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북아일랜드는 통합주의자(Unionist, 영국과의 통합을 지지하는 개신교 세력)와 아일랜드 공화국군 지지자(Republican, 영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주장해 온 가톨릭 세력)의 오랜 분쟁을 종식하고 평화협정에 서명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나 조지 미첼 전 미국 메인 주 상원의원 등 소위 ‘분쟁해결 특사 전문’이라 부를만 한 명망 있는 인사들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렇게 평화를 위한 지혜와 경험을 수입만 해오던 북아일랜드가 성공적인 평화협정 이후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북아일랜드 국회의장을 역임했던 앨더다이스 경(Lord Alderdice)은 이집트와 네팔, 필리핀 등 세계 분쟁지역을 찾아 북아일랜드의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라크와 바레인 등 여러 나라들은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 대표단을 보내 직접 협상 과정의 노하우를 배우고 협정 체결 이후 변화상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통합주의자들은 1980년대 IRA를 비롯한 공화국군 지지세력의 무장대원들이 단식투쟁을 벌이며 죽어갔던 메이즈 감옥(Maze prison)을 역사적인 유적으로 보존하는 데 동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 겨울 들어 벨파스트에서는 영국과의 재합병을 지지하는 이들의 과격 시위가 일어나 북아일랜드의 상황을 둘러싼 우려가 다시 높아졌습니다. 사실 인류의 근현대사를 통틀어 종파간 분쟁지역이 평화협정을 맺은 뒤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북아일랜드가 역사적인 선례를 남길 수 있을지는 과거보다도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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