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랑(Sevran)은 파리 북동부 근교에 위치한 인구 5만 명 남짓 되는 작은 도시입니다. 주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알제리, 모로코,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고, 3/4이 정부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돈으로 하루를 사는 사람들의 비율은 36%로 프랑스 전체 평균보다 세 배나 많은 전형적인 방리유(banlieues) 지역입니다.
지난 2005년 이른바 ‘방리유 사태’로 일컬어진 젊은 이민자들의 대규모 폭동 이후 프랑스 정부는 총 440억 유로(우리돈 63조 원)를 들여 9년에 걸친 방리유 재건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재원의 대부분이 도시의 외관을 바꾸는 데 투입됐을 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2008년을 기점으로 방리유 지역과 다른 지역의 빈부격차는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젊은이들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을 열었던 구직센터 직원 숫자는 학교에 필요한 교사들의 숫자와 함께 줄어들었습니다. 사회로부터 버림 받고 학교를 떠난 젊은이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돈벌이는 다시 마약 매매상이 되는 것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세브랑 시의 스테판 가티뇽(Stéphane Gatignon) 시장은 지난해 국회 앞에서 텐트를 치고 단식 농성을 벌였습니다. 낙후된 지역에 대한 중앙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농성을 벌인 끝에 5백만 유로(71억 원)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죠. 작은 도시에 무려 70여 개 다른 민족과 인종이 살아간다는 건 다양성 측면에서 엄청난 자산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투자와 지원을 받겠다며 동분서주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프랑스에서 방리유는 인종차별의 다른 이름입니다. 최근 조사결과 모하메드나 알리, 카멜 등 무슬림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필립이나 알랭 등 전형적인 프랑스 이름을 가진 사람들보다 실업률이 네 배나 높았습니다. 많은 이의 기대 속에 들어선 사회당 정부도 방리유 문제에 관한 속 시원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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