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에 친환경 제품이라는 표시를 하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켜 친환경 제품 소비를 감소시킨다는 실험결과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렸습니다.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을 목표로 정책을 세우려는 정부 입장에선 상당히 난감한 결과입니다.
연구진은 소비자 210명을 대상으로 친환경 제품 표시가 붙는 소형 형광등(CFL)이 기존 백열전구보다 에너지효율이 높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준 뒤 소비자들이 어떤 전구를 고르는지 살펴봤습니다. 형광등과 백열전구의 가격이 같을 경우 누구나 친환경 형광등을 선택했지만, 현실에서처럼 형광등 가격($1.5)이 백열전구($0.5)보다 비싸지자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을 외면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형광등을 더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인데도 말입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결과가 정치적 이념의 양극화가 ‘에너지 절약’처럼 과거에는 이념과 무관했던 이슈로까지 번졌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보수주의자들, 공화당 공직자들은 언젠가부터 기후변화 관련 논의와 친환경 정책들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습니다. 2년 전 공화당 의원들은 백열전구를 형광등으로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법안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싸우기도 했습니다. 이미 생산업체들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백열전구 생산라인을 형광등 생산라인으로 교체한 상황이었는데도, 공화당은 “어느 전구를 고르든 그것은 소비자의 자유”라는 논리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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