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북서부의 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지역에는 연방직할부족지역(Federally Administrated Tribal Areas, FATA)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부족 형태의 생활방식을 고수해오고 있는 이 지역은 이슬람 율법이 매우 보수적으로 적용되는 곳이자 파키스탄 탈레반이 정부군에 아직도 저항 중인 분쟁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에서 여성들의 권리는 대단히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남편과 함께가 아니면 집밖으로 나오는 것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지역의 지방의회 선거에 한 여성이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올해 40살인 바담 자리(Badam Zari) 씨는 지난 주말 지역 TV에 보수적인 무슬림 여성들이 두르는 스카프로 눈을 제외한 온몸을 가린 채 출연해 오는 5월 11로 예정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한 법조항마저 휴지조각 취급을 받고 있는 지역에서 피선거권을 행사하겠다는 건 무모한 도전인 동시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연방직할부족지역에서는 득표율에 따라 여성에게 할당된 비례의석이 있을 뿐 실제 선거에 여성이 출마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리 씨가 실제로 당선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여기면서도 그의 출마 자체가 실로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리 씨는 당장 탈레반을 비롯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암살 표적이 됐습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자리 씨는 “나의 목숨은 이미 신에게 맡겼을 뿐”이라며 위험을 무릅쓰고 대중집회에서 연설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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