감한 연구자들에 의해 산출될 수도 있습니다.

    3.3)
    저자의 논리(?)는 “평균 임금 하락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평균 임금이 정말 하락했는지, 할 것인지 데이터로 검증을 해야 합니다. 정부 지원 증가에 따라 연구 인력당 연구 예산 및 프로그램이 증가하여 연구 인력 각자의 생산성, 인적자본이 증가하면 공급(구직자가)이 늘어도 평균 임금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6를 아이폰4, 아이폰5보다 많이 생산한다고 해서 가격이 반드시 하락하지 않습니다. 혁신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이 늘어도 가격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구직자의 임금이 과학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믿는다면, 정부 정책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량적 분석을 제시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동 기간 동안 평균 임금 하락 추세가 확인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말 해당 정책에 의한 결과인지는 엄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해당 정책은 임금을 상승시키는 쪽으로 작용했지만 다른 요인에 의해 임금이 하락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정부 정책이 없었다면 더 하락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해당 정책의 임금 효과에 대한 분석은 고사하고 평균 임금의 추세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변호사 회계사 얘기는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직종의 성격이 매우 다르고 따라서 정책 처방도 달라야 합니다.

    논리도 엉성하고, 경험적 근거(데이터)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주장하는 바도 명확하지 않은 이런 글이 어떻게 Nature에 실릴 수 있었는지 의아합니다. 웹에만 게시됐을 것 같네요. 제 댓글은 미국 정부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전혀 포함하지 않습니다. 저는 여기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습니다. 저자가 뛰어난 연구자일 수도 있고, 제가 지적한 내용을 다른 곳에서 상세하게 해명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글만 놓고 말하자면 개똥 같은 글입니다. Nature를 읽는 (자연)과학자들이 이 글에 어떻게 반응할 지 궁금하네요. 정책 찬반 논의를 위한 출발점으로 매우 부적절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재미있는 글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은 진심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 네, 좋은 의견과 일리있는 지적 감사합니다.

      제 생각에는 Nature 라 하더라도 칼럼이 따로 Peer review 를 받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군요. 물론 편집장의 손은 거쳤겠지요.

      먼저 지적하신 각 부분들에 대해 말씀드리기 앞서, 번역및 요약과정에서 원저자의 원문에 충실할 것 인지 또는 원저자의 의도를 독자에게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원문의 가지를 쳐내거나 살을 덧붙일 것인지 사이의 고민이 존재하며, 후자의 경우 그 과정에서 저의 사고방식이 의도적/비의도적으로 스며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변명으로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잘 구별하셨듯이, 원문이 새로운 언어로 잘 표현되었는가(번역오류)의 문제와, 원문 자체가 논리와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가(원문오류)의 문제와 바로 연관됩니다. 간단히 말해, 원저자의 의도에 제가 동감하고 있으나 원저자의 글이 설득력이 부족할 때 제가 원문의 뉘앙스 및 강도를 제가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다르게 선택하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아래의 지적하신 부분들 중 다수는 바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 문장들입니다.

      1) 원문 오류
      공급이 증가하는 것과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무관하다는 말씀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원저자의 글을 변명해 보자면, 원저자가 사용한 ‘수요’와 ‘공급’이라는 단어가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학술적 용어로서의 ‘수요’와 ‘공급’이 아닌, 일상적 용어로서 “공급이 충분해지니까 (추가)수요는 줄어들었다”정도의, 문장속에서 서로 호응하는 개념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 감히 추측해봅니다.

      2) 번역 오류
      2.1)
      “수십년간의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학에서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의 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원문에서는
      “But in many science and engineering disciplines, college places are ten-a-penny after decades of sustained government efforts to render them more attractive.”
      오류가 맞습니다. “공급을 늘여왔다” 는 표현을 “지망하는 학생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로 표현했습니다. 아마 제가 law school 과 medical school 을 지망하는 학생들의 수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수는 줄어드는 것을 늘 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의도했던 흐름은 이렇습니다. “변호사와 회계사는 전망이 좋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이공계는 전망이 나쁘기 때문에 지원정책을 펼침에도 불구하고 이제 학생들이 오지 않는다.”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변호사와 회계사는 전망이 좋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이공계는 지원정책의 결과 정원을 계속 늘여왔다.”
      그리고 말씀하신 모순의 경우,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원정책의 결과 공급이 넘쳐 가치가 떨어졌고, 이제 그 사실을 학생들이 더 잘 알고 있어 이 분야로 오지 않는다.” (이같은 제 해석의 배경은 글 아랬쪽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2.2)
      “이런 일그러진 현실을 보는 것은 항상 나를 가슴아프게 합니다. 특히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기술에 대한 지식과 열정으로 가득차 있는 것을 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원문에서는
      “I have always struggled to recognize the picture these detractors paint. I find most recent science graduates to be positively bursting with both technical knowledge and enthusiasm.”
      저도 처음에는 말씀하신 것 같은 해석을 생각했으나 어느 순간 위와 같은 생각이 떠올랐고, 말씀하신 것처럼 감정의 과잉이 맞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표현이 마음에 들어 버리기가 힘들었습니다.
      저의 해석에서 말씀하신 ‘the picture’는 바로 '지원정책의 유혹에 의해 이공계를 멋모르고 선택한 젊은이들'이 됩니다. 물론 원저자가 제가 한 해석과 같은 의도를 가졌을 확률은 말씀하신 해석보다 적은 것이 사실로 보입니다.

      2.3)
      “장기적으로 이들 분야를 망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역시 사견을 포함했습니다.

      2.4)
      사실 원글에서 미국의 예산에 대한 지적은 말씀하신 것처럼 많이 생략했습니다. 이것은 저희들의 소개기준 중의 하나인,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어떤 도움이 되는가라는 기준을 자체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또 한국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위해 '회계사'의 경우 '의사'로 바꾸고 싶었으나, 그것은 범위를 조금 넘어서는 것 같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3) 원문의 무리수
      3.1)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저도 사적 편익과 사회적 편익을 구별해야 한다는 말씀에 정확하게 동의합니다.
      정책을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적 편익이 얼마나 감소하며 사회적 편익이 얼마나 증가하는가일 것입니다. 이경우 보다 전문적인, 정량적인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구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사적 편익이 감소되는 방식이 합리적인가일 것입니다. 원글(또는 제가 옮긴 글)의 의도는 바로 이 문제에 있어서 정부의 지원정책이 학생들의 장기적인 사적편익에 대한 정보를 모호하게 만들고, 그 결과 학생들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해 누군가 정부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물으면서 현재의 정책을 비판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3.2-3)
      제가 생각하는 원문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이공계로 이끄는 정책은 노동시장을 왜곡한다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연구예산의 증가가 아닌 어린 학생들에 대한 교육예산의 증가입니다. 저도 연구예산의 증가와 연구성과의 총량이 정비례관계에 있을 것이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학생이 뛰어난 것과 장기적으로 과학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논리에 의해 모순이 아닐 수 있게 됩니다.
      1. 현재의 뛰어난 학생이 충분한 사회적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다.
      2. 그 사실이 사회에 알려지게 된다.
      3. 뛰어난 학생들을 이공계로 끌어오는 것은 더 힘들어진다.
      4. 이를 위해서는 더 큰 유혹적 정책을 펼쳐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을 직업으로 택하는 사람들의 수준은 낮아지며 이것은 과학에 해를 끼치는 것이다.

      저도 이 글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으로 보여 적잖이 놀랐습니다. 어쩌면 바로 위의 상황이 이미 한국과 미국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셔서들 일수도 있구요.

      사실, 이 글은 이미 한국사회에서도 이제 10년은 거뜬히 넘은 것으로 보이는, 이공계가 다른 고급 직업군들에 대해 가지는 열등의식의 연장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래의 글은, 11년 전 kids.kornetn.net 이라는 곳에 landau 님이 올리신 “사이언스 키드의 생애”라는 글입니다. (혹시나 참고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구요.)
      https://kldp.org/node/67733

      얼마전 동아일보에 실린 NYT 의 외부기고 선정기준(http://news.donga.com/BestClick/3/all/20130511/55069070/1 )중에 ‘논쟁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있더군요. 지금 이 글에도 꽤 많은 답글들이 어제 하루동안 달렸습니다. 대체로 말씀하신 것처럼 근거의 부족이나 STEM 교육이 이공계의 인력을 늘이기위해서가 아닌 시민의 과학소양을 목적으로 한다는, 원글에 대한 반론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어떤 글들은 이공계를 택했던 학생들이 정작 사회에 진출할 때 다른 길을 가더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글이 엉성함과 근거 부족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네이처에 실린 또다른 이유는 상대적으로 STEM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웹에만 게시될 지 지면에도 실릴지는 제가 며칠내로 확인가능합니다. 방금 도서관에 가보았더니 아직 이번 호는 나와있지 않더군요.

      전체적으로 볼때 지적하신 것처럼 정책의 효율과 기회비용, 사회적 편익과 사적 편익, 정부의 시장개입과 노동시장의 왜곡, 직업선택의 자유 및 정보의 불균형, 그리고 고용주, 정계, 노동자의 구도 등 매우 많은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고, 근거보다는 주장과 추측이 많습니다. 단지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고 논의 및 연구를 시작하게 만든다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정성들인 의견에 모두 매우 감사드립니다.
      지적하신 부분 중 2.1 은 변경하였습니다. 다른 부분들, 즉 뉘앙스에 저의 사견이 들어간 부분들은 그대로 두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들의 논의가 다른 분들의 원글 이해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 '정치학은 폴리스 안에 어떤 학문들이 있어야만 하는지, 또 각각의 시민들이 어떤 종류의 학문을 얼마나 배워야 하는지를 규정한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사실, 저자의 의견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정의를 풀어 해석한 것이라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몇 가지를 바로 잡고 싶은 것이 있다.

    먼저, 변호사, 회계사, (또는 의사)로 유도하는 정책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그 자격의 수를 제한하여 특정 직업의 가치를 유지함으로써 그 직업들을 선택하게끔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예로 법학전문대학과 학생 수를 제한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정부지원정책으로 공학계열 지원자 수가 줄었다는 것은 타당치 않다.

    둘째, 공업계열의 인력 공급과 수요는 시장의 논리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변호사와 회계사와는 달리 공업인력의 수요는 학문의 발달로 인해 창출되기도 한다. 또 공업분야 공급과잉은 정부의 지원정책에 기인하기보다는 구조조정 같은 방법을 통해 연구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윤이 주주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현 경제체제의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과학, 기술, 공학, 수학영역의 학습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프로그램 대상자가 이공계로 한정되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학문간 영역이 허물어져 공학이 예술의 힘을 빌리고 공학의 발전은 새로운 예술의 문을 열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문학 계열도 그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프로그램 수준이 교양수준이였거나 프로그램 대상자가 특정 전공자가 아니였을 경우에 저자의 주장은 힘을 잃을 것이다.

    Gre 시험문제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뭐지::::

    • 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모두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저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내어보자면,

      1. 변호사, 의사와 같이 자격의 수를 제한하는 정책과 STEM과 같이 특정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정책에 모두 사회적 편익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적 편익의 측면에서 전자는 자격을 가진 소수의 그것을 보호하는 정책인 반면, 후자는 그 정책에 의해 관심을 가진 자들의 사적편익에 무관한(또는 저자의 의견에 따르면 손해를 끼치는) 정책이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다른 차이는 STEM 정책의 경우 정부의 세금을 직접 사용하며 이로 인한 이득을 산업계가 본다는 면이 있습니다.

      2. 이 문제는 너무 큰 범위의 문제이기 때문에 분명하게 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말씀하신대로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하고, 정부의 지원정책과 현 경제체제 두 가지 모두 이공계의 공급과잉(또는 연구자들에 대한 미비한 보상)이 일어나는 부분적인 원인으로 작동한다면 손 댈 수 있는 지원정책이라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일리있게 들립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공계를 변호사나 의사와 같이 공급을 제한한다면 이들의 시장가치가 올라갈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3. 물론 프로그램의 대상자들이 이공계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의해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의 수가 더 증가하리라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잘 짜여졌다는 가정하에 당연하게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 이미 원문과 이 글에 토론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서 어떤 보탬이 될 진 모르겠고, 구체적 통계자료 없이 케이스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생명과학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 의견을 보태볼까합니다.

    원문을 읽으면서 동의하는 부분도 있었고, 아닌 부분도 있었습니다. 토론하기에 앞서서 좀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먼저 논의하기 전에 명확히 해야할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 STEM 예산 30억 달러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들인가?
    - 고등학교/undergraduate level에서 과학/공학/수학 전공자와 비전공자 대상으로 해당 분야의 소양을 기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
    - 대학원 level에서 해당 전공자에게 실제로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 대학원 level에서 비 STEM전공자에게 STEM관련 백그라운드를 제공하거나 학제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그램
    - 박사후과정 연구원 대상으로 월급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 박사후 과정 연구원 대상으로 인접한 비 아카데미아 커리어로의 전환에 필요한 트레이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이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각각의 프로그램마다 가져오는 결과가 다르며 따라서 사회적 득실이 구분되어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순수과학/공학/수학의 교육, 구직환경이 얼마나 같고, 또 다른가?
    - 순수과학 분야 속에서도 각 전공마다 커리어 패스가 다릅니다. (즉, 아카데미아, 기업체 직장 수가 다르고 그에 따른 학위 필요 유무, 학위기간, 학위후 박사후연구원과 같은 임시직 기간이 다릅니다.) 이런 차이점이 원문의 핵심 주장 중 하나인 수요-공급의 조절을 통한 노동시장의 개선 논의에 각 분야를 따로 다루어야할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생물학 분야의 경우만 말씀드리자면, 현재 박사학위 소지자 숫자에 비해 학위 소지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안정적 직장의 숫자가 부족하고, 구직시장이 정체되어 박사학위 소지자의 경우 5-7년여에 이르는 박사 과정 후 또다시 3-5년 이상의 (비정규직이며 최저임금 수준의) 박사후 연구 과정을 거친 후에야 전공관련 기업체나 학계의 정규직 자리를 잡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결과적으로 20대 중반에서 30대 중, 후반까지의 10년여를 최저임금을 받으며 연구하고, 이후에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은 상황입니다. 이는 IT 분야와 비교될 수 있을 텐데요. IT 분야의 경우, 현재 미국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잡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학계의 포지션이 아니더라도 관련 업계에 박사후 연구원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구직이 가능합니다. 또한, 아마도 이런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학계에 정규직으로 자리 잡기 전에도 박사후 연구 과정의 기간이 짧고, 금전적인 대우도 생물학 분야에 비해 나은 편입니다.

    힘든 구직 환경 속에서도 생물학 분야로의 유입이 크게 줄지 않는 이유를 몇가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학위과정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분야에 대한 흥미를 바탕으로한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학위과정 동안 학비와 생활비를 학교나 지도교수로부터 받아 생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학교나 교수 입장에선 학비와 생활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기 때문에 높은 동기 수준을 가진, 값싼 인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어드미션의 숫자를 줄이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생물학 연구 인력의 대부분이 학생과 장기적 비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현실을 초래했습니다. 이런 기형적 구조를 통해 지금의 과열된 경쟁의 연구 환경이 유지되고 있지만, 이것이 첫번째 댓글 다신 분 말씀대로 사회에 긍정적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로선 인재의 유입에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어떤 영향이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필자의 의견대로 만약 정부가 분야 진입 단계에서의 트레이닝 그랜트를 줄인다면 교수나 학과는 더 적은 수의 학생/포닥을 뽑을 것이고, 이건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경영학 박사 과정이 소수의 학생에게만 어드미션을 주고, 이들이 졸업 후 구직에 어려움이 없는 것이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한 구직시장의 정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미 국립 보건원 NIH과 국립과학재단 NSF) 주도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설되고 있습니다. 생물학 박사과정생이나 박사후 연구원들이 랩이 아닌 관련 기업체에서 한학기 동안 인턴을 하는 등 매니저 포지션의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법대에서 이중 학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 과학 정책기관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등입니다. 아마도 이런 프로그램등의 예산도 STEM예산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미 형성된 과잉 공급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개인적으로는 STEM예산이 지원되는 여러 프로그램을 한데 묶어 지원을 줄이자거나 늘여야 한다고 논의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또한 STEM에 속한 하위 분야마다 사정이 고려된 보다 세분화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지금 생물학 노동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 (과잉의 장기적 저임금 비정규직 인력이 분야를 구성하고있는 상황)은 분명 공급-수요의 불균형에서 야기된 면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좀 더 섬세하게 논의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위에 분 말씀대로 학문의 발달이 수요를 창출하는 상황이 (생명)과학 분야에도 오길 바랍니다만 예를 들어 IT 업계의 성공과 같은 방식의 변화가 생명과학계나 다른 자연과학 부문에도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고급인력과 컴퓨터만 있으면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IT 산업의 특성이 현재의 벤처붐을 일으켰고, 실리콘밸리를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비해 기초과학 분야들은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하고, 연구 성과를 얻기까지엔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됩니다. 이런 리스크 속에서 비슷한 성공이 이루어지려면 어떻게 정부가 개입해야할지, 아니면 어떤 다른 방식의 성공이 가능할지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편 (생명)과학 분야의 박사학위자들이 다른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얼마나 사회에 득이 될지, 사회가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을지, 과학 교육에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그런 목표를 달성하고자함이 것이 과연 효율적인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dial 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1. 저도 예산이 사용되는 방식은 궁금하던 부분이라 방금 찾아보았습니다.
      여기에 비교적 자세하게 잘 나와있군요.
      http://www.aip.org/fyi/2013/069.html

      크게 보아, 31억 불 중 교육부(Department of Education)에서 8.1억불을, 자연과학재단(NSF)에서 12.4억불을 사용합니다.
      교육부는 초중고를, NSF는 대학 이상을 주로 담당한다고 되어 있고, NSF의 경우 다시 초중고(K12)를 위해 2.7억불, 학부생을 위해 5억불, 대학원생을 위해 4.5억불을 사용하는 군요.
      이 기사에서 숫자가 잘 맞지 않는데, 교육부/NSF를 제외한 나머지 10억불과 가장 아래의 STEM-related program 의 관계가 모호하군요.

      대략적으로 볼 때 초중고(K-12)를 위한 예산이 가장 크고, ideal 님의 분류에서는 가장 위의 항목(K-12, undergraduate)이 대부분일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STEM 을 이야기하면서 대학원생이나 포닥을 언급하는 것은 별로 보지 못했네요.

      2. 네, 저도 주변에서 생물학을 하시는 분들의 그런 상황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 경향이 차츰 다른 분야에서도 조금씩 관찰되는 것 같구요.

      한편으로는, 생물학에 그만큼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도 그것이 유지되는 이유가 가장 연구비가 많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또 개인적 관찰과 사견으로는 부가 고령층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은 느낌도 있구요.

      맞습니다. 세분화된 논의가 매우 중요하겠지요.

      간단한(그러나 실제로는 간단하지 않은) 해결책은 결국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곧 직업을 선택하는 시점에서 개인이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지면 되겠지요.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충분한 정보를 주는 것과, 책임이 너무 크지 않도록 다양한 안전망(효율적인 career transition)을 정부가 제공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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