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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난데없는 선군정치

스리랑카에서는 교육, 경제 활동을 비롯해 사회 전체가 점차 군대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수십 년에 걸친 타밀 반군과의 내전을 무력으로 진압한 스리랑카 군부는 정권의 비호 아래 온갖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육군은 수도 콜롬보를 비롯한 도시 곳곳에 공원과 도로, 다리를 짓는 건설사업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농장에서 기른 채소를 팔아 이윤을 남기기도 하고 호텔 체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군은 이에 뒤질세라 바닷가에 휴양지를 지어 운영하고 운하 건설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공군은 헬리콥터를 활용한 관광상품을 만들었고, 신부 화장을 전문으로 하는 뷰티살롱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정선거 의혹을 묵살해 온 라자팍세(Mahinda Rajapaksa) 대통령의 동생이 국방장관으로 이 모든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지금 스리랑카는 군대가 나서서 기간산업을 급히 복구해야 하는 전시 상황이 아닙니다. 더욱이 내전에서 패한 뒤 처참한 삶을 이어오고 있는 타밀족 난민들에게는 스리랑카 정부군이 운영하는 학교와 탁아소, 해군 함정을 타고 떠나는 고래관람 여행은 먼 나라 얘기일 뿐 아니라 끝나지 않은 악몽이기도 합니다. 스리랑카 정부는 값싼 노동력이기도 한 군인들을 국가 사업에 동원해 15억 루피(133억 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군대 때문에 민간부문 사업체들은 경쟁에서 뒤쳐졌고, 파산 직전에 이른 업체들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군대식 교련 수업이나 대학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트레이닝이란 미명 하에 이뤄지는 세뇌 교육은 다른 나라의 군부 독재정권이 자행했던 일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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