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경제

‘기회의 평등’이라는 미국의 신화

아래 글은 뉴욕타임즈가 기획한 전세계의 불평등 시리즈(The Great Divide) 사설 중 첫 글입니다.

오바마는 얼마전 취임식 연설에서 미국의 상징인 ‘기회의 평등’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 야심찬 연설은 최근의 미국 현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에 따르면, 미국의 소득수준 하위 20%가 해당 계층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58%이며 상위 20%의 최고 계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확률은 6%에 불과합니다. 북유럽 국가는 물론, 대부분의 유럽 국가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히스패닉과 흑인에 대한 차별이 낳은 결과라는 주장도 있지만 더 큰 구조적인 문제는 교육입니다. 세계2차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은 의무교육을 시행하며 교육의 평등을 보장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 이후 빈부격차가 벌어지면서 부자들은 자녀를 고급 사립학교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곧 실력에서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 2001년에 태어난 아이들의 학업 격차는 25년 전에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30~40%나 크게 벌어졌습니다. 잘 사는 집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환경적 위해 요소를 피하고 음악 레슨이나 섬머 캠프같은 좋은 환경에 노출된 덕분입니다.

대학교육은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좋은 직업을 가지려면 대학 졸업증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데 등록금이 너무 비싸 보통 학생들은 갈수록 학비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가난한 학생들이 대학을 포기하고 저임금직에 머무르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고 평생 빚을 갚아야 하는 진퇴양난에 처합니다.

이렇게 구조적인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미국의 대외 이미지 뿐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산모들에게 충분한 의료와 영양, 육아복지를 제공해 영아 때부터 가해지는 사회적 불평등의 요소를 제거해야 합니다. 이제 의무교육처럼 자리잡기 시작한 대학교육에 소득 수준 대비 등록금이라던가 정부 보조금을 늘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NYT)

원문보기

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Recent Posts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이 사람이 트럼프의 미래일까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나 역사적 사례, 본보기가 있다면 어떤 게…

12 시간 ago

[뉴페@스프] “돈 때문이 아니다” 최고 부자들이 트럼프에게 정치 후원금을 내는 이유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2 일 ago

‘백신 음모론자’가 미국 보건 수장 되다… “인신공격은 답 아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 인선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논란이 불가피한 인물도 다수 지명된…

3 일 ago

[뉴페@스프] “레드라인 순식간에 넘었다”… 삐삐 폭탄이 다시 불러온 ‘공포의 계절’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4 일 ago

[뉴페@스프] 사람들이 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름 결정론’ 따져보니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6 일 ago

‘예스맨의 절대 충성’ 원하는 트럼프…단 하나의 해답 “귀를 열어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트럼프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보여준 이들로, 기존 공화당원들…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