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12월 6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고 실제로 취임과 함께 지체 없이 부과할 계획을 공표한 관세(tariffs)는 1기 행정부 때 이미 썼던 카드입니다. 물론 산업에 따라, 분야별로 이번에는 더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벼르는 점이 다르고, 1기 행정부 때는 없던 일론 머스크라는 변수가 있어서 다른 식으로 전개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관세를 놓고 줄다리기하는 상황이 재현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때 벌어진 관세 전쟁과 관련해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유로 철강, 알루미늄, 광물과 태양광 패널 등 중국에서 수입하는 여러 가지 품목에 관세를 매겼는데, 이 가운데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기엔 수지가 맞지 않거나 생산설비가 준비되지 않은 경우, 혹은 수입 다변화가 어려운 품목들은 중국 수출 업체가 미국 시장에 파는 가격을 낮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물건을 들여오는 미국 기업들이 관세로 인해 늘어난 비용을 부담해야 했고, 기업들은 짊어진 비용의 일부를, 소비자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떠넘겼습니다. 관세가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얼마나 많은 부담을 지웠는지에 대한 분석은 연구마다 조금씩 다른데, 한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매긴 관세 때문에 미국인의 경제적 복지(economic well-being)가 3%나 감소했습니다. 수입 가격이 높아지고, 높아진 비용을 소비자가 치렀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사실은 중국의 보복 관세에 관한 것입니다. 중국은 대두, 옥수수, 밀, 돼지고기, 소고기 등 미국 최대 수출 산업인 농업 분야에 25%의 보복 관세를 매겼습니다. 그런데 제조업의 핵심 원료인 철강이나 태양광 패널에 비하면 (대부분 가축 사료로 쓰는) 농산물의 경우 다른 곳에서 수입을 늘려 미국산 농산물을 대체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 농산물을 수출하는 미국 수출 업체는 관세를 고려해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용을 떠안은 미국 농업뿐 아니라 농산물 생산 지역의 운송, 창고, 비즈니스 서비스 분야의 고용까지 덩달아 줄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전쟁으로 피해를 본 업체에 부랴부랴 보조금을 줬지만, 이마저 피해를 정확히 측정해 지급하지 못해 돈을 효과적으로 쓰지 못했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차원에서는 실패했지만, 정치적으로는 관세 전쟁을 통해 “터프한” 모습을 보인 트럼프를 그리워하는 유권자가 많았으니 어느 정도 성공한 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관세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드러나기도 합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자 트럼프의 정책 가운데 일부 유지하고 승계한 대표적인 정책이 중국에 대한 관세였던 만큼 어디까지가 관세로 인해 나타난 결과인지 단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결국, 관세로 산업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힌 것으로 따져보면 중국이 미국보다 더 효과적으로 관세를 부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관세 전쟁에서 드러난 사실 가운데 원래는 미국이 중국에 식량을 수출해 왔다는 점이 놀랍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잊고 있지만, 미국은 중부에 광활한 곡창 지대가 펼쳐진 농업 국가이기도 하고, 중국은 워낙 인구가 많은 나라이므로 웬만큼 생산해서는 식량 수요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중국이 농산품에 관세를 부과해 단기적으로는 미국에 타격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지만, 실은 중국의 가장 근본적인 고민 중 하나도 바로 언제든 부족해질 수 있는 식량 문제와 연관돼 있습니다. 식량 부족은 곧 국가 안보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습니다.
전문 번역: “대체육 개발에 이토록 진심… 중국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
높은 경제 성장을 통해 많은 사람이 가난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국은 워낙 인구가 많아 식량을 자급자족하기엔 경작지가 부족합니다. 자연히 식량 일부를 수입하게 되는데, 이는 식량 안보 차원에서는 결정적인 약점이 될 수 있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중국 정부의 해법은 바로 동물 단백질이 아닌 비동물 단백질 섭취를 늘려 잠재적인 식량 부족 문제와 그로 인한 식량 안보 위기를 해결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무엇보다도 실험실에서 비동물 단백질을 합성한 대체육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탄소발자국이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육식이 채식보다 얼마나 나쁜 식습관인지에 관한 논의는 이미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기는 밥상에 오르기까지 가축을 기르기 위해 개간을 통해 파괴하게 되는 숲, 경작지, 사료의 포장, 이동 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등 수많은 요인에서 채소 위주의 식단보다 지구에 훨씬 더 큰 해를 끼칩니다. 또한, 육류는 여러모로 훨씬 비싼 식재료라는 점에서도 한정된 자원으로 많은 사람을 먹이기엔 식물 단백질보다 효율이 떨어지죠.
마침, 중국 식문화에는 두부라는 콩으로 만든 식물 단백질로 만든 훌륭한 식재료가 있습니다. 물론 돼지고기나 생선 요리 등 동물 단백질을 이용한 요리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중국 식문화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영양소도 갖췄으며 맛까지 나쁘지 않은 대체육이 개발된다면 아무리 실험실에서 개발한 식품이라도 중국인들이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중국 정부가 대체육을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죠.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식량을 수출하는 쪽과 수입하는 쪽이 어디인지 생각한다면, 중국 정부의 대체육 개발에 고도의 계산이나 거창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안보를 튼튼히 하고 싶어 하는 건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일 겁니다. 식량 안보도 엄연한 안보의 일종이라면,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유독 중국이 식량 안보에 신경 쓰는 일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건 서구 중심적인 사고의 발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모든 일은 복합적인 차원에서 일어납니다. 국제 관계를 바라볼 때 특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 행위자를 국가로 한정 짓는 일입니다. 즉, 국가 차원에서만 상황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 결정을 내린다고 가정하면 관계를 단순하게 환원해 바라보기엔 좋을 수 있지만, 어떤 일이 발생하는 진짜 이유를 놓치기 십상입니다. 식량을 더 많이 비축하고,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식량을 줄이려는 중국의 행동을 국가 차원에서만 바라보면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다’고 의심할 만도 하지만, 개개인의 차원에서 보면 모두가 굶주리지 않을 만큼의 식량을 확보하는 일에 거창한 이유가 굳이 필요할까요?
게다가 국가별로 나눠서 생각할 게 아니라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육식을 줄이는 일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도 바람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1인당 육류 소비를 따지면, 전 세계에서 가장 고기를 많이 먹고 온실가스 배출도 많이 하는 미국은 다른 나라가 식량 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참견할 자격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접근법은 달라도 -트럼프는 관세, 바이든은 산업 정책과 직접 투자 통한 생산시설 유치- 보호주의로 돌아선 점에선 지향점이 같습니다. 미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고, 기술 개발을 장려해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면, 농업 강국인 미국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뛰어들어야 할 분야가 다름 아닌 대체육 개발일 겁니다.
육류 소비에 따르는 비용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값만 오르는 게 아니라 지구와 환경 전반에 끼치는 폐해를 고려하면 더 그렇습니다. 아직은 실험실에서 개발한 단백질 식품 가운데 시장에서 경쟁을 뚫고 소비자에게 인정받은 ‘공산품 식량’이 없지만, 맛과 값에서 모두 인정받은 제품이 등장하면 시장을 석권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이때 식문화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라는 지속 가능한 식문화 경쟁에서 정말로 크게 뒤처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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