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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기술유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더 큰 걱정거리

저렴한 노동력과 정부의 세제 혜택 등을 바라보고 중국 시장에 야심차게 뛰어든 외국 기업들은 초반에 대부분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이때 어디선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현지인이 나타나고 기업가는 그 현지인을 신뢰해 일을 맡깁니다. 이제 사업이 좀 굴러간다 싶을 때쯤 믿었던 현지인은 핵심 기술이나 재산을 빼돌리는 첩자였다는 게 밝혀지고 모든 일이 엉망진창이 됩니다. 지지리도 운이 없는 기구한 기업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이 흔히 겪는 일입니다.

중국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앞둔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어디에서나 조직적이고 벌어지는 기술 유출입니다. 빼돌린 기술이나 훔쳐온 생산 장비는 특허나 지적 재산권 개념이 사실상 전무한 중국에서 순식간에 복제품, 모조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데 쓰입니다. 기업들도 대책을 강구해 왔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주요 기술이나 비밀 문서를 다룰 직원들은 반드시 본사에서 파견한 일본인들로 제한했습니다. 아예 핵심 기술과 관련된 생산라인은 중국 근처에도 안 가져가는 기업도 있고, 중국에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기 전에는 반드시 컴퓨터나 핸드폰 자체를 부숴버리고 오라는 지침을 내리는 기업도 있습니다.

기업들이 위험을 알고 있는데도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기업들의 안전불감증도 있고, 중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관리자가 현지 공장이나 업체를 장악하지 못할 경우 눈 뜨고 당하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가 “전략 분야”로 분류한 산업의 경우 현지에 진출할 때 일부 기술을 이전해야 한다는 법도 결과적으로 불법 기술 유출을 돕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업 입장에서 중국시장 자체를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적지 않은 기업들은 기술이 유출될 것을 감안하고도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대신 더 빨리 다음 기술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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