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국 상원이 총기 박람회나 온라인 상에서 총기를 살 때에도 신원조회를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실패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뉴타운 초등학교 총기 희생자 가족과 총기 사고를 당한 가브리엘 기포즈 의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단단히 격노한 표정으로 상원을 맹비난했습니다. 미국인의 90%가 찬성하는 법안이 왜 상원에서는 통과되지 못했는지 오바마 대통령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처음부터 매우 낮았습니다. 미국에서 10년 전에 살상용 무기(assault weapons) 구입에 대한 규제가 만료된 뒤부터 총기 안전을 확대하는 아주 작은 변화라도 시도하는 법안은 사실상 미국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상원에서 총기 규제에 대한 토론을 허용하는 투표가 의원 68명의 지지를 얻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법안 통과에 희망을 걸었지만 이는 신기루에 불과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경합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다음 선거를 걱정해야 하는 민주당 상원의원들, 골수 공화당 의원들, 그리고 전미총기협회(NRA)의 조합이 건재하는 한 법안 통과는 앞으로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1990년대 미 의회가 살상용 무기 구입 금지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이는 1994년 선거에서 많은 민주당 의원들의 낙선으로 이어졌고, 경합주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쪽의 지지가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쪽의 힘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또 한때 새로운 신원조회 법안에 찬성했던 전미총기협회가 더이상 새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순간부터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또 미국 총기 소유자 협회(Gun Owners of America)가 새로운 법안과 타협하는 데 관심을 보인 공화당 의원들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총기 규제 법안의 실패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과 같이 더 많은 규제를 주장하는 그룹의 자금력과 영향력은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투표가 끝난 뒤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 통과 실패를 소리높여 비난했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법안 통과를 저지한 것을 자축하지는 않았습니다.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테네시 주 상원의원 밥 코커(Bob Corker)는 “나 역시 범죄자나 정신이상자들이 총을 소유하는 것을 반대하지만 새로 발의된 법안은 법을 지키는 정상적인 시민들이 총기를 소유할 권한을 지나치게 규제하며 새로운 범죄를 막는 데 효과가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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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규제론자에 대해 더 많은 유권자들이 외면한다는 뜻?
아니면 규제론자들은 선거운동에서 선거자금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
규제에 대한 지지 여부가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분석이나 언급이 없는 아쉬움.
또한 이같은 헌법적 전통이나 냉정한 현실을 잘 알게 된다면 미국의 총기규제 무산을 두고 쉽게 돌을 던질 수 없을 듯.
같은 이치로 한국의 현실을 무시한 채 한국의 특정 현상이나 제도가 다른 나라 보기에 부끄럽다고 함부로 말하는 이들이 얼마나 철이 없는가를 잘 보여주는 면도.
이번 총기규제 법안들은 효과가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지 NRA의 입김이 쎄서만은 아님.
이렇게 단순한 법도 통과를 못 시키는데, 미국에서 총기의 완전한 규제는 불가능하겠군요. 대의제도의 맹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좋은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