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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중국과 미국이 기술 협력한다? 이게 쉽지 않은 이유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이종혁 교수가 5월 4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중국은 최근 환경 기술 분야에서 눈부신 진전을 이루며 글로벌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시진핑의 중국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공백을 메우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이 파리기후협약 등 여러 국제 환경 협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을 때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시진핑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발생한 리더십 공백을 기회로 삼았습니다. 중국을 환경 기술 분야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며 국제적 리더십을 강화하는 전략을 폈죠.

중국이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환경 기술은 재생가능 에너지, 전기차, 에너지 효율 향상 등 많은 부문에서 분명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개발에 기여하고 있으며, 많은 나라가 중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해 상용화한 기술들을 도입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등 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의 기술 발전이 인류 전체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긍정적인 효과 이면에 자리한 좀 더 복잡하고 전략적인 계획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시진핑의 환경 기술 정책은 그의 정치권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국제적 입지를 높이기 위한 많은 도구 중 하나로 쓰입니다. 시진핑 주석과 중국 공산당 정부는 이 문제를 순수한 “환경” 문제로 여기지 않습니다.

전문 번역: 중국이 기후변화를 늦출 구세주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시진핑

 

혹자는 “시진핑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게 왜 나쁜가?”라고 물을 겁니다. 그 의도가 정치적인 독재를 강화하는 데 있더라도 정책을 편 결과 실제로 환경 문제가 해결되거나 개선된다면, 그 또한 바람직한 일 아니냐고 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중국이 다른 나라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정작 큰 관심이 없고, 환경 기술을 철저히 정치적, 외교적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자국 기술에 대한 종속을 통해 다른 나라에 외교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 우려스럽습니다. 이미 한한령(限韓令)을 비롯한 경제 보복의 피해를 직접 체험한 우리 국민은 중국 정부의 ‘의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경제적 목적보다 정치적 목적이 더 중요한 중국의 기술 발전

시진핑은 과학기술 발전을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는 파스퇴르의 말을 인용하면서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시진핑이 과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요구하는 것이 다름 아닌 애국심입니다. 과학기술을 단지 연구 영역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국가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고자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시진핑의 리더십 아래 중국의 과학기술 정책이 기초과학을 비롯한 장기적 연구보다 상용화 가능성이 큰 단기적인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이 국제 경쟁에서 빠르게 우위를 점하는 데는 혁신을 통한 근본적인 기술 발전보다 과학기술의 자립이 더 중요합니다. 자연히 과학기술 정책에서도 경제적인 목적보다 정치적인 목적이 우선시되고, 기술 진보라는 자체의 목적보다 정치적 도구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실례로 중국의 주요 연구소 대부분은 정부 산하기관입니다. 최근에는 국가과학기술영도소조가 중앙과학기술위원회로 승격되는 등 과학기술 발전을 지휘, 총괄하는 기능이 정부에서 공산당으로 점차 이관되는 추세입니다.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은 점차 정치적 신뢰성과 일관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과학 혁신 주체들과 정책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것도 중앙집중화와 정치적 목적이 점점 더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환경 기술 전략도 정부 주도의 생산을 통해 주로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태양광, 전기차, 수소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본적인 기술 혁신보다는 중국 자체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빠르게 상용화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중국의 생산력을 신속하게 향상하기 위한 전략으로, 낙후된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뛰어넘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화력발전소 건설을 건너뛰고 바로 신재생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는 태양광과 풍력에 집중하거나, 자동차 산업에서 기존의 디젤 엔진 자동차 개발을 넘어 곧바로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가 그렇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로 경쟁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빠르게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중국이 기술 발전에 많은 투자를 한 데 비해 원천 기술에서 여전히 다소 뒤처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태양열 패널이나 전기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가 됐지만, 여전히 중국은 관련 제품을 만들 때 서구의 원천 기술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협력”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이유

제이콥 드레이어는 칼럼에서 미국이 원천 기술을 계속 혁신하면서 중국과 외교적인 협력을 통해 건설적인 경쟁을 편다면, 중국이 원천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 대량화해서 인류에게 시급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드레이어는 미국이 중국과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전략적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기술 개발에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으며, 글로벌 기후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이미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다시피 미국이 중국과 환경 기술 협력을 시도하더라도 중국에는 미국과 협력해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있습니다. 환경 기술은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어야 하는데, 여기서 미국과 협력하는 것은 시진핑의 목적과 충돌합니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기술을 공유하기보다는 독자적인 발전을 우선시하며, 국가 권력과 (다른 나라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려 합니다. 미국과의 협력이 중국의 전략적 목표와 배치될 수 있는 지점입니다.

시진핑 하의 중국은 여러모로 전형적인 이데올로기 국가로 회귀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소련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은 늘 정부가 주도해 기술 발전을 추진했고, 이러한 정부 주도의 기술 투자는 결국,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내세우는 정치적 선전 도구로 전락하곤 했습니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난 기술 발전과 투자 상황만 보고 중국과 미국이 힘을 합쳐 환경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특히 중국의 의도와 전략적 계획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다소 순진한 생각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은 환경 기술을 국제적인 협력의 수단보다 국가적 이익과 권력 강화의 도구로 인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사 미국과의 협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미국이 중국의 기술적 우위에 종속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가 안보와 기술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권위주의적 기술 수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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