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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이끄는 것은 아이디어인가, 도구인가

아래는 우리 시대의 뛰어난 물리학자 중 한 명인 프리먼 다이슨이 지난 14일 과학의 역사에 관해 사이언스에 실은 짧은 글입니다.

토마스 쿤은 이론물리학자였고 그는 과학의 역사를 이론가의 눈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1962년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한 시대를 지배하는 아이디어들을 일컫는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과학혁명이란 불연속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20세기 초의 상대론과 양자혁명은 심오한 생각과 수학적 아름다움을 이용해 자연을 성공적으로 설명했고, 이들은 아이디어가 과학을 이끄는 좋은 예가 되었습니다.

실험물리학자였던 피터 갤리슨은 1997년 “이미지와 논리(Images and Logic)”에서 과학의 역사를 다르게 설명합니다. 그는 쿤이 아이디어가 과학의 역사를 지배했다고 말한 것처럼 도구가 과학의 역사를 지배했다고 말합니다. 그의 책은 20세기 입자물리학의 도구가 거품상자에 의해 찍힌 아날로그 이미지에서 컴퓨터와 계수기에 의한 디지털 데이터로 바뀌면서 입자물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지질학, 기상학, 등의 다른 대부분의 학문에서 발생했습니다. 즉 20세기 전반은 쿤의 설명이, 20세기 후반은 갤리슨의 설명이 보다 적합하며 우리는 과학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두 설명을 모두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쿤의 책은 코페르니쿠스 이후 500년을 설명했고, 갤리슨은 지난 100년을 설명했습니다. 쿤이 갈릴레오와 라브와지에의 아이디어에 의한 과학혁명을 말하는 그 시기에도 ‘갤리슨 과학’역시 존재했습니다. 증기기관이 발명된 후 열역학이 등장했고, 마르코니의 전신이 사용된 후 정보이론이 등장했습니다. 쿤 역시 ‘갤리슨 과학’을 인지했지만, 그는 그런 변화들을 ‘정상과학’이라는 용어로 넘겼습니다.

내가 아직 학생이던 1950년, 아직 두 책은 출판되지 않았지만 이미 과학계는 “쿤주의(Kuhnian)”와 “갤리슨주의(Galisonian)”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20세기 초 과학혁명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과학혁명을 꿈꾸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통일장이론을 꿈꾸었고, 하이젠베르그, 슈뢰딩거, 디락도 실험보다는 수식을 파고 들었습니다. 반면 젊은 세대들은 갤리슨 식의 과학을 추구했습니다. 캠브리지대학의 마틴 라일은 전쟁이후 버려진 레이더들을 이용해 먼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측정했고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콜럼비아의 윌리스 랩은 분광기를 이용해 수소 원자의 미세구조를 밝혔으며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x선 회절사진을 통해 왓슨과 크릭이 DNA의 구조를 밝히는 것을 도왔습니다.

21세기가 시작된 후에도 여전히 우리는 1950년대에 경쟁하던 두 과학계의 흔적 속에 살고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쿤주의자들은 끈이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 끈이론을 통해 자연의 모든 신비를 아름다운 구조로 나타낼 수 있으리라 희망하고 있습니다. 갤리슨주의자 역시 자신들의 방법으로 과학을 진전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이들은 광역카메라(wide-field camera)를 이용해 우주의 97%를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발견했습니다.

오늘날 쿤과 갤리슨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합니다. 우리는 이런 시대를 살아간다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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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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