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평소에 차분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의 스타일은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것과 달리, 오히려 유권자들이 그의 관심과 애정을 요구하도록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오바마 대통령도 재선에 성공한 뒤 자신을 위해 뛰어준 선거운동 관계자들과 자원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던 중 눈물을 보였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번 선거 기간에 해 온 일들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라고 자신을 위해서 뛰어준 캠페인 관계자들에게 말을 하던 중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고 오바마는 몇 번을 눈물을 삼키며 연설을 이어나갔습니다. 이 영상은 이미 유투브에서 150만 번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CNN이나 MSNBC와 같은 언론들도 자주 보기 힘든 모습이라며 앞다투어 이 영상을 틀어주고 있습니다. 지난 4년간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표현을 절제해 온 오바마 대통령과 연설이나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던 공화당의 하원의장 뵈이너는 큰 대조를 보여 왔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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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당선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많은 기사들은 대부분이 오바마의 정치공학적 유리함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경기가 시간이 갈 수록 나빠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고, 매년 '최악의 실업률', '최악의 부채비율'이라는 말을 갈아치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오바마의 재선을 지지했다는 것은 드러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iridium9 님, 질문 감사드립니다. 오바마가 당선 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경제: 우선 선거 캠페인을 어떻게 하는가랑 관련없이 경제 상황이나 혹은 전쟁 상황인지 아닌지 등 객관적으로 현직 대통령에서 상황이 유리한지 아닌지를 말해주는 지표들이 있습니다. 선거 분석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를 근본적 원인들 (Fundamentals)이라고 하는데 경제 지표들만 우선 살펴보겠습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지표- 실질 임금 변화율인지, GDP 성장률인지, 실업률-를 쓰는 것이 가장 정확하게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가를 두고서 논쟁이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절대적인 수치에서 경제 지표는 여전히 나쁠지 모르지만 오바마가 취임하던 상황과 비교해서는 여러가지 지표들이 지난 4년간 나아졌다는 점입니다. 오바마 캠프가 즐겨 인용하던 일자리 창출 (http://www.barackobama.com/jobsrecord) 그래프를 보시면 이해가 더 쉬월 것 같네요. 그리고 실업률도 최고 높을 때는 10%를 넘었다가 선거 직전에 7.9%를 기록했죠. 특히 네바다와 같은 경합주에서 실업률 하락 폭이 컸다는 점(다음 기사를 참고하세요: http://mvsm/2012/10/19/美-대선-경합주에서-실업률-감소/)도 승리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부채비율과 같은 경제 지표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큰 원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다음 기사 참고: http://mvsm/2012/11/08/출구조사로-살펴보는-경제에-관한-세가지-교훈/). 출구조사에서 부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응답한 유권자는 15% 밖에 안되었네요. 제가 생각할 때 결론적으로 경제지표가 절대적 수준에서 나쁘긴 하지만 이를 오바마의 탓보다는 여전히 부시의 탓으로 보는 유권자들이 많고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인식이 컸던 것 같네요.
2. 전략의 우위: 미국은 선거인단 제도를 통해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바마와 롬니가 유권자 전체 투표에서는 50% v.s. 48%의 박빙을 보였지만 소위 9개 경합주에서 오바마가 근소한 차이로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하면서 선거인단 수에서는 332 v.s. 206 이라는 큰 차이로 승리를 했지요. 캘리포니아나 뉴욕처럼 민주당에 당연히 표를 주는 주와 텍사스와 알라배마처럼 당연히 공화당에 표를 주는 주와 달리 선거 때마다 표심이 민주당과 공화당을 왔다갔다 하는 경합주에서 이기는 것이 선거 승리의 핵심인데 오바마의 전략이 경합주에서 승리하는데 더 적합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세력의 연합은 여성 + 젊은 유권자 + 라티노 유권자 였는데요 핵심은 경합주에서 이들의 투표율과 지지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 세 인구 구성 모두 백인 남성에 비해서 낮은 투표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바마는 2008년의 경험을 토대로 오하이오와 같은 경합주에 선거 사무소 (Field Office)를 롬니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두고 '투표율 독려 운동(Get Out To Vote)'을 벌여왔습니다. 반면 롬니의 경우는 보수적인 지지자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많이 모아서 선거 마지막 판에 티비 광고를 통해 네거티브공세를 펼치는 전략을 세웠었는데 허리케인 샌디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기도 했고 이 전략이 공략해야 할 유권자들에게 별로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오바마의 전략의 성공 사례는 50개 주 전체로 보면 29세 이하 젊은 유권자들의 오바마에 대한 지지가 2008년보다 줄어들었지만 네바다, 오하이오, 플로리다, 버지니아 등에서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이죠 (참고: http://mvsm/2012/11/07/오바마-재선에-성공/).
3. 너무 보수적 방향으로 돌아서버린 공화당에 대한 불신: 마지막으로 말씀하신 '드러나지 않는 그 무언가' 중 하나는 바로 2000년대 이후 너무 보수적인 방향으로 돌아서버린 미국의 공화당에 대한 불신도 오바마 승리에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텃 밭인 메사추세츠주에서 공화당으로서 주지사를 지내고 주지사 시절 당시 낙태를 찬성하는 등 중도적인 입장을 보인 롬니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인정을 하더라도 그가 속한 당인 공화당이 지난 10년간 급속히 보수화 되면서 이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고 봅니다. 특히 오바마 당선 이후 티파티(Tea Party)라고 불리는 세력이 공화당내에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인 메디케어나 연금 (social security)등도 민영화 하자는 티파티의 주장에는 많은 사람들의 거부감을 드러냈죠. 동시에 공화당은 경제적으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정부의 간섭을 늘리려는 시도를 해 왔습니다. 여성이 피임약을 써야 하는지 아닌지, 낙태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등 이미 미국 사회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한 이슈들에 대해서 주 정부가 나서서, 혹은 (대부분이) 남성인 정치인들이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에 대한 여성 유권자들의 반발이 무척 거셌고 이것이 오바마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선거 기간 중에 미주리주와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후보들이 '정당한 강간(legitimate rape)'이라는 표현과 '강간으로 인한 임심도 신의 의도(god' intention)이라는 발언을 함으로써 공화당이 여성이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려는 인상을 심어줬구요(참고:http://mvsm/2012/08/20/아직도-남아있는-오류-강간과-임신에-대한-중세의-의/).
생각나는 몇 가지를 적어보았습니다. 저희 뉴스페퍼민트에서 미국 선거와 관련된 기사를 거의 매일 하나씩 지난 7월부터 골라서 정리를 해 두었는데요 기사를 하나하나 읽으시면 왜 오바마가 승리했는지를 더 명확히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