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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역에서 자행된 고문과 인권 유린, 배후는 미군?

미국 국방부는 이라크 내의 수니파 저항 세력을 불법으로 구금하고 고문을 가한 이라크 경찰특공대의 배후에 미군 고위관계자가 연루돼 있다는 영국 BBC 아라비아와 일간지 가디언의 공동 보도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두 언론사는 15개월에 걸친 취재 끝에 제임스 스틸(James Steele), 제임스 코프만(James Coffman)이라는 두 이름을 지목했습니다. 이 둘은 후세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니파 저항세력에 맞설 이라크 내 군사조직을 양성하라는 임무를 띄고 이라크에 배치됐습니다. 스틸 전 대령은 1970년대 미국이 중남미 곳곳에서 배후 조종한 이른바 “더러운 전쟁(dirty war)” 당시 각국 독재정권을 비호하며 반군을 토벌하는 임무를 수행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코프만 전 대령은 당시 중동사령관이었던 페트레이어스 장군에게 직접 모든 사항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teele 前 대령에 관한 Guardian의 보도

이번 보도는 이라크에서 대테러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종파간 유혈 분쟁, 고문을 비롯한 인권 유린 사태가 이라크 군사조직과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라 미군과 부시 정권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걸 알렸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보도에서 지목된 관련자들이 이미 퇴역했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고, 조사를 관장할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히길 거부했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관계자는 고문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체포한 저항세력의 신병을 이라크 경찰특공대에 넘긴 미군의 행위도 비난의 대상이었는데, 실상은 고문 체계 전반을 미군 고위 관계자가 가르치고 관장해 왔던 거라면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법 전문가인 플로리다 국제대학 법대의 웨이즈보드(Weisbord) 교수는 이론상으로는 이번 사건의 핵심 관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 세울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미국이 협약 조인국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죠. 하지만 대개 이런 문제는 UN 안보리를 거치게 되는데, 미국이 안보리에서 거부권(veto)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물론 희박합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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