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는 오랫동안 권력을 휘둘러온 교사 노조 위원장 엘바 고르디요(Elba Gordillo)가 횡령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고르디요는 2008년부터 2012년에 걸쳐 노조 자금을 횡령해 미국 내 부동산과 미술품을 구입하고 성형수술을 받는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엘바 고르디요는 1989년부터 쭉 자리를 지키면서 ‘라 마에스트라(La Maestra, 선생님)’라는 별칭을 얻었고, 선거 때는 교사들의 표를 모아주는 탁월한 정치력을 발휘해 킹메이커로 불리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필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이 2006년 대선에서 신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도 고르디요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멕시코가 2000년에 일당 체제를 벗어나 3 차례의 민주적인 선거를 치르면서, 반대표 하나 없이 위원장으로 재선출될만큼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던 고르디요도 세월의 변화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애초에 고르디요를 권력의 자리에 올려주었던 제도혁명당 소속이지만, 교육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당선되어 고르디요와 각을 세웠습니다. 이번 체포도 니에토 대통령이 교사 고용과 학교 행정에 대한 노조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내용을 포함하는 법안에 서명한 다음날 전격 이루어졌습니다. 검찰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교육 개혁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법치를 제대로 세우는 일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권력자들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무사히 빠져나가는 장면에 익숙한 멕시코인들에게 이번 일은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중입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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