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소설 “은하수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를 보면 인생과 우주, 삼라만상을 포괄하는 궁극의 답은 “42”라는 숫자입니다. 42는 프랑스 파리 센느강변에 마무리공사가 한창인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집중 육성하는 학교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광대역 통신망 업체인 일리아(Iliad)를 창립해 떼돈을 번 억만장자 자비에 니엘(Xavier Niel)은 학교 설립에 자비 7천만 유로(1천억 원)를 들였습니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10.6%로 지난 14년 이래 가장 높습니다. 25세 이하의 청년실업률은 26%나 됩니다. 하지만 프랑스 소프트웨어 업체의 72%는 기술자를 구하지 못해 울상입니다.
교육체계 전반을 정부가 관장하는 프랑스에서 정부가 인증하는 졸업장도 없는 학교를 세우는 실험이 얼마나 호응을 받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1천 명 정원의 42학교의 첫해 지원자는 무려 5만 명이었습니다. 니엘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대성공을 거둔 셈이죠. 통신비 거품을 빼 ‘착한 기업가’라는 평판을 얻었던 니엘의 실험이라는 것도 주목을 끈 원인이지만 더 중요한 원인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대도시 교외의 빈민지역 방리유(banlieues)를 비롯한 저소득층 가정의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때문입니다. 방리유 청소년들은 이미 프랑스 교육체계 밖으로 밀려나 거대한 교육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주입식 교육 대신 자기주도형 학습으로 가득한 교육과정입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를 졸업한 42학교의 사디락(Nicolas Sadirac) 교장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창의력인 만큼 시험성적 중심의 줄세우기 교육을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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