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8월 13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밝힌 7월 21일은 올해 미국 대선에서 가장 큰 변곡점으로 기록될 날입니다. 그때까지 기세등등하던 “트럼프의 시간”은 갑자기 막을 내렸습니다. 트럼프와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그리고 공화당이 딱히 표를 잃을 만한 큰 실수를 한 건 아니지만, 해리스와 해리스가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빠르게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여론조사에서 마침내 트럼프와 밴스를 따라잡았습니다.
지난주 월즈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 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전국 지지율과 주요 경합주 지지율에서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대부분 오차 범위 안으로 좁혀졌습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6월 TV 토론에서 보여준 미덥지 못한 모습 이후 거듭 추락했는데, 이를 해리스가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았던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8월 4일에 발표된 CBS 뉴스와 여론조사 기관 유거브(YouGov)의 공동 여론조사였습니다.
민주당과 해리스 캠프는 이후 부통령 후보를 발표하고 유세에 박차를 가하며 오는 19일 시작되는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공화당과 트럼프 캠프는 여론조사 결과값에 가중치를 주는 방식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오늘은 이런 공화당 일각의 비판이 타당한지 분석한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크리스텐 솔티스 앤더슨이 쓴 칼럼을 먼저 읽고, 칼럼이 발행된 뒤 뉴욕타임스가 시에나대학과 함께 진행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문번역: 트럼프 캠프는 ‘이 여론조사 결과’를 싫어합니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학은 올 대선 최대 격전지가 될 중서부 경합주 세 곳(펜실베이니아(PA), 미시간(MI), 위스콘신(WI))의 표심을 살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물러나고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 뒤로는 처음 진행한 경합주 여론조사였습니다. 해리스는 경합주 세 곳에서 모두 트럼프를 3~4%P 앞섰습니다. 바이든 대 트럼프의 대결일 때만 해도 트럼프가 줄곧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다가 6월 말 TV 토론 이후에는 격차를 10%P 가까이로 벌린 곳의 표심이 다시 한번 크게 변한 겁니다. 뉴욕타임스의 네이트 콘 기자가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기사를 토대로 현재 대선 구도를 짚어봤습니다.
1. “둘 다 싫다”던 유권자 없어졌다
애초에 올해 미국 대선에는 “둘 다 싫다(double-haters)”던 유권자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바이든도, 트럼프도 나이나 경력 면에서 신선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없죠. 그래서 바이든도, 트럼프도 싫다는 유권자들이 전체의 20%, 많게는 25% 가까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선거인단을 확보할 만큼 특정 주에서 인기를 얻지는 못하지만, 전체 지지율 10~15%를 기록하기도 했던 제3 후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주목받을 수 있던 이유도 “둘 다 싫다”던 유권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둘 다 싫다”던 유권자 중에는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을 찍었던 이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바이든이 재선에 도전하지 않기로 하면서 자신의 부통령이던 해리스를 지지하자,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바이든은 못미덥지만, 그래도 다른 민주당 후보라면 트럼프보다야 당연히 민주당을 찍는” 상황이 된 겁니다. 전체 지지율이 30%대 중반까지 떨어졌던 바이든에 비해 해리스가 다시 트럼프와 엇비슷한 지지율을 회복한 건 원래 민주당을 찍을 유권자들이 해리스와 월즈 티켓을 뽑는 쪽으로 결집했다는 뜻입니다.
2. 확장성 부족한 트럼프, 밴스 지명 독 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지지율이 놀라울 만큼 일정했습니다. 핵심 지지층은 정말 콘크리트가 연상될 만큼 견고했습니다. 트럼프가 어떤 논란을 일으키든 실수를 하든, 심지어 잘못된 판단을 내려도 국정 수행 평가, 지지율은 35~40%를 유지했습니다. 견고한 지지층은 대단한 저력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40%를 좀처럼 넘지 못하고, 45% 넘는 지지율을 오랫동안 유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트럼프는 오래된 약점을 여전히 지니고 있습니다. 그 약점이란,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매우 열정적인 팬덤에 가까운 지지자든, 마지못해 투표하러 와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든 행사할 수 있는 표는 한 표로 똑같습니다.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건 곧 열정적인 팬층을 다양하게, 폭넓게 거느린 트럼프지만, 동시에 트럼프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도 굉장히 많다는 뜻입니다. 대체로 “트럼프는 절대 안 돼”라고 말하는 유권자가 “무조건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보다 더 많습니다. (트럼프가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해 대선에서 승리한 2016년 선거에서도 전체 득표는 300만 표 가까이 뒤졌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번 뉴욕타임스/시에나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듯 해리스가 경합주에서 지지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사이 트럼프의 지지율도 미세하게나마 올랐습니다. 바이든의 지지율이 30%대 중반까지 떨어졌던 곳에서 해리스는 40%대 후반 또는 50%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트럼프의 지지율은 40%대 중반에 머물러 있습니다.
열정적인 지지자들은 이미 투표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로, 이들 사이에서는 표를 더 받을 방법이 딱히 없습니다. 트럼프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줄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지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의 후계자라 불러도 좋을 젊은 우파(내지 극우) 포퓰리스트 J.D. 밴스를 뽑았습니다. 잘하는 걸 더 잘하는 방법으로는 표를 늘리기 쉽지 않습니다. 밴스를 지명한 것이 득보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3. 8월은 “해리스의 시간”
민주당은 일주일 뒤인 19일 시카고에서 나흘 일정의 전당대회를 엽니다. 지난달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마친 직후까지는 컨벤션 효과를 비롯해 트럼프와 공화당의 분위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한 번 더 임기를 마칠 경우 86세까지 백악관에 머무르게 될 바이든에 비해 트럼프는 훨씬 더 활기차고 역동적인 사람으로 비쳤습니다. 7월은 “트럼프의 시간”이라고 부른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이번엔 반대로 해리스와 월즈, 민주당이 아직 열리기도 전인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선거 관련 이슈를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전당대회가 끝나는 8월 말까지는 민주당이 지금의 여세를 몰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한때 우스갯소리로 트럼프에 맞설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민주당 후보 아무나”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앞서 살펴본 대로 트럼프는 확장성이 부족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가상의 인물을 민주당 후보로 내세워도 이길 수 있습니다. 트럼프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트럼프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표를 결집하기만 하면 됩니다.
바이든은 어쩌면 이 간단한 임무도 마치지 못했고, 이제 트럼프에 맞설 후보는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바뀌었습니다. 바이든을 미덥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유권자들은 해리스와 월즈에게 긍정적인 의미를 투영하고 있습니다. 8월은 이래저래 “해리스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8월 이후, 즉 두 번째 TV 토론이 열릴 9월부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또 모릅니다. “민주당 후보 아무나”에게 표를 줄, “트럼프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다시 부동층으로 돌아설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 아무나”를 콕 집어 공격하지 못하던 트럼프도 해리스와 월즈를 분석해 다시 반격에 나설 것이고, 그때 지지율이 다시 어떻게 요동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해리스가 사실상 후보가 된 이후 빠르게 지지율을 올렸던 것처럼 반대로 해리스가 실수하거나 공화당에 유리한 변수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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