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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 받은 학자들, 어떤 연구 했나?

2012년 노벨 경제학상은 시장 설계(market design)와 매칭(matching)을 연구한 하버드의 앨빈 로스(Alvin E. Roth)와 UCLA의 로이드 새플리(Lloyd S. Shapley)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오늘은 기사요약 대신 이 학자들의 연구가 어떤 것인지를 한 가지 예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경제학에서 매칭 이론은 ‘상품’을 사는 사람과 ‘상품’을 파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최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이를 위해서 어떻게 제도를 만들고 메커니즘을 구상하는지가 ‘시장 설계’의 영역입니다.

로스 교수는 뉴욕시 공립 고등학교에 중학교 졸업생들을 어떤 식으로 배정할 것인가의 문제에 매칭 이론을 실제로 적용했습니다. 매년 학생 9만 명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기존의 학교 배정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학생들은 1순위부터 5 순위까지 가고 싶은 학교를 최대 5개까지 순서를 정한 뒤 각 학교에 지원서를 보냅니다. 학교는 이를 보고 학생을 선발할지, 대기 순번에 둘지, 혹은 불합격시킬지 결정합니다. 학교 측에서 학생들에게 합격 여부를 보내면 학생들은 합격 통보를 받은 학교 중 한 곳과 대기 순번을 받은 학교 한 곳의 요청만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1차 배정이 마무리되면 같은 식으로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총 9만 명의 학생 중에서 1라운드에서 합격하는 학생은 5만 명 뿐이며, 여러 학교에서 합격 통지를 받는 학생은 1만 7천 명입니다. 그리고 3만 명의 학생은 자신의 선호도 5순위에도 들지 못한 엉뚱한 학교에 배정되는 결과가 생겼습니다. 

이번엔 매칭기법을 도입한 뒤 배정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1) 각 학생은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 한 군데에 지원을 하고, 학교는 수용 가능한 인원만큼 1순위로 지원한 학생들을 받습니다. (2) 불합격 통보를 받은 학생은 2순위로 염두에 뒀던 학교에 자리가 남는 경우 2순위 학교에 지원하고 학교는 또다시 자리가 남는 만큼 학생을 받습니다. (3) 모든 학생이 학교를 찾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한 군데씩만 지원할 학교를 고르기 때문에 여러 학교에서 동시에 합격을 받는 학생은 없습니다. 매칭기법을 도입한 결과 1라운드에서 9만 명 가운데 7만 명의 학생이 자신이 가장 가고 싶던 학교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오직 3천 명의 학생만이 자신이 선호하지 않은 학교에 배정되었는데, 이는 기존의 방식으로 배정했을 때의 1/10 수준입니다.

앨빈 로스는 뉴욕시 공립 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보스턴 공립 고등학교, 의과대학 학생들과 병원 매칭, 장기 기증에서 기부자와 수혜자 매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칭 이론을 적용했습니다. (관련 링크는 뉴욕 공립 고등학교 매칭에 관한 American Economic Review 논문입니다)

논문보기

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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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번째 방법이 시간과 행정의 면에서 더 효율이 있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만, 학생들의 만족도가 더 클지는 조금 의문이군요.

    두 방법의 차이는 첫번째 방법은 학생은 한 번에 5군데를 지원하고 학교측은 대기순위를 둔다는 것이고 두번째 방법은 학생이 한 번에 하나의 학교만 지원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첫번째 방법의 경우, 자신이 가고 싶은 학교들에 모두 지원을 해서 합격한 곳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두 번째 방법의 경우, 학력고사 시절의 눈치작전과 비슷한, 전략적 지원을 해야 하는 것으로 보이구요.

    즉, 두 번째 방법에서 1라운드에 더 많은 학생들이 합격통지서를 받은 이유는 이것의 영향이라고 보이는 군요. (즉, 가장 가고 싶은 학교가 아닌, 가장 안전하게 합격가능한 학교를 선택하게 됨.)

    • matching을 stable allocation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관련 agents들이 다른 선택지로 이동할 인센티브가 없다는, 다시 말해 "시장 균형"상태라는 것 때문입니다. 즉, matching하에서는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선호에 가장 가까운 학교에 배정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죠. 여기서 matching은 행정과 시간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시각입니다. 여기서는 쉽게 설명하느라 많은 부분을 생략했는데 matching의 효율적인 면 중 하나가 바로 관련 당사자들이 자신의 선호를 '진실되게'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매칭하에서 전략적 선택이 증가되는것 아닌가라고 말씀하셨는데 오히려 전자, 즉 원하는 학교를 1번부터 5번까지 랭크를 매겨서 그 복사본을 1번부터 5번 랭크를 매긴 학교에 매기게 되는 시스템 하에서 오히려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왜냐면 각 학교가 이 학생이 자신의 학교를 몇 번 ranking으로 뒀는지 알 수 있고 한 학생이 복수의 offer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 즉 자신의 선호를 정확히 드러내지 않고 '전략적으로 선호를 드러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선호를 얼마나 정확히 드러낼 것인가의 문제(Information revelation)와 학생들의 효용 (students utilities)에 관한 자세한건 matching design을 어떻게 했는지 더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링크해 둔 페이퍼는 매칭이론에 관한 수학적 모델은 없습니다). 매칭 이론에 관한 이론적 페이퍼는 다음을 참고하세요 (1984년 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발표된 medical intern을 어떻게 각 병원의 residency system에 allocation 할 것인가를 다룬 이론적 페이퍼입니다. Roth의 매칭 연구의 시발점이 된 페이퍼라고 할 수 있죠): http://kuznets.fas.harvard.edu/~aroth/papers/evolut.pdf

      • 네, 처음 paper 에는 수학적 모델이 없더군요.

        지금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만약 학생들이 자신의 위치(성적, 또는 학교의 자신에 대한 선호도)를 분명하게 안다면 (또는 합리적 소비자 가정), matching 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요즘 유행하듯이) , 최적이 아닌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나 하는거구요.

        제가 말한 전략적 지원이란, 이런겁니다.

        간단하게, 학생 ㄱ, ㄴ, ㄷ 모두가 학교 A, B, C 를 그 순서대로 좋아한다고 해보지요. 그리고 학교들 역시 학생들을 ㄱ, ㄴ, ㄷ 의 순서로 선호합니다. 첫번째 방법에서는 학생들은 모두 A, B, C 의 선호대로 지원을 하게 되고, A 학교는 ㄱ 학생을, B 학교는 ㄴ 학생을, C 학교는 ㄷ 학생을 선택하게 됩니다.

        제 생각에 이 결과, 즉 A-ㄱ, B-ㄴ, C-ㄷ 이 위의 선호도 초기조건에서 상식적인 최적의 해라고 생각이 되구요.

        그러나 두 번째 방법에서 만약 학생들이 학교의 자신들에 대한 선호도를 모른다면, ㄴ 학생이 1라운드에서 A학교를 지원했을 때 ㄷ 학생이 B 학교를 지원하여 합격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ㄴ 학생은 불확실성, 즉 비효율을 가질 수 밖에 없지요.

        사실 엄밀한 계산없이 이런 특정 예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학문적인 접근은 아닙니다. 말씀하신 '선호 드러내기'와 학생과 학교의 효용함수의 정의, 그리고 최적의 해 (=복수의 효용 함수를 어떻게 종합할 것인가)의 정의에 따라 철학(정의론, 공리주의 등)이나 이데올로기(사회주의, 자유주의 등)의 영역을 건드리기도 하지요. 그리고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구요.

        제가 처음 답글을 단 이유는, 처음 글에 소개된 '매칭 기법을 도입한 배정방식의 예'가 '불확실성, 또는 불만족스러운 결과'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방법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노벨 경제학상 관련 검색을 하다가 여기로 오게 되었네요.

    이것보다 먼저 제출된 게 소위 "안정적인 짝짓기 문제(stable marriage problem)"라는 것인 모양입니다.

    위키피디아를 보면 http://en.wikipedia.org/wiki/Stable_marriage_problem

    남여 짝짓기의 경우, 많은 전제조건이 있네요. 또, 전제의 변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구요.

    기본 전제: 짝짓기 게임에 참가하는 모든 남여 각각이 서로 다른, 위계화된 분명한 선호의 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것

    게다가,

    1. 구혼자가 남자냐 여자냐 하는 경우에 따라 결과가 다르고
    (구혼자가 남자인 경우, 여자는 구혼 신청된 범위 안에서만 자기 선호에 따라 선택하므로)

    2. 3*3의 경우에, 선호 리스트의 특정 케이스에 따라서는, 결과는 안정적이기는(stable) 하지만
    수락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기도 하네요.
    (위키피디아 항목 중간의 "Optimality of the solution" 참조)

    남여 짝짓기는 문제 해결의 알고리듬이 현실과 너무 다릅니다.

    현실에서는,

    1. 선호도를 수치화, 서열화하기 어렵다.
    - 돈 많은 사람과 잘 생긴 사람 사이에 선택이 어려움
    - 반면에, 학교 선택의 경우, 성적만 된다면, 서울대가 지방 국립대보다 분명하게 선호됨...

    2. 사람들 사이에 비슷한 선호도가 존재한다.
    - 돈 많은 사람, 잘 생긴 사람 등이 선호됨
    - 서로 다른 리스트를 만들기가 힘듦

    3. 권력 및 자원 지형이 불평등하므로,
    현실에서는 폴리가미, 결혼 못한/못하는 노총각, 노처녀 등이 존재
    - 즉 게임 참가 비용을 치루기보다는 게임 참가를 스스로 포기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고
    혹은, 참가하고 싶어도 바로 그 참가 비용이 없어서 불가피하게 게임에 참가하지 못함

    4. 실제 짝짓기는 상대 스펙에 대한 추상적 선호보다는
    실제 만남의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 관계의 끈 등이 중요함.
    - 또 선호라는 것이 상대의 외적 조건에 대한 추상적 평가에 의해서 생겨난다기보다는
    바로 이러한 과정 자체에서 생겨남,
    - 즉, 선호라는 것이 일회적이 아니라 가변적, 역동적임

    5. 실제 짝짓기는 참가자들 사이에,
    시간 순서상, 그리고 남녀 상호간에 서로 무질서한 구혼/ 응락의 기회 등이 존재함.
    - 예컨대,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 라는 격언에서 보듯이
    동시에 여러 명에게 누구보다도 먼저 구혼해서 어필하는 기회를 얻는 게 일단 유리함

    결국, 안정적 짝짓기의 알고리듬은
    수락자의 입장에서 최적화된 결과를 얻을 수도 없고,
    또, 실제적으로 소위 소개팅이나 맞선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매칭 기법은 남녀 짝짓기보다는
    공립학교 입학 문제라든가 장기의 교환 이식 등의 문제에 적용하는 게
    상대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남녀 짝짓기와는 다른 지형 위에서 게임이 진행되는 거니까요.
    - 학교 입학의 경우, 아주 많은 학생이 신청, 소수의 학교가 선택하는 방식으로요.

    그런데, 더 나아가서,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매칭 기법이 공립학교 자체의 근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거죠.

    미국 공립학교는 실제로 가난한 유색 인종의 학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고,
    고액의 사립학교에 비해서 엄청나게 질이 낮은 교육을 받고 있으니까요.

    현재의 신자유주의는 이렇게 질낮은 공립학교 교육제도를 더 나쁘게만들고 있지요.
    (교원 노조 공격, 교원 수 삭감, 국가 및 지자체에 의한 학교 지원금 삭감....)

    그래서, 저는 200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레오니트 후르비치에서 앨빈 로스에 이르는 작업을
    소위, 제도설계이론(Mechanism Design Theory)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냉소적입니다.

    실상은 제도 자체를 제대로 건드리지는 못하는 것이니까요.

    즉, 오늘날 88만원 세대가 결혼은커녕
    돈과 시간이 없어서 연애도 못하는 실정에서 보자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주택 문제와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 의식과 노력이 없는 한,
    매칭 이론은 모든 미시이론이 갖고 있는 근본적 약점을 극복할 수 없는 거죠.

    • 이재현 님, 길고 정성이 담긴 내용, 감사합니다.

      대부분의 이론들과 마찬가지로, 그 이론이 보증하는 최적의 해답이 특정한 조건과 가정하에서만 성립한다 하더라도, 그 사실이 그 이론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 이론들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유의미한 기여를 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임은 당연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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