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7월 2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 글을 시차 발행하는 오늘(8월 22일) 밤 카말라 해리스는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할 예정입니다.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시점에는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겁니다. (글에서 예상한 공개 전당대회는 열리지 않았지만요.) 전례 없는 일로 가득한 2024 미국 대선은 아메리카노2024에서 빠르게,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 상태를 표현하는 데 “패닉”보다 더 적절한 단어는 없었을 겁니다. 지난 목요일 밤, 이례적으로 전당대회를 치르기도 전인 6월에 두 후보가 맞붙은 대통령 후보 TV 토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최고령 대통령 조 바이든이 참담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늘 그렇듯 시종일관 거짓말을 일삼았습니다. 제대로 된 근거를 댈 수 없는 음모론 수준의 억지 주장에 기댄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 트럼프를 앞에 두고도 조 바이든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훨씬 적합하지 않은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나이 들어 노쇠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많은 준비를 했겠지만, 할 말을 기억해 내느라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애쓰는 장면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 끝에 꺼낸 말은 엉뚱한 말 또는 당혹스러운 말실수였습니다. 제대로 문장을 맺지 못한 경우도 너무 많았습니다.
전직 대통령 둘이 맞붙는 선거인 만큼 각자 집권했을 때 기록과 성적표를 두고 토론이 벌어질 거라 예상됐지만, 유권자들은 그보다도 과연 바이든이 다음 임기 4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심각한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선거까지 넉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우리 당 후보에게서 도저히 덮기 어려운 치명적인 하자가 발견된 겁니다. 당 안팎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재선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습니다. 특히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트럼프를 반대하는 언론들이 잇달아 바이든의 사퇴를 촉구하는 칼럼을 실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간판 칼럼니스트 중 한 명인 토머스 프리드먼도 그랬습니다.
전문 번역: “바이든은 좋은 사람이고, 좋은 대통령입니다. 그는 물러나야 합니다” [프리드먼 칼럼]
사실 뉴욕타임스는 기명 칼럼뿐 아니라 아예 사설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선 출마를 재고하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관행을 깬, 이례적인 사건으로 가득하던 이번 대선에 흔히 보기 힘든 장면이 또 하나 추가된 셈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7월 1일 월요일 오후 2시까지 바이든 대통령은 출마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토론 이튿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한 유세 중에도 “내가 더는 젊지 않다는 걸 잘 안다. 토론도 예전만큼 못 한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도 대통령직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준비된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했죠. 특히 질 바이든 여사를 포함한 바이든 대통령의 가족, 선거를 치르는 캠프의 수뇌부와 측근들, 의회의 민주당 원로 및 중진 의원 등 바이든이 가장 먼저 의견을 물을 만한 사람들은 대체로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된다는 뜻을 전달한 걸로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민주당 내에서 대통령 후보를 교체하려는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미국 정치는 다른 무엇보다도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고, 관습과 관행을 존중하는 규범을 거스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미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50개 주를 돌며 치르는 예비선거가 거의 다 끝났고, 민주당에서는 재선에 도전한 현직 대통령에게 유력한 정치인 누구도 도전장을 내밀지 않은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대의원의 95% 이상을 확보했습니다. 아무리 바이든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본인이 끝까지 선거를 치르겠다고 하면 민주당에 허락된 선택지는 사실상 바이든으로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에 맞서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여론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칼럼에 쓴 것처럼 “온 캠프가 달려들어 열심히 이번 토론을 준비했을 텐데, 그 결과가 지난 토론에서 보여준 바이든의 모습이라면” 바이든은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재선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에 많은 유권자가 동의할 겁니다.
특히 처음부터 민주당 지지자 중에 “바이든이 좋아서” 바이든을 찍겠다는 사람보다 “트럼프가 싫어서” 혹은 “트럼프의 폭정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바이든을 찍겠다는, 이른바 소극적인 지지자가 많았습니다. 토론을 본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이든을 고집했다가는 “질 게 뻔한 선거”가 되리라는 걸 직감했을 테고, 충격과 공포에서 비롯된 걱정은 이미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바이든이 여론을 수용해 재선 출마를 포기할 경우 민주당은 어떻게 후보를 교체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다만 바이든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생각할 필요도 없는 시나리오라는 점을 한 번 더 말씀드립니다.
공개 전당대회(Open Convention)
1968년까지만 해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 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 추대하는 방식은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예비선거를 치러 일반 당원과 유권자에게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묻는 주도 있었지만, 그런 곳에서도 투표 결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주별로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는 해당 주 출신의 현역 의원이나 주지사, 지역당 위원장 등 이른바 ‘지역의 유력 인사’들이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1968년은 베트남전 반전 운동이 극에 달했던 시점이었습니다. 재임 중 무리한 확전을 주도한 린든 존슨 대통령은 인기가 너무 없었고, 재선 출마를 포기합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뉴욕주 상원의원 로버트 케네디였습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미국 법무부 장관을 지낸 케네디 의원은 전쟁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후보였죠. 그런데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6월, 케네디 의원은 안타깝게도 형과 마찬가지로 암살됐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케네디만큼 인기가 있던 건 아니지만, 유진 매카시 상원의원을 포함해 반전을 외치는 후보들이 더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은 해오던 대로 당시 부통령이던 휴버트 험프리를 후보로 냈습니다. 베트남전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린든 존슨 대통령과 다를 게 없는 선택이었지만, 여론을 무시한 거죠. 결국, 1968년 본선에서 험프리는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에게 참패했고, 민주당 내에서는 경선 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그 결과 4년 뒤인 1972년부터 50개 주를 돌며 예비선거를 치르고 거기서 확인된 일반 당원과 유권자들의 뜻을 반영해 후보를 지명하는 예비선거 방식이 도입돼 정착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건 곧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에게 표를 주기로 약조한 대의원(pledged delegates)들에게 새로운 후보를 찾아 투표해도 좋다고 허락해 주는 셈입니다. 새로 출마한 후보들은 8월 19일 시카고에 모인 대의원 4,672명에게 나흘간 유세를 펴고, 이들이 마지막 날 투표로 후보를 뽑습니다. 전당대회를 주관하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가운데 400여 명으로 꾸려지는 대통령 후보 추인위원회는 투표 결과를 두고 최종 회의를 거쳐 후보를 추대합니다. 50개 주를 돌며 치른 예비선거에서 사실상 표를 독식한 유일한 후보가 갑자기 본선에 나서지 못할 때를 대비해 일종의 ‘원샷 경선’을 치르는 겁니다.
예비선거 결과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1968년 이전의 경선 방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배경은 지금까지 설명했다시피 많이 다릅니다. 전당대회가 끝날 때 누구를 대통령 후보로 추대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전당대회라는 뜻에서 “공개 전당대회”라고 부릅니다. 지난 60년 가까이 이런 방식으로 전당대회를 연 적이 없기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너무 큰 도박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81세의 기력 없는 바이든으로는 도저히 86세까지 백악관에 있게 표를 달라는 요구가 먹히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주가 되고, 바이든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규정상 공개 전당대회를 치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선거를 100일 남짓 앞두고 바이든이 갑자기 물러난다면, 민주당의 새 대통령 후보는 누가 될까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물려받는 게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미덥잖은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론되는 후보로는 그레첸 윗머 미시건 주지사,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라파엘 워녹 조지아 상원의원 등이 있습니다. 잠재적인 후보들의 면면에 관해서는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여론에 뜻을 굽혀 출마를 포기하게 되면, 그래서 공개 전당대회가 정말 열리게 된다면 그때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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