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6월 10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일찌감치 산업화를 달성한 서구의 많은 나라와 소위 선진국에서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 인구가 정체되는 건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미국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난 4월 2023년 출산 통계를 발표하며, 전년도보다 합계출산율이 3% 낮아졌다고 전했습니다. 2014년부터 매년 평균 2%씩 줄어들던 추세가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에 잠깐 반등했다가 다시 시작됐다는 분석이 붙었습니다.
구글에 “US birth rate”로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그래프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이웃한 캐나다의 통계와 함께 가장 문제가 심각한 나라,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사례로 한국의 출산율 그래프가 나옵니다. 2021년 0.81이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더 낮아졌습니다. (가장 최근 수치인 2023년 기준 0.72)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닉 크리스토프가 점점 더 갈라지는 미국 젊은 세대 이야기를 칼럼으로 썼습니다. 결혼도, 섹스도 덜 하고, 생각의 차이도 점점 더 벌어진다는 칼럼의 제목을 보고는 (특히 트럼프의 등장 이후) 미국 정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젠더에 따른 정치 성향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나 보다 하고 글을 읽었습니다.
전문 번역: 결혼도, 섹스도 덜 하는 그들… 그랬더니 벌어지는 일들
크리스토프는 정치적인 성향까지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성별에 따라 달라진 처지, 그로 인해 바뀐 가치관과 인식의 차이, 변화를 주로 다뤘습니다. 그러다 지금 미국 사회의 경향을 “빨리감기”하면 맞닥뜨릴 수 있는 사회의 예로 한국을 듭니다.
처음에는 ‘갑자기 여기서 한국이 왜 나와?’라고 속으로 발끈했지만, 지난 몇 년 사이 한국이 세계적으로 저출생 트렌드를 선도하는 나라로 널리 알려진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소재로 쓸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랑할 게 못 되는 ‘K-트렌드’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크리스토프의 글은 저출생 문제를 직접 다룬 글이 아니라, 남녀 사이에 점점 더 벌어지는 인식과 가치관의 차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조망한 글입니다.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겠지만, 서로 생각이 다르고 어울리지 못해 남녀가 연애도 덜 하고, 결혼도 덜 하는 사회에서는 자연히 출산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겠죠. 미국의 젊은 세대에서 최근 그런 경향이 드러나는데, 비슷한 경향이 몇 배 더 선명하게 나타난 나라, 안 좋은 의미에서 앞서간 나라가 한국이다 보니 한국의 사례를 칼럼에도 비교적 자세히 언급합니다.
반면교사 되지 않으려면
미국 사회의 저출생 문제가 더 심각해져 본격적인 정부 차원의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 사회가 내놓은 수많은 저출생 대책은 본보기로 삼을 만한 사례가 될 수 있을까요?
제도 자체는 흠잡을 데 없어 보입니다. 예산도 저출생과 인구 절벽 문제를 가장 앞서 겪는 나라라고 할 만큼 절대 적지 않게 책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성과로 말해야 하는 게 제도의 숙명이라면, 우리나라의 저출생 대책은 지금까지 낙제입니다. 출산율이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예산이 부족해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그림의 떡’에 그치고 만다면 그게 문제일 겁니다.
이미 언론에서 여러 차례 다룬 문제지만, 대표적인 게 아빠의 육아휴직입니다. 제도는 갖춰져 있지만, 한국 기업에서는 아빠가 “차후 승진에서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고” 혹은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없습니다. 스웨덴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는 ‘아빠만 쓸 수 있는’ 육아휴직 제도를 만들고 이를 적극적으로 권장해 문화를 바꿔놓았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변하는 중일지 모르지만, 변화의 속도는 급락하는 출산율과 혼인율을 고려하면 더디기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육아와 경력 사이에서 고민하는 건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남아 부부 사이 갈등의 씨앗이 되곤 합니다. 그런 갈등을 겪을 게 뻔히 보인다면 경우에 따라 애초에 결혼을 안 하는 편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커져가는 가치관의 차이가 연애 감소, 혼인 감소로 이어지고,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은 “정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출산율은 당연히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한국은 저출생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가 반면교사로 삼기 딱 좋은 사례에 그치고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출산율을 반등해 다른 나라의 본보기가 되는 것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타산지석은 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고 장려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젠더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기며, 상대방을 혐오하는 데서 득세하는 이들을 먼저 배격해야 합니다. 대신 서로 오해를 풀고 공통 분모를 찾아 이를 제도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작업에 서둘러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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