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7월 19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현지시각 17일 밤, 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직 제안을 공식 수락하며, 공화당 전당대회 사흘째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밴스 의원은 지난 중간선거에서 처음 당선돼 상원의원이 된 지 2년이 채 안 된 정치 신인입니다.
다음 달 2일에야 40살이 되는 젊은 나이, 그에 따른 짧은 정치 경력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뽑을 만한 유력한 후보군에 늘 들었던 밴스 의원은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인 지난 15일, 마침내 트럼프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밴스 의원은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아메리칸드림의 상징과도 같은 자신의 인생 여정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말로 인상적인 후보 수락 연설을 마쳤습니다.
“힐빌리의 노래”
밴스 의원은 정치인이기 전에, 성공한 벤처캐피털리스트에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우수한 변호사라는 타이틀 전에 30대 초반에 출간한 회고록으로 훨씬 더 유명한 사람입니다. 2016년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해 가장 큰 정치적 사건 중의 하나였던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거의 모든 언론이 “힐빌리의 노래”를 꼽았습니다. 책은 마침내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로 다시 탄생합니다.
책이나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힐빌리의 노래”는 J.D. 밴스 본인이 나고 자란 이야기입니다. 애팔래치아산맥에 있는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이란 마을은 밴스의 고향이자, 책 제목처럼 “힐빌리(hillbilly)”들이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힐빌리를 사전에 찾아보면 우리말로 ‘촌뜨기’라고 나옵니다. 여기서 촌은 한때 제조업이 융성했을 때는 잘 나가던 도시였다가 지금은 쇠락한 러스트벨트(Rust Belt) 일대를 뜻합니다.
밴스의 고향 미들타운도 전형적인 러스트벨트 마을로, 가난과 마약, 범죄가 일상인 곳이었습니다. 밴스 본인의 부모도 밴스가 걸음마를 뗐을 무렵 이혼했죠. 엄마가 약물 중독에 걸핏하면 아이들을 학대했기 때문에 밴스는 다섯 살 위 누나와 함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손에서 컸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에 입대한 J.D. 밴스는 2005년, 6개월간 이라크에 파병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 돌아와 전역한 뒤 예비역이 받을 수 있는 장학금으로 오하이오 주립대에 들어가 대학 학위를 마쳤고,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해 법무 박사(JD, Juris Doctor)를 받고 졸업합니다. 2014년에 로스쿨에서 만난 배우자 우샤(Usha)와 결혼하면서, J.D.는 그동안 쓰던 성 대신 지금 우리가 부르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성 밴스로 개명합니다.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은 2016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일등 공신이자, 밴스를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만들어준 귀인이기도 합니다. 올해 대선에서도 가장 중요한 경합주 세 곳(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배니아)이 러스트벨트에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인생의 절반 밖에 살지 않은 새파란 정치 신예를 러닝메이트로 지목한 트럼프의 결정을 두고 통념에서 벗어난 의아한 결정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책 “힐빌리의 노래”를 출간했을 때만 해도 트럼프에게 비판적이던 밴스는 정치에 뛰어든 뒤로는 줄곧 열렬한 트럼프의 지지자를 자처해 “리틀 트럼프”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그래서 이 결정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겁니다. 오늘은 우선 트럼프가 J.D.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낙점한 이유를 분석한 칼럼을 번역했습니다.
전문 번역: 39살의 ‘흙수저 신인’이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이유는
통념에 맞는 후보들은 왜 트럼프의 성에 차지 않았을까요? 또는 트럼프는 어떤 면에 주목해 통념과 다른 셈법으로 선거를 준비하는 걸까요? 칼럼에도 언급된 내용을 포함해 트럼프가 그리는 큰 그림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배신자는 절대 안 된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는 통념에 가장 부합하는 러닝메이트를 골랐습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와 달라도 너무 다른, 그래서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세 번이나 결혼한 뉴욕의 플레이보이” 이미지가 강했던 트럼프에게 선뜻 투표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 임신중절권이나 성소수자의 권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보수 세력은 트럼프 옆에 선 펜스를 보고 안심하며 공화당을 찍었죠.
그러나 펜스와 트럼프의 끝은 아주 험악했습니다. 자신이 바이든에게 졌을 리 없다며, 선거 결과를 추인하지 말라는 트럼프의 호소와 압력을 펜스는 외면했고, 끝내 2021년 1월 6일 의사당을 습격한 테러리스트들은 “펜스를 교수형에 처하라”는 구호를 외쳐댔습니다. 충성보다 헌법을 지키는 쪽을 택한 펜스는 그로 인해 지금의 공화당에서 사실상 숙청됐습니다.
이 일을 겪은 뒤 트럼프는 ‘배신자만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 겁니다. 자신을 향한 충성심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 것도 그 때문입니다. 트럼프에게 충성을 맹세한 후보들은 많았습니다. 공화당에는 점점 더 트럼프를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만 남았고, 트럼프에게 밉보였다가는 정치를 할 수 없는 당이 됐기에 당연한 일입니다.
트럼프에게 충성하는 후보 중에도 트럼프가 어필하지 못하는 유권자에게 강한 후보들이 있었습니다. 라티노 유권자에게 더 잘 어필할 수 있는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이나 본인이 사업가 출신으로 친기업 성향을 중시하는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더그 버검 노스타코타 주지사가 그렇습니다. 팀 스캇 상원의원은 흑인들의 표를 얻는 데 아무래도 유리했겠죠. 그런데도 트럼프는 하는 말과 주장의 결이 자신을 쏙 빼닮은 J.D. 밴스를 골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빅 텐트냐 더블 다운이냐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서로 약점을 메워주는 상보적인 관계로 설정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따르면 러닝메이트가 함께 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전체 득표율이 아무래도 높아질 겁니다. 빅 텐트(big tent)를 쳐서 다양한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점을 최대한 많이 나열하는 거죠. 반대로 트럼프는 자신과 공유하는 약점, 강점이 거의 비슷한 “리틀 트럼프”를 부통령 후보로 뽑았습니다.
밴스는 임신중절권을 여성에게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서 트럼프보다 훨씬 더 강경하며, 국제 무대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의 안보를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고립주의 노선도 훨씬 더 강경합니다. 이를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트럼프가 큰 이변이 없는 한 승리를 확신하고, 철저히 자기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고른 거 아니냐는 분석이 있습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트럼프는 2016년 자신이 거둔 승리 방정식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겁니다. 2016년 선거 전체 득표에서 트럼프는 클린턴보다 300만 표 가까이 덜 받았습니다. 2020년 전체 득표 차이는 700만 표 이상으로 더 벌어졌습니다. 이번에도 전체 득표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를 앞설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미국 대통령 선거는 승자독식 방식으로 선거인단을 나눠 갖는 방식의 집계에 따라 승패가 갈립니다.
전체 득표와 상관없이 경합주에서 승리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앞서 언급한 러스트벨트의 경합주들이 가장 중요한 승부처입니다. 어차피 여성이나 유색인종의 표는 더 받아도 대개 선거인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표들이라면, 경합주의 유권자 가운데 공화당을 찍을 유권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게 더 낫고, 그러기엔 “힐빌리의 노래”를 쓴 J.D. 밴스를 앞세우는 “더블 다운(double down, 더 잘하는 걸 더 세게 밀어붙이기)” 전략이 나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선거뿐 아니라 2028년을 포함한 공화당의 미래를 염두에 둔 선택이란 지적에 동의하면서 한 가지를 더 보태고 싶습니다.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한다면 여러모로 퇴임 후의 안전을 보장받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미 미국 역사상 최초로 형사 기소된 전직 대통령이기도 하고, 자신이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면 서슴지 않고 정치적 보복에 나설 거라고 말하고 다닌 게 트럼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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