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인가 (What is love)”였습니다. 정답이 없는 질문이기에 정말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죠. Guardian이 사랑학(?)에 일가견이 있을 만한 전문가 5명에게 물었습니다. 연말연시를 맞아 사랑의 가치에 대해 한 번 더 되새겨보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과학자 (physicist) : 사랑은 화학 작용이죠 / Love is chemistry.
허기가 지고 갈증이 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이란 감정도 호르몬과 신경세포들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화학 작용과도 같습니다. 성욕을 높이는 호르몬들이 있듯이 사랑과 애착의 감정이 생겨날 때 우리의 뇌는 도파민, 세로토닌 등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지시를 내립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덧붙이자면 사랑이란 감정은 인류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사랑 덕분에 장기적이고 영속적인 관계가 가능해졌고, 서로를 해치기보다는 지켜주는 행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 마음치료사 (psychotherapist) : 사랑의 여러 가지 모습 / Love has many guises.
지금은 사랑이라는 단어 아래 넓게 포함되는 여러 가지 의미들이 과거에는 각각 다르게 쓰였다는 점을 알고 계신가요? 라틴어 단어 몇 가지만 살펴보죠. Philia는 성적 욕구가 아닌 친밀감을 뜻하는 단어였습니다. 친한 친구 사이의 우정, 가족간의 우애, 전우애도 여기 속한다고 할 수 있죠. Pragma는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 사이의 이해와 믿음에 가까운 뜻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정(情)에 가까운 뜻이겠네요. Agape는 인류에 대한 보편적인 관심과 사랑을, Philautia는 자기애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자기를 사랑할 수 있어야 남을 돌볼 수 있겠죠. 그리고 Eros는 성적인 욕구와 욕망을 뜻합니다. 사랑은 이처럼 다양한 차원의 함의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입니다.
– 철학자 (philosopher) : 사랑은 열정적인 헌신입니다 / Love is a passionate commitment.
가족, 연인, 이웃, 국가, 신에 대한 사랑이 모두 같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무조건적인 사랑, 변덕스러운 사랑, 비극적인 사랑 등 정말 종류가 다양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란 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열정적인 헌신 아닐까요? 행동으로 나타나는 헌신이 없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그냥 열병일 겁니다. 반대로 감정과 열정이 없는 헌신도 사랑이라고 부르기 어렵죠. 사랑은 우리 마음 속에서 스스로 자라나는 감정이지만 이를 계속 유지하고 키워가는 건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
– 소설가 (romantic novelist) : 이 세상 모든 위대한 이야기의 씨앗 / Love drives all great stories.
사랑을 하고 또 사랑 받고 있다면 사랑이 마치 공기처럼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겠죠. 반대로 사랑이 결핍된 사람들은 강한 집착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공기가 희박해 숨쉬기 어려운 곳에 있는 사람처럼 고통이 따르는 일이죠. 사랑이 있기에 이 세상의 수많은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 수녀님 (nun) : 세상 어디에나 있는, 하지만 모두가 누리지는 못하는 것 / Love is free yet binds us.
사랑이 무언지 정의를 내리는 것보다 몸소 겪어보는 게 더 정확하고 빠를 겁니다. 우리가 신을 사랑하듯이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위해 나누고 희생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사랑이겠죠.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의 삶은 매우 고귀하지만, 사랑이 돈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세상 어디에나 있는 가치지만 우리가 쉽게 실천하지 못할 뿐이죠. 사랑은 인간의 삶에 서 가장 큰 축복입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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