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퍼민트가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함께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2월 18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지난 11월 22일, 미국 대선이 끝난 뒤 약 보름이 지난 시점에 백악관으로 돌아올 트럼프 대통령을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비교하며 권위주의 정치 체제의 등장을 경고한 마샤 게센의 칼럼을 소개했습니다. 그 글을 쓴 시점으로부터는 약 3개월이 지났습니다. 해가 바뀌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는 곧 한 달이 되고, 이 글을 쓰는 17일은 마침 매년 2월 셋째 주 월요일,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생일을 기념하는 미국 연방 휴일 대통령의 날(President Day)입니다.
게센은 꾸준히 트럼프가 법치(rule of law) 대신 권위주의적 통치에 필요한 법(law of rule)을 만드는 ‘독재적 돌파구’에 관해 경고하는 칼럼을 썼습니다. 이번에는 오르반 총리와 헝가리 대신 본인이 나고 자란 소련과 푸틴 대통령 하의 러시아를 비교하며 제왕적 대통령의 길을 가고 있는 트럼프를 향해 미국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앞서가는 복종(anticipatory obedience)”을 우려하는 글을 썼습니다. “앞서가는 복종”은 예일대학교의 역사학자 티모시 스나이더가 쓴 표현인데, 맥락을 고려하면 ‘권력에 알아서 기는 상황’이라고 풀어 옮길 수 있습니다. 게센이 어떤 점을 우려하고 지적했는지 우선 칼럼을 번역했습니다.
전문 번역: “알아서 복종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서 펼쳐질 섬뜩한 미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일론 머스크와 정부효율부, 그리고 강성 지지층을 앞세워 수많은 관습을 바꾸고, 제도와 규범을 고쳐 쓰고 있다는 분석은 여러 차례 전해드렸습니다. 그 가운데는 선거에서 이긴 정당과 정치인이 유권자들이 투표로 위임한 권한과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했다고 볼 수 있는 것들도 있고,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할 뿐인 대통령으로서 소위 ‘선 넘은’, 즉 월권을 행사한 것들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잘잘못을 두고는 견해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제도 하의 공화국 시민에게는 권력자가 잘못하고 선을 넘을 때 이를 지적하고, 나아가 권력의 남용에 저항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권력이 총칼을 앞세워 법과 제도를 짓밟으려 할 때는 잘못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선을 넘으려는 시도가 노골적인 만큼 선과 악이 명확히 구분되곤 합니다. 그렇다고 저항하는 게 쉽다는 말은 물론 아니지만, 민주주의를 지키는 시민이라면 적어도 어느 편에 서야 할지는 분명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게센이 지적한 대로, 권력이 두려워서 억지로 복종하기보다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합리적인 판단 끝에 “앞서가는 복종” 대열에 동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센은 선거 전에 LA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지지 후보를 밝히던 오랜 관행을 갑자기 내다 버렸을 때, 마크 저커버그가 소셜미디어의 팩트체크 기능을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했을 때, 언론사들이 뚜렷이 잘못한 게 없는데도 정권의 겁주기용 소송에 굴해 합의에 이르렀을 때, 여러 대학과 기업들이 학생, 직원을 뽑을 때 적용하던 차별 금지 조항을 알아서 없앨 때 위기를 실감했다고 썼습니다.
게센은 알아서 복종하는 이들이 대는 ‘나름의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그 이유는 서로 얽혀 있거나 겹치기도 하는데, “타인에 대한 책임”, “더 큰 목표”, “실용주의”, “내가 안 해도 결국엔 이렇게 될 거야”, “시대정신”이라는 제목으로 설명됩니다. 이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우리말로 풀어보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괜히 나섰다가 남들한테까지 피해주지 말라”는 조언처럼,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통념처럼 대부분 저항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꺾는 언어들입니다.
개인의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사고 끝에 내린 결정처럼 보이는 것들도 민주주의 사회를 지켜내야 할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무책임하거나 잘못된 결정일 수 있습니다. 시민들 사이에 정치적인 관점과 견해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지만, 그 다른 생각을 드러내지 못하게 가로막고 토론을 제약하려 하는 건 그 자체로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나아가 저커버그의 메타가 팩트체킹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뒤 쓴 글에서도 인용했던 한나 아렌트의 통찰을 한 번 더 인용하면, “전체주의 통치의 이상적인 주체는 신념에 찬 나치나 신념에 찬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사실과 허구의 구분, 참과 거짓의 구분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사실과 거짓이 토론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됩니다. 사실과 거짓마저 진영 논리에서 바라보려는 모든 시도도 단호히 배격해야 합니다.
대통령 넘어 왕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 수정헌법 22조
트럼프 대통령이 편 정책 가운데 ‘선을 넘은’ 것들이 적지 않은데도 저항의 목소리가 미미하자, 미국 정치 제도가 정말 독재로 전락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제왕적 대통령이 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말 왕이 되려 한다는 지적도 물론 과장됐지만, 아주 일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트럼프가 미국을 오르반의 헝가리나 푸틴의 러시아처럼 비틀어놓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여러 가지 전망 가운데 오늘은 궁극적으로 4년 뒤 트럼프 대통령을 권좌에서 내려오게 할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수정헌법 22조에 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트럼프가 4년 뒤 두 번째 임기가 끝날 때 관행을 거스르고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한다면 어떻게 나올지 분석한 폴리티코의 기사를 참조했습니다.
우선 수정헌법 22조의 핵심은 가장 앞부분의 “누구도 두 번 이상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없다(No person shall be elected to the office of the President more than twice)”는 구절에 있습니다. 권력의 이양에 관한 미국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언급해야 하는 인물은 대통령의 날의 주인공이기도 한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입니다. 4년씩 두 번, 총 8년 임기를 마친 워싱턴 대통령은 권력을 내려놓고 초야로 돌아갔습니다. 아직 대통령의 연임 규정에 관한 법제가 정비되지 않은 신생국 미국에 최대 두 번까지만 대통령직을 맡는다는 관행을 만든 사람이 워싱턴입니다. 이후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세 번째 임기를 부여받은 대통령은 150년 가까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 관행을 깬 인물이 바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입니다. 1932년에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루즈벨트는 뉴딜 정책을 펴 대공황에서 벗어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두 번째 임기가 끝나가던 1940년 유럽에서 전쟁이 났고, 미국이 언제 여기에 휘말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관습법의 나라답게 대통령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해선 안 된다는 법은 전혀 없었고, 미국 국민들은 루즈벨트를 무려 두 번이나 더 대통령으로 뽑습니다. 루즈벨트는 1945년 사망할 때까지 13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합니다. 대공황과 세계 대전이라는 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간 루즈벨트지만, 두 번까지만 대통령을 한다는 관행이 깨진 만큼 이제는 임기를 헌법에 명시해 둘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회가 논의 끝에 발의해 오랫동안 논의한 끝에 통과, 선포된 조항이 수정헌법 22조입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4년 뒤에도 계속 권좌에 앉을 수 있는 시나리오를 네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넷 다 지금 상황에선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지만, 트럼프가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가져온 변화를 고려하면 섣불리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기 어렵기도 합니다.
우선 수정헌법 22조를 폐지하고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없애는 방법이 있습니다. 헌법을 폐지하거나 다시 쓰려면 우선 상원과 하원 재적 의원의 2/3가 찬성해야 합니다. 또 전체 50개 주 가운데 3/4이 새 헌법을 비준해야 합니다. 트럼프가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그만한 지지를 확보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둘째, 누구도 두 번 이상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없다는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일종의 꼼수를 쓰는 겁니다. 대통령으로 선거에 나서 세 번째로 뽑히면 헌법 위반이지만, 부통령으로 뽑혔다가 대통령이 궐위 상태가 돼 그 자리를 물려받는 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J.D. 밴스 부통령이 2028년 대선 후보로 나서고 트럼프를 러닝메이트로 지목한 다음 당선되면 임기 첫날 바로 하야, 트럼프에게 권력을 넘기는 겁니다. 꼼수라는 비판은 거세게 일겠지만, 위헌 여부는 다퉈볼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셋째, 헌법을 무시하고 다시 대선에 도전하는 겁니다. 이건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의 최근 행동 원칙이기도 한데, 법을 대놓고 무시한 다음 어디서 가로막히는지 실제로 상황을 지켜보는 겁니다. 특히 관습법 전통을 따르는 미국은 법을 크게 어겼을 때 처벌 조항이 법조문에 보통 안 쓰여 있습니다. 판례도 없을 만큼 큰 잘못이라면 법원도 판결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가 지금처럼 인기가 높고, 야당인 민주당이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리고 트럼프가 정말 세 번째 임기를 하고 싶다면 감행해 볼만 한 도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넷째는 헌법에 저항하는 겁니다. 세 번째 시나리오와 비슷하지만 결이 다른데, 아예 선거를 막는 겁니다. 선거가 없으면 권력을 이양할 다음번 당선자도 나오지 않을 테고, 그럼 계속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선거도 헌법에 명시돼 있으니, 이를 막으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생기지 않는다면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사변이 나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선거를 미루는 게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이 또한 현실성이 부족한 시나리오처럼 보이지만, 2020년 선거에서 지고도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쓸 수 있는 카드를 거의 다 썼던 트럼프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릅니다.
이 모든 시나리오를 무력화할 수 있는 건 미국 시민들의 저항입니다. 저항이 꼭 물리적인 혹은 명시적인 반대를 뜻하는 건 아닙니다. 당장 내년에 중간선거가 있습니다. 하원 전체와 상원의 1/3이 교체됩니다. 여기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지난 선거와 확연히 달라진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동력은 크게 꺾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보다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며 대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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