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전 세계 유수의 대학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아 수익을 낼 수 있는 잠재적 시장이라는 점 뿐 아니라,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써 학술교류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유명 대학들이 너도나도 중국에 분교를 열고, 교환학생이나 공동학위제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공동연구를 위한 학술센터를 경쟁적으로 여는 것도 모두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국의 환경은 기대를 품고 진출한 대학들에게 너무나 열악하고 당황스럽습니다. 우선 억압적인 정치체제가 학문의 자유에 발목을 잡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대학을 당을 위해 일할 유능한 일꾼을 길러내는 양성소 정도로 여겨 온 전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치범이나 소수민족, 논란이 많은 1가구 1자녀 정책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연구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가 검열에 철저한 중국 연구자들과 그런 주제를 갖고 제대로 연구를 진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더 큰 문제는 학문적 풍토가 너무 다르다는 점입니다.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컨닝을 너무 당연한듯이 하고, 레포트를 베껴 내는 건 학부생들 뿐 아니라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사회적으로 지적 재산권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 보니 컨닝은 범죄라는 인식은 당연히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베이징대학과 공동으로 학부과정을 개설했다가 폐지한 예일대학 교수로 중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스티븐 스턴스(Stephen Stearns) 교수는 지난 2007년 공개서한을 통해 성토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이 너무 당연한듯이 다른 논문을 베껴서 제출하는 데 어이가 없더라고요. 나를 기만하는 학생들을 가르쳐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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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턴스 교수가 공개 서한을 통해 북경대학교의 학생 세 명이 기말 리포트에 표절 내용을 기재한 것을 혼낸 것은 2007년 12월의 일이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대학을 당의 일꾼 양성소로 생각한다면 석사 과정부터 학비와 기숙사비가 무료이고 생활비(두둑한 연구비까지)도 지급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비와 기숙사비를 내는 학부생들에게까지 그렇게 요구하고 있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중국 대학교에서 컨닝이나 표절이 광범위하고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천한 제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부정 행위를 하는 학생이 없을 수 없으나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취업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중국 학생들이 학점에 목을 매다시피 해야 하는 경향은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깊이 있는 코멘트 감사합니다.
- 우선 2007년 공개서한으로 제기했던 내용이라는 점은 추가했습니다. 시점을 적지 않으면 전달하는 의미가 달라질 소지가 있어 보이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 대학 교육을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관점에 대한 시각은 Economist가 좀 피상적이고 관성에 젖은 채 바라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표절이나 컨닝이 정말 공공연한 지 그 실체적 진실에 대해선 저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이곳에서 지내면서 하버드나 MIT의 중국 유학생들이 남의 아이디어를 아무렇지 않게 자기 것인 양 도용하려는 경우를 몇 차례 보거나 들은 기억이 있어서 기사를 소개하는 저의 편견에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생각은 듭니다.
심한 양극화 현상 속에 너무 많은 중국인이 취업난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나쁜 풍조가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베끼기가 중국 학생만의 문제인지는 또 다른 이야기인 거 같습니다. 여기 와 있는 한국 유학생들의 무차별 베끼기도 문제가 되고 있으니까요. 사회 풍조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개인이 도를 닦아야 하는 시대인 거 같습니다.^^
정말 공감 가는 말씀입니다. 개인이 도를 닦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사회의 성향이나 경향을 섣불리 단정짓는 것이 참으로 무모하다는 생각도 다시 한 번 듭니다. 중국 유학생들을 바라볼 때마다 꼭 끼고 있던 저의 짙은 색안경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학력이 아무런 구제책이 되지 못하는데도 지독하게 학력을 지향하는 슬픈 세상인 거 같습니다.
-저도 여기서 학교를 다녔는데, 적어도 제 지도교수님과 학과 교수님들은 표절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분들이셨어요.^^ 그러나 이방인인 제가 이 사회의 구석구석을 섬세하게 캐치할 방도는 없겠습니다.
-제가 늘 뉴스페퍼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