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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봉, 참을 수 없는 상아의 유혹

대부분 코끼리는 초원에만 사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숲에도 코끼리가 삽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숲코끼리는 한때 70만 마리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10만 마리도 채 남지 않았고 그 중 절반은 가봉의 숲에 살고 있습니다. 산유국인 가봉은 이웃 나라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돼 있습니다. 정부의 자연보호 노력도 아프리카 나라들 가운데 으뜸입니다. 지난 6월 가봉 정부는 밀수꾼로부터 압수해 모아둔 상아 4.5톤을 전 세계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태워버렸습니다. 코끼리 밀렵과 상아 밀수에 대한 단속 의지를 만천하에 천명했죠. 하지만 정부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코끼리 밀렵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상아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1인당 GDP만 놓고 보면 부유할지 모르는 가봉이지만 빈부격차가 워낙 심합니다. 벌이가 마땅치 않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코끼리 사냥, 상아 밀수는 솔깃할 수밖에 없는 제안입니다. 게다가 숲코끼리의 핑크빛이 도는 상아는 더욱 희귀해 값이 훨씬 더 나갑니다. 가봉의 감옥은 우리돈 몇만 원 어치에 불과한 상아를 밀수했다는 명목으로 잡혔다가 벌금을 낼 돈이 없어 옥살이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정부의 단속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지만 갈수록 치밀해지고 규모가 커지는 밀렵 앞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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